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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9. 2024

경험의 쓸모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아내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양육을 하는데 물질적으로 좋은 것보다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한다. 특히 가족들과 여행을 하면서 낯선 공간이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해서 주말이면 집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여행이라는 경험은 넓은 세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각기 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아내가 진정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경험이자 여행의 의도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고 싶은 나의 욕심과도 일맥상통하기에 나도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순간을 너무 좋아한다. 육아에 있어 재정적인 부분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런 나의 양육관은 경험의 중요성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라는 문장을 신봉하며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은 경험 부자의 마음으로 직접 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직접 해본다면 언젠가는 사용할 일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육체노동의 경험은 거의 대부분 군 복무 중 직접 경험을 하면서 초보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재료비만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주택에 살면서 직접 고치고 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옥탑에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의 방충망이 터졌는데 네이버 쇼핑에서 미세 촘촘 방충망을 구입해 직접 교체를 하였다. 내가 직접 방충망을 교체할 수 있는 이유도 당연하게 방충망 교체를 해보았기 때문으로 말라리아 때문에 모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 북부 지역에서 군 복무한 경험과 다들 만류했지만 직접 해봐야 성미가 풀렸던 나의 취향 때문에 여름 맞이 준비를 하면서 방충망 교체 작업을 했던 경험이 지금 이 순간 빛날 수 있는 이유이다.


 

물론 사람을 시켜 방충망 교체를 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생긴다. 요즘 너무 바빠서 업체에 문의를 해보니 하나 교체하는데 거의 십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이야기하셔서 바로 직접 교체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바뀐 것은 ‘망밀대’라는 새로운 도구가 생겼다는 것뿐으로 예전에는 송곳이나 못 같은 뾰족한 도구를 이용했는데 요즘은 이 ‘망밀대’만 있으면 개스킷을 틀 사이에 쉽게 넣을 수 있어 작업 속도도 단축하고 단단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



 한 번은 회사에서 워크숍을 갔었는데 펜션 안에 벽난로가 있었다. 당시는 벽난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약주 한 잔을 하시고 기분이 좋으셨던 부장님께서 벽난로를 한 번 사용하고 싶다고 하셨다. 당시 신입 사원이었던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펜션 뒤 쌓여 있던 장작을 도끼로 팼는데 펜션 사장님께서 장작 패는 소리를 듣고 나오셔서 도시 사람이 어떻게 장작을 팰 줄 아냐며 의아해하시는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장작을 팰 수 있었던 이유는 너무 당연하면서 간단한데 군 복무 기간 수없이 장작을 패 보았기 때문이다. 야전포병 출신인 나는 장작뿐만 아니라 나무도 도끼로 배는 임무를 종종 했었기에 도끼는 나에게 익숙한 도구이다. 이런 경험은 군 복무를 한 남자라면 흔히 해보았겠지만 나는 이런 경험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해서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기회가 있을 때 이런 경험을 반드시 사용하려고 한다.



 도끼를 사용했던 경험은 도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경주 교촌마을에 갔을 때 떡메 치기 체험을 했었는데 아이가 큰 떡메를 사용하기 어려워하자 사장님께서 뒤에서 웃으며 보고 있던 나를 지목하며 나에게 떡메 쳐볼 것을 권하셨는데, 도끼를 사용하는 자세를 잡고 떡메를 쳤더니 반 이상 농담이었겠지만 여기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으셨던 경험이 있다.


 이처럼 경험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경험은 경험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파생한다. 경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경험을 사용하며 또 다른 경험과 연결하여 더 높은 레벨의 경험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진정한 경험 부자가 되기 위해서 아직 직접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보는 경험을 통해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이것을 연결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경험 부자가 되고 싶다는 또 다른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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