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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07. 2024

창작의 고통은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다

창작형 인간의 하루, 임수연

 내가 중학생 때 UCC(User Created Contents)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시절, 사람들 반응은 대부분 의아해했다. 어린 내가 생각하기에도 콘텐츠라는 것은 방송국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시청자(콘텐츠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야 할까 생각했었다. 방송국에서 이제는 이런 것까지 시청자에게 떠넘긴다는 오해를 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요즘 크리에이터의 탄생을 야기한 것은 아닐까 한다.


 군침이 돌만한 상금이 걸린 UCC 공모전이 있어 학교 후배와 일제 캠코더를 이용해 편집이란 개념도 없었지만, 편집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기에 최대한 실수 없이 한 번에 촬영하기 위해 몇 번을 반복해서 영상을 찍었다. 지금과 달리 변변한 영상 장비도 없던 시절이라 영상 화질도 좋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 캠코더로 촬영하느라 하루가 다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 암기와 반복 숙달만이 살길이던 교육 현실에서 이전에 없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자체가 기존 체제를 부정하는 이단아적 성향이 강하다고 느꼈을 때라, UCC는 새로움을 넘어 신선하며 체제의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이라 느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시 부모님도 UCC를 만드는 나를 보고 ‘쓸데없는 행동’을 한다고 면박을 주시기도 했지만, 나는 절대 쓸데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을 더듬어봐도 UCC 공모전에서 수상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부터 나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좋아했고, 남과 같은 것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성향은 이과에서 수학, 과학보다는 문학과 한국사를 더 열심히 공부하는 이단아를 만들었지만 공식화된 수학보다는 뿌리를 알 수 있는 문학과 한국사 수업이 더 좋았다.


 지금도 다른 사람의 글과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인용하면 문제가 되지만 학부생이었던 때도 리포트를 제출할 때 선배님이 했던 것이나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빌려서 제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고, 논문을 검색해서 리포트를 작성하고 나만의 생각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내 생각이 정답도 아니며 틀릴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특이함이 창의적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세상에 없는 것 있더라도 희귀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내 생각에 대한 글을 쓰는 요즘 나는 더욱 특이한 사람이 되어간다. 글쓰기를 위해 생활 패턴을 바꾸고, 책을 읽으며 글감을 찾는 행동이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단독자>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논문까지 찾아볼 정도 글쓰기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그 누구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을 극도로 제어하면서 결국에는 잘 쓰고 싶다는 현실로 만들려는 웃픈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행위는 글쓰기이다.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이 글이기도 하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흔적을 남기는 노력이다. 아내도 나와 연애할 때 나에 대한 평이 특이한 사람이었을 정도로, 지금도 나는 특이함을 좋아하고 특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만이 할 수 있을 것을 하며 The Best가 아닌 The Only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을 지속할 것이다.


창의적 인간의 하루는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과 꾸준함으로 채워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도 잘 알려진 것처럼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분량의 글을 쓰고, 글 쓰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일과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단조롭고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조로움이 아니라 창의적 행위에 집중하기 위해 단순하게 만든 것이다. 단순함이 반복되며 나타나는 창의적 발걸음은 창의적 인간의 하루에 꼭 있어야 하는 루틴이자 필스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도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그들처럼 하루를 단순하지만 집중적인 창작 행위를 하며 한 가지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까지는 나에게 주어진 일에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우선순위를 잘 생각하고 순간의 집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쌓일수록 나는 점점 창의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창작형 인간의 하루 / 임수연 / 빅피시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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