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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01. 2024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FOMO에서 벗어나기

 신혼 초 아내가 종종 나를 놀리며 부르던 별명이 있었는데 바로 ‘전자인간’이다. 여행을 위해 출국 수속을 하던 검색대에서 충전 케이블 및 보조 배터리 때문에 내 백팩을 추가로 확인해 볼 정도로 나는 전자기기를 많이 휴대하고 사용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까지 내 주변에는 항상 스마트 기기가 많았고, 항상 내 손에는 스마트폰이 없던 적이 없었다.


 이랬던 내가 2년 전 본격적인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 노트북은 점차 내 손과 가방에서 멀어졌다.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방에 책과 노트북을 넣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책을 들고 다니는 습관만으로도 어느 정도 전자기기와 멀어질 수 있었지만 늘 내 손 안을 떠날 줄 몰랐던 스마트폰의 영향 아래에서 떠나는 것은 어려웠다.


 쉬지도 않고 울리는 각종 앱의 알람들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스마트폰으로 서로 극성이 다른 자석처럼 나를 이끌어 왔고, 이내 나는 알람을 확인하며 그 앱에 접속해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며 시간을 소비했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을 할 때는 페친(페이스북 친구)과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이 눌러주는 좋아요와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며 가상공간 속 친구들과의 교류를 즐거워했다.



 자청님도 추천하신 안데르스 한센의 저서 <인스타 브레인>에서 몰입을 빼앗긴 요즘의 비판하며 당장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나는 북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나의 모습이 책이 말한 SNS 중독자의 모습과 같이 지는 것을 보니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인스타그램을 지우지 않았다.  


 아니 지울 수 없었다고 말하던 변명은 “그동안 해온 것이 있는데”라는 구차한 말이었다. 혹여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막막한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으로 인해 가상의 공간에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친구들로 멀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형체도 없으며 존재하지도 않는 망상이자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훼방꾼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런 생각으로 고민하던 때 나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 속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X를 삭제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냥 아무 미련을 남기지 않고 삭제했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시 설치하지 않고 있다. 나의 스마트폰에 남아 있는 SNS는 블로그와 브런치, 단 두 개뿐이다.


 가상공간에서 이웃님과 구독자님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내가 쓴 글을 업로드해서 그분들께 평가받을 목적으로 남겨 놓았다. 훗날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수준의 작가가 되면 이 앱들도 내 스마트폰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도 가끔 아내가 인스타그램 안 해서 아쉽지 않냐고 물어볼 때마다 과감히 “그렇지 않다”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SNS에 빼앗겼던 내 집중력을 되찾아 책 읽기와 글쓰기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유튜브도 보고 클립도 보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 몰입하지는 않는다. 대신 책을 읽는 것에, 글을 쓰는 것에 몰입하는 연습을 하며 나의 온 신경을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한다. 유튜브를 보며 보낸 시간은 아무것도 남길 수 없지만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며 보낸 시간은 반드시 이전에 없던 생산물을 남길 수 있다.


 그것들이 하나하나씩 쌓여 나를 지키는 군사가 되어 미래사회의 전투에서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오늘 함께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의 글 중 “글을 쓰니 내가 보였다”라는 표현처럼 나를 표현해 주고 대변해 주는 나의 생산물을 통해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자기 발견과 치유, 감정 세탁기 등 수많은 역할을 하는 글쓰기의 매력 속에서 나는 분명 나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나를 위해 사용함을 느낀다.  나에게 집중할 때 내 안의 깊이 숨겨져 있던 힘, 잠재력은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봄의 정령이 전해준 봄소식에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유망주에서 기대주가 되는 날이 오게 된다. 나는 나의 집중력으로 잠재력의 깊은 잠을 깨워 진정한 나만의 힘을 발휘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 캐서린 프라이스 / 갤리온 / 2023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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