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문하는 곳에서 느낀 신선함
여행을 할 때면 긴장으로 온몸의 신경을 집중했던 여행 첫날이 지나고 아침 햇살을 마주하는 둘째 날의 아침은 항상 피곤함에 절어 있다. 여행의 목적이 긴장이 아닐 텐데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를 나 자신도 모르겠지만 극단적인 안전 지상주의라는 관념이 한몫하는 것 같다. 7번도 넘게 온 홋카이도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기에 설렘에 의한 긴장감은 여행의 갈증으로 더욱 나를 목마르게 한다.
또한 오늘은 이번 여행의 일정 중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날이다. 동북부에 있는 아사히카와에서 물의 교회를 거쳐 서남부에 있는 하코다테까지 약 520km의 거리로 솔직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여행을 이동으로 격하시키는 것이기에 이런 부담감마저도 즐겨야 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다.
이미 내 안에 뉴질랜드와 스위스 여행에서 혼자 3,0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하며 자동차 여행을 했던 경험은 이런 부담감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인생에서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라는 말을 여행에서 배울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배움은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며 여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출발 전 미리 알아본 숙소 인근에 있는 홋카이도 3대 라멘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9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지만 아사히카와의 거리는 한산했으며 한국에서 내가 익히 경험했던 출근 지옥의 느낌이라는 다른 이곳만의 아침 풍경을 자아내었다. 흡사 부산 남포동의 아침처럼 한적함을 넘어 고요함을 느끼게 하는 아침 길은 남모를 익숙함을 내게 주었다.
아사히카와 라멘 아오바 혼텐
일본에는 유명한 라멘집이 많이 있지만 홋카이도에서는 라멘보다는 스프커리를 영혼의 음식으로 여기기 때문에 스프커리가 유명한 집이 더 많이 있고 우동집에서도 카레우동이 잘 팔리는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사히카와 시내 인근에 <라멘 무라>라는 라멘 마을이 있지만 오전 11시에 문을 열기에 아사히카와 역 인근에 있는 ‘아오바 혼텐’이라는 라면집을 방문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문을 여는 이곳은 이미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사장님으로 보이는 노부부, 그리고 주방에서는 가업의 승계를 이어가고 있는 아들로 추정되는 주방장의 화려한 손길로 면을 익혀서 국물을 담는 모습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친절함이 묻어난 할머니의 접객은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으며 비좁은 자리마저도 편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홋카이도 3대 라멘집이라는 유명세에 걸맞은 라멘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할아버지와 직원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 뒷면에 새겨져 있는 1947년이라는 숫자에서 풍겨 나오는 연륜을 알 수 있었다. 괜히 맛집이라고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따뜻하고 진한 라멘 국물이 3월 중순이지만 추위를 느낀 아침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의 교회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한 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물의 교회’이다. 5년 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을 방문했을 때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던 건물 앞에서 느낀 그의 매력을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에 물의 교회를 방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종종 방문했던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도 글라스하우스와 유민미술관이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는 것을 알고 그의 건축 철학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쉽게도 물의 교회는 예식장으로 이용되고 있고 방문한 날도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어서 내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을 산책하며 외부만 보더라도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건축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내부를 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코다테로 향하는 먼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하코다테를 향하는 길에서 첫날처럼 아직도 눈이 쌓인 도로는 없었기에 운전하는데 편했지만 이날도 눈이 내려 긴장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사히카와에서 남쪽으로 향했기에 적도에서 올라오고 있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톳카리쇼 전망대
작년 하코다테로 향하는 길에 고속도로 표지판에서 이름만 보았던 ‘무로란’이란 도시가 참 궁금했었는데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할 겸 무로란으로 들어왔는데, 물의 교회를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려고 했던 식당이 화요일에 휴무였다. 또 한 번의 아쉬움을 달래며 태평양을 볼 수 있는 톳카리쇼 전망대로 향했고 오랜 시간 파도와 싸우며 만들어진 기암절벽과 강한 태평양의 바람을 맞으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
시간은 벌써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서둘러 하코다테의 숙소를 향해 출발했고, 3시간의 운전 끝에 7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의 숙소 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이곳은 올해는 조식이 포함되지 않고 가격이 조금 높아졌지만 건물의 가장 꼭대기에서 오션뷰를 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도 가족들과 다시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곳에 재방문해서 기분이 좋았고, 작년보다 투숙객이 늘어 추가로 주차장을 확보할 만큼 인기가 있어진 숙소라서 겨우 예약했기에 숙소에서 편하게 온천을 즐기며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물의 교회와 무로란 시내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지만 처음 방문한 곳에서 느끼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아직도 홋카이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다음 여행 계획을 생각하며 하코다테의 온천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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