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도 달렸기에 나도 달린다
요즘 나는 새벽에 일어나 맨발 걷기를 한다. 한 시간 정도 걷고 오면 개운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5월에는 맨발 걷기에 빠져서 하루 이만 보 이상 걷기도 하였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책 읽기, 글쓰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줘서 그만두었다.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어제보다 더 많은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무리하는 경우도 있었고, 걸음 수에 욕심을 내는 날이 많다 보니 페이스를 잃는 날이 많았다
6월에는 비 오는 날이 많아 맨발 걷기를 한참 쉬다가, 7월 초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다녀온 이후 다시 맨발 걷기를 한다. 운동의 목적도 있지만 치유의 목적을 가지고 맨발 걷기를 하기에 매일의 맨발 걷기는 다시 나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 줄 것을 믿는다. 그동안 나는 과거의 나를 맹신하며, 나이 듦을 인정하지 않고 게으름에 취해 운동을 하지 않고 나를 관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7월 초에는 110kg에 육박하는 체중을 지녔고, 더 이상 방치했다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며 건강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뻔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다 보지도 못하고 아이와 이별을 할 수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도 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수많은 약을 먹으며 남은 생명을 연명할 수도 있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하여 7월 초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입소했고, 삼일 동안 이태근 선생님께 건강 관리에 대해 배우며 선생님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삼일 동안 배운 것은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몸을 활발히 움직이며,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너무나 단순한 진리였기에 배우는데 어렵지는 않았지만 과연 내가 집에 돌아가 그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평생 이런 습관을 가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한 달만 해보자는 마음에 탄생한 것이 <이태근 선생님처럼 한 달 살기>라는 프로젝트이다. 한 달 동안 과일 단식과 꿀만 먹으며 건강한 삶의 기본자세로 돌아갈 것이다. 건강했던 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운동도 하고, 충분한 수면도 반드시 필요하다.
7월 7일부터 과일 단식을 시작했는데 가족들도 내 등치에 과일만 먹고살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삼일 동안 그렇게 살았고, 과일만 먹고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과감히 도전하기로 했다. 아직 프로젝트가 끝나는 8월 8일까지 한참 남았지만, 음식의 유혹을 이겨내고 과일 단식을 나의 식습관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는 조금 여유롭게 생각을 하다가 맨발 걷기 시간을 놓쳐서 집에서 간단하게 홈 트레이닝을 했다. 먼지가 쌓은 케틀벨을 보니 정말 운동을 안 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부끄러웠다. 30여 분을 운동하고 체중을 측정하니 0.2kg밖에 줄지 않았지만 별다른 내색 없이 출근 준비를 했다. 평소 같으면 고작 0.2kg밖에 안 줄었다고 푸념했겠지만 이젠 감량 자체에 목적을 두지 몇 킬로그램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녹색마을 자연학교에서 배운 대로 달리기를 하려고 했지만 100kg이 넘는 거구로 달리기를 하면 발목이나 무릎에 부상이 올 것 같아, 체중을 조금 감량하고 달리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체중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 체중을 측정하니 달리기를 시작해도 될 것 같아, 새벽에 하지 못했던 맨발 걷기 대신 퇴근 후 달리기를 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퇴근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막 비가 올 것만 같은 먹구름 가득 낀 하늘을 보며 비가 와도 비를 맞으며 달리기를 하겠다는 다짐으로 3년 만에 달리기를 다시 하였다. 오늘은 첫날이나 딱 3km 정도만 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여유롭게 출발했으나 페이스는 1분을 채 넘기기 어려웠다. 호흡이 가빠 오며 코로 숨쉬기 어려워 입이 저절로 벌어졌고 입안은 바짝 말랐다. 나의 체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상심으로 달리가 걷다를 반복하며 3년 만의 달리기를 마쳤다.
첫 1km 구간을 7분 페이스로 달렸지만 2, 3km 구간은 11분, 13분 페이스로 걷고 달리기를 반복하며 겨우 3km를 달릴 수 있었고 때마침 허벅지 근육의 통증을 느껴 더 이상 지속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달리기 첫날의 기록은 누구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운 정도이지만, 이제부터 나에게 있어 달리기는 예전의 건강한 때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일종의 발악이라고 생각한다.
선사시대를 살던 원시인은 맨발로 걷기도 하였지만, 사나운 짐승을 만났을 때는 무조건 달렸을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달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앞만 보고 달려야 했을 것이다. 빠르게 달리지 못한 원시인은 짐승에게 먹혀, 달리기가 느린 원시인은 점점 사라졌을 것이다. 선사시대의 달리기는 원시인에게 있고 최고의 생존법이었을 것이다.
일실 공설운동장을 달리시는 이태근 선생님처럼 나도 집 근처 산책길을 달릴 것이다. 뒤에서 사나운 맹수가 나를 쫓아오는 상상을 하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달려야 나에게도 건강함이 겨우 허락될지 모른다.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달리기가 평생의 습관이 되도록 느긋하게 때로는 빠르게 매일의 달리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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