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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Feb 01. 2024

글 쓰는 이유(feat. 글루틴 15기) 밀도

시간의 밀도를 채우는 방법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인 2024년 2월의 첫날, 글루틴의 새로운 기수가 시작되었다. 2월은 28일까지 있는데 올해는 29일까지 있어서 하루를 보너스로 선물 받은 기분이다. 작년보다 하루를 더 사는 기분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윤년은 4년을 주기로 12 간지 중 쥐, 용, 원순이 띠에 윤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2월이 29일까지 있어서 올해의 일수를 다 합치면 366일이 되지만 일 년은 365일이라는 사실이다.


 윤년과 비슷한 윤달은 음력과 양력의 시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민간신앙에서는 하늘의 신과 땅의 신이 쉬는 달이라 불경스러운 일을 해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이 2월 29일에 이장을 많이 했는데, 자연재해 등으로 이장을 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도 후손들 입장에서는 이장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상님들께 불경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신들이 쉬는 날 몰래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를 보너스로 받은 2월의 첫날을 맞이하여 글루틴 15기가 시작되었다. 어제 오랜만에 오프닝 줌 미팅에 참여하여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글쓰기의 시작을 준비하였다. 처음 참여하시는 작가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냉철한 생각을 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것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처음 만나는 사이이지만 글쓰기를 통해 이어진 인연은 죽마고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축복이다.


 매번 글루틴을 시작할 때마다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다. 지금까지 14개의 글 쓰는 이유를 생각하며 매달 새로운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처음에는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나에게 진지한 질문으로 작용하여, 나 스스로 왜 쓰는지에 대한 명분을 찾아, 글쓰기를 위한 생각의 틀을 만드는 나만의 의식이다.


 이 의식은 이유 없는 목표 수행은 일의 본질을 상실한 것이기에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 여정을 통해 행동의 이유가 목표 달성에 있어 근본이 되는 가장 중요한 것임을 스스로 느끼는 시간이다. 이렇게 시간을 축적하면서 나는 점점 목적을 가진 사람이 되어, 목적에 맞는 행동을 하는 습관을 가진 존재가 된다. 이유를 찾는 행위만으로 목적형 인간으로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14달 동안 글쓰기를 하면서 한 달 동안 20번의 글쓰기를 해야 하는 규정을 넘어 진정한 글 쓰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 매일의 글쓰기를 스스로 하고 있고, 글감을 찾고 작가의 문장을 훔치기 위해 매일 책 읽기도 하고 있다. 이제 일상 속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어 하루의 중심이 되었지만, 늘 언제 내 안의 게으름이 발동하여 초기화될지 모른다는 본연의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더욱 글쓰기에 매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 글 쓰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글을 쓴다는 사실이다. 나만의 글쓰기를 하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생각의 지경과 마음의 그릇을 점점 크게 만들어 가며 진정한 호모 사이엔스의 삶을 산다.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이 생각은 단순히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닌 나를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사람이 되도록 무한한 몸부림을 치는 존재로 만든다.


 비록 작은 몸부림일지라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밀도를 채워주는 행위가 되어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를 이어주는 접착제가 된다. 내 인생 단어인 ‘연결’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밀도’라는 단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고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를 살고,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 여행자가 된다.


 한치의 빈틈도 없는 시간의 밀도를 꿈꾸지만, 일분일초를 의미 있게 보내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시간의 밀도는 자연스럽게 채워질 것이라 믿는다. 이런 믿음의 배경은 바로 글쓰기에 있다.  아무것도 없던 종이 위에 검은색 글씨로 채워지는 과정의 글쓰기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의 밀도로 채워지는 비결은 오직 글쓰기이며 나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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