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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03. 2024

필사로 작가의 문장과 생각을 훔쳐라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김선영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방대한 양의 책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정약용 선생님은 오랜 유배 기간 동안 삶의 낙이 책을 읽는 것과 책을 집필하는 것이었다. 당시 책이 귀했고 더구나 유배지에서 감시받는 죄인의 입장이다 보니 책을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필사를 주로 하였다.  이는 정약용 선생님만의 초서법으로 발전하여 책을 읽는 최적의 방법이자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조선에는 금속활자가 있어 책을 발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상대적으로 종이가 귀했던 시절이라 세계적으로 우수한 금속활자 기술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시 애서가들의 선택지는 매우 좁았으며 한두 가지 방법에 집중되었다. 베껴 쓰거나 모조리 달달 외우는 방법이다. 책을 너무나도 사랑한 세종대왕님은 세자 시절, 책 내용을 모조리 외웠으며 심지어 책을 너무 봐서 닳아 없어졌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가끔 고전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면 서당에서 학생들이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음독이나 낭독하는 상황이 있는데 이는 우리 조상님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만의 독서법 중 하나이다. 책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자 몸을 흔드는 박자에 맞춰 한 글자 한 글자 몸에 새기는 과정일 것이다. 이것이 숙달된 사람은 몸을 살짝만 건드리면 자동적으로 책 내용이 나오는 기적을 체험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 조상님들은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몸으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더 이상 입으로 손으로 몸으로 읽지 않아도 되었으며, 심지어 책을 읽는 사람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간단한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화면을 터치하는 것도 귀찮을 때는 음성 호출만으로도 검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에 굳이 힘들게 책에서 지식과 지혜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사는 가장 적극적인 독서법으로 독자의 목적이 분명한 행위이다. 책 전체를 베껴 쓰지 않고 일부 또는 몇 개의 문장만 필사해도 필사의 습관이 축적되면 그 문장의 작가처럼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인위적인 행위이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반복된다면 자연적인 행위로 변화하는 것이 필사이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의 문장도 나의 글도 변한다.


지금은 자주 하지 않지만 필사의 기쁨으로 매일 필사를 하던 때가 있었다. 필사 노트를 챙겨 다니며 책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적는 행위는 참 무모해 보일 정도로 나와 맞지 않았지만, 계속 베껴 쓰다 보니 지혜로운 방법이자 무딘 나의 글을 매섭게 단련하는 시간이자 최적의 방법이었다. 글밥 작가님의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를 읽은 후로 다시 필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생의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떤 문장이든 내 관심을 끈 모든 문장을 그대로 따라 쓰며 작가의 문장과 생각을 훔칠 것이다. 필사는 복제품이 아닌 새로운 문장을 만들고 보다 발전된 문장을 만들어주는 모방의 행위가 아닌 창조의 행위이다. 나만의 필체로 가득 채워지는 필사 노트를 보면서 지금의 글과 3년 뒤 나의 글을 비교해 보고 싶다. 축적의 힘을 믿으며 매일의 필사를 통해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무엇을 필사할지 몰라도 계속 쓰다 보면 문장의 구별하는 힘과 손가락 마디에 전해지는 통증마저도 무뎌지고 필사의 기쁨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필사를 하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경지에 이르고 싶다. 필사를 인생의 습관으로 만들어 나의 글을 풍요로움으로 채울 것이다.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 김선영(글밥) / 좋은습관연구소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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