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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5. 2024

오늘은 625

군인에게만 허락된 명예

 요즘 나의 관심사는 최근 시작한 채해병 청문회이다. 소위 까라면 까야하는 조직은 군대, 그중에서도 상관의 명령이면 목숨을 걸고 지키는 해병대에서 수색작전 도중 순직한 한 해병의 억울함을 풀고 군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 다른 어떤 것보다 관심을 가지고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물론 편집자의 의도로 악의적인 편집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청문회의 과정을 지켜보려고 노력한다.


 나도 입대를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다녀와"라는 말이었는데 귀한 아들을 전쟁터가 아닌 수색작전 지역에서 잃은 부모의 심정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하고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전시나 전투 중이었다면 이해라도 되겠으나 평시 수색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 안전장치 없이 보여주기식 행정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고 분노가 끓어오르게 한다. 구명조끼만 입었더라도 단 10%의 생존확률이 높아지지 않았을까??


 "군대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란 말을 너무나도 많이 들었기에 실제 군 복무 중 발생한 전방 사단 GP 총기 난사 사건을 보았을 때 곧 전역을 앞둔 선배님의 죽음에 너무나 아쉬워하고 분노했었다.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김일병은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육군교도소에서 복역 중일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남겨진 자, 유족들은 진실을 간절하게 알기 원할 것이다.



 채상병의 사고도 마찬가지이다.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님은 채상병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진실을 밝혔는데 누군가에 의해 그 노력은 항명이 되었고 명예를 목숨보다 가치 있게 여긴 해병은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에 당당히 맞서며 절대 권력과 싸우고 있다. 한 명은 맞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아니라고 하는 상황을 보면 분명 누구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분석해 보면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자신이 가진 것,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복무 당시는 몰랐지만 군인의 월급 명세서에는 보이지 않는 항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명예에 대한 항목이다. 제복을 입은 군인에게만 허락된 명예로 먹고사는 그들에게 책임은 명예를 더욱 드높이는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명령만 내리고 자신이 내린 명령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은 상관도 아니며, 군인이라고 부르기에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내가 모시던 상관, 교관님, 훈육관님, 내 위의 선배님들까지 항상 정의롭고 명예로운 명령을 내려야 하고, 반드시 자신이 내린 명령의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치셨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정의롭고 명예로운 명령을 내리기 위해 생각하고 판단했다. 솔직히 내가 모든 순간 명예롭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장기 복무를 했다면 진급을 위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단기 자원이었기에 명예와 정의를 위해 노력했다.


 물론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에게 주어진 권력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나는 늘 명예롭고 정의롭고 싶었다. 내가 있던 지역이 한국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했기에 한국전쟁의 상흔이 미처 회복되지 않았던 그곳에서 전쟁의 참상과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고 느낄 수 있었다. 전쟁 세대가 아닌 내가 느낄 수 없던 전쟁의 상흔, 이제는 점점 사라지는 참전용사의 증언도 이제 듣기도 힘든 상황이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오늘,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국의 지키기 위해 북괴의 탱크 앞에서 정말 보잘것없어 보이는 M1 소총을 들고 맞서 싸웠던 호국영령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희생에 감사해야 한다. 그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그분들이 목숨 걸고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내가 누리는 모든 혜택은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은 모든 순간 정의롭고 명예로운 선택을 했으며, 그분들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가 존재한다. 하지만 참전용사분들이 받는 혜택은 희생에 비해 너무 작고, 부족하다 느낀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려고 했던 채상병의 명예로운 행동은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 그의 억울함으로 인해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지 않도록 남겨진 자들이 힘을 합쳐 정의롭고 명예로운 행동을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높은 지위에 막강한 힘을 가진 분들도 정의롭고 명예로운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 혹여 말 못 할 사정으로 정의롭고 명예로운 행동을 할 수 없다면 자신의 말과 행동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져야 할 것이다. 정의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국방의 의무를 다한 예비역으로 한국전쟁 발발일에 많은 생각에 잠기며, 내일은 보다 명예롭고 정의로운 현실을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속에서 보다 성숙함을 갈구할 뿐이다.


#육이오

#참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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