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May 16. 2024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자전적 이야기 속 의미와 가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처럼 살아 있는 동안 남긴 업적을 통해 그 사람을 기억하고 평가한다. 이순신 장님님처럼 나라가 어려움에 쳐했을 때, 자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백성과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위인도 있지만, 자신의 성공과 부를 위해 나라와 민족을 팔아 버린 매국노들도 일생 동안 자신이 남긴 업적으로 기억되고 평가받는다.


 비단 이순신 장군님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면 연평도 해전의 순직 장병들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명명된 함정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 업적에 대한 기록을 하지 않아도 후세의 누군가가 그 업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본인의 인생을 기억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자서전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매일의 흔적을 남기고 있고, 최근 감사일기를 쓰면서 초등학교 졸업 후 쓰지 않았던 일기도 매일은 아니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하루의 기억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모든 것을 영원히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기억할 수는 없어도 기록할 수 있기에 스마트폰 메모 앱이든 다이어리에 삶의 단편을 기록하며, 순간이 영원하기를 소망한다.


 오늘 내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건이다. “꿈보다 해몽이다”라는 속담처럼 누구나 동일하고 평범하게 느낄 수 있는 사건이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나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시간이나 재정, 장소의 제약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직접 경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하는 것이다.



 자서전이 한 사람의 인생 요약인 것처럼 인생의 모든 일을 한 권에 책에 모두 담을 수 없지만 인생 이야기를 쓴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행동이다. 다만 인생을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스스로 인새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 것보다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쓰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검토하고 나면  얼마나 자신의 인생을 말할 준비가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청년의 때 끌어 오르는 왕성한 혈기 때문에 인생의 오점을 남길 정도로 곤란한 상황이 생긴 것은 훈장처럼 자랑하거나 추억거리가 아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교훈적인 내용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점차 나이 들어감을 인정하며 보다 성숙하고 지혜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체험적인 조언이 될 수 있다.


 NBA 명감독으로 유명한 필 잭슨도 <성스러운 농구>를 통해 루키 시절 전투적으로 농구를 했지만 이내 신체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신적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참선을 거듭하면서 경기 중 끌어 오르는 분노와 자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MLB 무대에서도 동일한 사례가 있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요기 베라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의식하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했다.


 성공에 목말라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인생의 길에 성숙하고 지혜로운 존재는 주변을 살피며 뒤도 돌아보며 인생의 보폭을 줄여 간다. “너무 빨리 달리면 정신이 따라오지 못해,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봐야 한다 “라는 인디언의 격언처럼 인생의 이야기에는 돌아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돌아봄의 시간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이나 사건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 삶을 한층 잘 읽어낸다는 것은,

삶의 구체성을 더 잘 알아차리는 일이다 “

- 제임스 우드


 또한 자전적 글쓰기는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쓰는 것이기에 과거를 쓴다고 해서 과거의 결과를 바꾸거나 비화시킬 수는 없다. 과거의 사건이라 할지라도 팩트에 맞게 사실대로 써야 하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과거 사건을 경험했을 때와 지금은 관점이 다를 수 있기에 사건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달라진다. 결국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반응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나만의 생각과 입장을 고수하는 고집쟁이가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반응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자세가 보다 다채로운 해석을 이끌어 내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선물한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라는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낮은 자세로 더 많이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인생의 학구열을 통해 부족한 지식의 그릇을 채우고, 겸손으로 태도의 그릇을 단련한다면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메리 카 / 지와인 / 2023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글이 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