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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낯섦의 경계, 홋카이도 여행 3일 차

하코다테의 낮은 밤보다 아름답다

by 조아

작년 하코다테의 밤을 적막하고 고요했지만, 일 년 뒤 방문한 하코다테의 밤은 시끌벅적하고 새벽까지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로 호텔 주차장에 차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호텔 바로 건너편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새벽 늦게까지 멈추지 않는 것도 작년과 달리 이 도시의 역동적인 새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광고와도 같았다.

작년 세게 3대 야경 중 하나인 하코다테 로프웨이에서 바라본 하코다테 항과 도시의 야경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불빛의 향연으로 넘쳐 나는 절경이었는데 올해는 하코다테의 낮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 첫 번째 시작은 ‘츠타야 서점’으로 일본에서 흔치 않은 무료주차를 할 수 있고 지금까지 가본 서점 중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는 서점이었다.


흡사 한국의 2층 규모의 대형마트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점 내부에 스타벅스와 편의점까지 있어 하루 종일 이곳에서 보낼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 츠타야 서점 앞에 있는 주택단지를 유심히 보았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츠타야 서점 앞에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왔다.

후문 쪽에 주차해서 츠타야 서점의 정문을 보지 못한 채 내부로 들어갔고, 책뿐만 아니라 츠타야 잡화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특히 내 본능을 자극했던 너무나도 다양한 문구 코너를 한동안 나를 그 앞에 머물게 만들었고,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책 매대 한 곳에 진열되어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모음은 일본어를 모르는 나에게 읽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했다.


츠타야 서점 인근에는 일본의 유명 스토인 ‘SERIA’도 가보았는데, 마치 다이소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드민턴화를 구매하고 싶다는 선배님의 요구에 인근 스포츠 용품점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Super Sports Xebio’를 방문했다. 가장 놀랬던 점은 스포츠 종목별로 진열되어 있는 다양함이었다. 특히 스포츠 종목의 인기와 관계없이 모든 스포츠 종목에 다양한 용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선배님의 여행 취향 상 이런 쇼핑은 절대 선호하지 않았던 분인데, 이곳에서만 2시간가량 머물면서 야구, 농구, 배드민턴, 캠핑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용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즐거운 체험이었다. 뉴발란스 야구화와 미즈노 배드민턴화는 한국보다 3, 4만 원 정도 가격이 저렴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는 선배님의 표정만 보아도 이번 여행의 최고 만족스러운 순간을 볼 수 있었다.

쇼핑에 온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점심시간을 훌쩍 넘은 채 쇼핑몰에서 나왔고 인근 우동 맛집에서 허겁지겁 하루의 첫 끼를 해결하였다.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홋카이도 하코다테에서 맛보는 커리우동의 맛은 정말 잊지 못할 정도로 담백하고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하코다테의 구도심인 모토마치 성당, 구 영국공사관 등을 둘러보며 하코다테의 낮을 즐긴 후 3시간 정도를 달려 홋카이도 온천의 성지, 노보리베츠에 도착하였다.

작년에도 묵어서 익숙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에스컬레이터 공사로 복잡한 내부 통로를 지나 대욕장에서 여유롭게 온천을 즐겼다.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욕만큼 홋카이도 여행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시간은 없을 것이다. 엄청난 설렘으로 도착한 홋카이도의 여행이 어느덧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달리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내일 새벽 온천과 출발을 미리 준비하고 노보리베츠의 밤을 맞이하였다.

또 이날 저녁에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경기가 있는 날이라 오타니의 플레이를 보며 이곳 홋카이도 프로야구팀인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꿈의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였던 그의 열정과 노력을 생각하며 나도 그처럼 행동해야겠다는 욕망이 노보리베츠 온천 밑에 있는 마그마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도 오타니처럼 매일 나의 꿈을 꾸며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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