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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낯섦의 공존, 홋카이도 여행 1일 차

유명한 곳 근처에는 정말 가봐야 할 곳이 있다.

by 조아

코로나19 이전부터 매년 방문했던 홋카이도 여행의 목적은 눈이다. 물론 한국도 강원도에 가면 눈을 볼 수 있지만 홋카이도만의 다른 매력이 있다. 작년 여행 때는 3년 동안 오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눈을 보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지만, 이번 여행은 눈을 보는 것도 여행의 목적이지만 휴식에 더 큰 주안점을 두고 일정을 계획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던 곳을 방문하면서 여행의 지경을 넓히고자 했다.

그 첫 시도는 바로 홋카이도 여행의 관문인 신치토세 공항에서 바로 렌터카를 빌려 아사히카와로 떠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신치토세 공항에서 JR을 타고 삿포로시로 가는 경로였기에 삿포로 시내를 걸으며 시간을 소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작년 여행의 첫날, 이제 삿포로시에는 더 이상 볼 것이 없고 이 귀한 시간을 다른 곳을 방문하는 데 사용하거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평일보다 바쁘게 주말을 보내기에 평일 4일을 시간을 빼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여행지에서 느끼게 될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주말을 끼지 않고 일정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출국하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부터 많지 않았고, 홋카이도 여행의 관문인 신치토세 공항도 한산해서 지금까지 홋카이도 여행 중 가장 복잡하지 않고 여유롭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것이 홋카이도에서 느끼는 첫 번째 낯섦이다.


미리 예약한 렌터카를 수령하기 위해 국내선 1층으로 이동해서 예약 확인 후 공항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셔틀버스로 이동했다. 심지어 셔틀버스가 도착하면 직원이 타는 곳까지 인솔해서 탑승을 도와주는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을 경험할 수 있다.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으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오른쪽 운전석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했지만 3박 4일 동안 내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영향으로 일본도 오른쪽 운전석을 사용하는데 한국과 다른 이동방향에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뉴질랜드와 오키나와에서 장거리 운전을 해서 이제는 익숙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첫 한 시간을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여행 전체의 운정 컨디션이 결정되기에 집중하기 위해 여행의 설렘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았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 렌터카를 인수하고 조심스럽고 집중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3월 중순이지만 오늘, 내일 눈 예보가 되어 있고 아직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도로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스노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한들 과속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의 코스는 삿포로시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아사히카와를 중심으로 북동부 지역이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후키아게 노천탕’으로 최근 유명 유튜버인 빠니보틀님이 방문해서 현지인들만 가던 곳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 관광지가 되어 버렸다.


3월 중순이 넘은 시기지만 아직도 눈이 쌓여 있는 홋카이도의 도로는 눈이 주는 한적함과 고즈넉함이 녹아 있었다. 마치 우리가 전세 놓은 것처럼 아무도 없는 도로는 긴장감을 편안함으로 바꾸고, 오랜만에 하는 오른쪽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부담감을 내려놓게 해 주었다. 누구와 경쟁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휴식을 위해 온 여행인데 전혀 긴장할 필요할 없기에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고, 긴장은 여행의 이유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후키아게 노천탕 / 백은장

지역 현지인들이 알몸으로 이용하는 노천탕으로 빠니보틀님의 영상으로 최근 유명해진 곳이다. 실제로 현지인 한 분이 온천욕을 하고 계셨고, 나도 도전하고 싶었지만 눈도 내리고 너무 추워서 온천의 온도가 생각보다 뜨겁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주변만 둘러보고 인근에 있는 백은장으로 이동했다.


백은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숙박시설로 인근 스키장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는 온천이다. 여기에도 노천탕이 있어 후키아게에서 누리지 못한 눈 맞으며 온천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고, 마치 내가 원숭이가 되어 온천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 백은장에서 노천탕을 이용하려면 수영복이 필요하니 미리 준비해야 하고 혼탕이라는 점도 알면 좋다.

그리고 이곳은 고지대에 있어 3월 중순이지만 도로에 눈이 쌓여 있고, 이날 눈까지 와서 정말 긴장과 집중의 운전을 했다. 과속은 절대 금물이며, 운 좋으면 지나가는 길에 홋카이도 여우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바로 옆에 정차해도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을 많이 만나본 유경험자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고 먹이를 바라는 것 같은데 줄 것이 없어서 정말 미안했다.


징기즈칸 다이코쿠야 고쵸메점


첫날의 코스를 결정하게 만든 곳으로 삿포로시에 있는 징기즈칸보다 맛있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잘 알려진 곳이다. 점포 바로 옆 주차장이 있어 주차도 편하며 특히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 때문에 양고기를 못 드시는 분들도 양고기를 즐길 수 있게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지금까지 방문했던 징기즈칸보다 공간이 넓어서 좋았다.


오후 5시부터 문을 여는데 다행히 웨이팅을 하지 않고 바로 입장했고 바 테이블이 아닌 4인석 자리를 안내받아 지금까지 따닥따닥 붙어 앉았던 것과는 달리 편하게 이야기를 하며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삿포로시의 징기즈칸보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또 이곳은 웨이팅 하는 공간이 점포 바로 건너편에 있어 편하게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 다른 곳보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수기가 아닌 3월 중순에 왔고 더욱이 주말이 아닌 월요일에 방문해서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해서 4인 석에 앉는 호사를 누린 경험이었다.



프리미어 호텔 캐빈 아사히카와

아사히카와 역 인근에 있는 비즈니스 숙소로 남자 둘이 가는 여행에서 숙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8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주차비가 800엔 별도 지급을 해야 한다. 시내에 있어 주변을 둘러보기 좋은 위치이고, 첫날 들어가서 잠만 자는 것이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만족할 만한 숙소였다.


처음 홋카이도를 왔을 때는 이곳저곳 가고 싶어 빡빡한 일정을 짰지만, 이번에는 하루에 3곳 이상을 가지 않기로 했기에 정말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 여행을 여러 번 했기에 가능한 일정이기도 하지만 이제야 여행의 목적이 많은 것을 담는 것이 아닌 비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안에 가득 담겨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모두 이곳에 버리고 갈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항상 여행의 첫날밤은 긴장이 풀어져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일의 일정을 확인하며 이동 경로와 내일 방문 예정인 곳 주변을 살펴보다 잠이 들었는데, 무엇을 봤는지 잊을 정도로 푹 잤다. 이런 편안함이 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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