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인가 핑계를 찾는 사람인가
어제 3년 만에 달리기를 다시 했더니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있어나 침대 아래로 다리를 벗으려고 하는데 허벅지 근육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3년 만에 달리기를 경험한 몸이 놀래고 근육까지 경직되어 뭉친 것 같다. 어제 숨을 헐떡이며 집으로 오는 길에 아침을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의 체력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
출근하는 길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했다. 퇴근할 때 장대비가 내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거나, 오후부터 폭우가 쏟아져 호우경보가 내려 하천으로 진입이 금지되거나, 어떻게 하면 핑계 대지 않고 오늘의 달리기를 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궁리를 해 보았지만 오늘따라 잔뜩 흐리기만 했지 비도 오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이 마치 핑계 대지 말고 오늘의 달리기를 하라는 하늘의 계시 같았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려고 했지만 아이가 현관까지 마중 나와 구몬 학습을 같이 하면 안 되냐는 부탁을 해서 오늘의 달리기를 하지 않을 최고의 핑곗거리를 찾았다. 옷만 갈아입고 아이 옆에서 수학의 원리를 가르쳐 주는데, 내 설명이 듣기 싫었는지 아이가 혼자 하겠다고 해서 최고의 핑곗거리마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의 달리기를 해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은 더 잘 달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제 눈여겨본 새로운 코스로 오늘도 딱 3km만 달리겠다는 마음으로 욱신거리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달렸다. 제발 무슨 일이 있어도 1km 구간까지는 걷지 않고 끝까지 달리겠다고 마음먹고 가쁜 숨을 참으며 쉬지 않고 달렸다. 이 다짐이 통했는지 1.6km 구간까지는 한 번에 달릴 수 있었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길은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출발점에 도다를 수 있었다. 다행히 어제보다는 걷는 횟수도 줄었고 달리는 시간도 4분 정도 단축해서 달리기 2일 차를 마칠 수 있었다. 구간별 페이스도 어제보다 좋아졌고, 어제는 숨이 차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오늘 몇 번의 호흡을 하니 금세 숨도 평상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제보다 만족스러운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은 마치 개선장군과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 체중을 측정하니 0.9kg이나 빠져서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내일은 얼마나 체중이 감량할지 기대된다. 물론 오늘만큼 안 빠질 수도 있지만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면 체중도 줄고 체력도 좋아지며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처럼 작가의 체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체중이 80kg대로 진입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수월하게 달리기를 할 수 있을 테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 달려서 <이태근 선생님처럼 한 달 살기> 프로젝트 목표인 82kg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매일의 달리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나 자신을 아직 믿을 수 없기에 딱 삼일만 달려보자는 심정으로 달리기 2일 차를 했다. 온갖 핑곗거리를 찾았지만 그 어떤 핑곗거리를 들 수 없었고, 심지어 왼발 엄지발가락이 턱에 부딪혀 멍이 들고 욱신거렸지만 참고 달리기를 했다. 만약 오늘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다리 근육이 더 뭉쳐서 내일은 더 일어나기 힘들 것이기에 몸을 움직여서 근육을 더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에 나왔던 대사인 “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하고자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하기 싫어하는 사람인가를 나에게 물으며 답을 찾아야 한다. 무사히 작심삼일 이브를 마치며 내일의 달리기를 꿈꾼다. 내일은 그 어떤 핑계를 대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일의 달리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사람, 방법을 찾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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