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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31. 2024

도를 아십니까

당신의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맹자를 만나라, 판덩

 고등학교 졸업 이후 동양 사상에 대해 모든 것을 잊어버렸지만, 그때 배웠던 것이 떠오른 적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생각나는 동양 사상의 가르침이 오늘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 준다. <논어 위정편>에서 나온 불혹의 나이, 그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아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 미혹되는지 원인을 모른 채 고통 속에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망나니처럼 살았다는 말은 아니다. 항상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했기에 나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실수와 과오를 부끄러워했지만 매번 반복됨을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다. 알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앎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 나는 알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행동의 변화가 없었기에 나는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수박 겉핥기식의 얕은 배움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교육열을 알려주는 맹모삼천지교의 주인공이기도 한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아 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왕도정치를 주장한 유학자이다.  맹자가 살았던 춘추전국 시대의 어지러웠던 상황 속에서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이 힘으로 백성을 억압하고, 악을 행했던 위정자의 만행에 대해 정도로 걸어갈 것을 주장했으며 덕의 정치, 왕도정치로 올바른 세상으로 이끌어 가야 함을 외쳤다.


 맹자의 간절한 외침은 인간은 본디 선하다는 성선설을 바탕으로 하여 악을 행하는 사람들마저도 원래는 선한 기질을 가졌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되었으며, 맹자가 말한 선은 인의예지의 사단(싹)이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사비지심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맹자가 말한 대장부는 인의를 구현한 사람이자 학습과 수련을 정진하며 호연지기와 지행합일의 삶을 사는 군자이다.


 인간으로 마땅히 따라야 할 도, 인과 의를 통해 인간 본연의 선함을 구현하려고 했고 인화(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합)를 통해 혼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케 하는 ‘도를 얻으면 돕는 자가 많아지고, 도를 잃으면 돕는 자가 적어진다’라는 말을 통해 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옳은 일을 한다면 당연히 지지를 받을 것이며 앎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행합일의 삶을 산다면 자신의 도와 타인의 도가 일치하고 돕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했다.



 ‘인’은 어진 마음인 측은지심, ‘의’는 옳은 것을 추구하며 악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이다. 인과 의를 추구하는 삶은 어질며 선한 마음이 가득한 인생이기에 선을 베풀고, 사람에서 출발해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일을 도모하는 인간의 성한 본성을 발휘하는 힘이다. 이런 선한 본성은 본디 인간의 성품이지만,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매일의 수련을 함으로써 자신을 다스리는 수신의 자세를 지속하는 삶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투자의 결실이다.


 이러한 노력은 나만의 성장이 아닌 선함이 흘러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장부의 큰 뜻이자 포부로 인과 의로 만들어지는 성선설의 열매이다. 이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절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결과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두운 동굴에서 찬란한 햇빛이 비치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눈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디어야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며, 보고 들은 것은 척도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고통 없는 성장이 없는 것처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며, 보고 듣기 위해서는 매일 학습과 수련을 해야 한다. 이렇게 꾸준한 매일의 노력만이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주는데 이것이 곧 ‘인과 의’이며 성장의 원동력이다.


 일생에 한 번 맹자를 만날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맹자와의 만남을 통해, 수천 년 지금의 고통과 불안에 대해 예견하며 어떻게 하면 어질고 올바른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맹자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노력을 통해 맹자의 지혜가 내 것이 되고, 맹자가 말한 지행합일의 삶이 내 인생이 된다면 나도 맹자의 제자로서 어질고 의로운 삶을 사는 대장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군자가 지켜가며 행하는 것은 자기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일진대, 이로써 천하가 평안해진다. “


- 맹자, 진심 / 하편



당신의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맹자를 만나라 / 판덩 / 이든서재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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