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핑계는 그만
나의 블로그 선생님이신 꿈유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주 3회 달리기’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꿈유님도 달리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운동회를 할 때마다 1등 도장을 받을 정도로 느리지는 않았지만 딱히 뛰어도 되지 않을 일이라면 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장성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일어난 사건 때문인 것 같다. 하프 마라톤을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지만 20대의 뜨거운 혈기로 참여했는데 그전까지는 마라톤을 하면서 초코바를 먹거나 바나나를 무엇 때문에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 상태인데 초코바나 바나나가 넘어갈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15km 구간을 넘는 순간 온몸의 포도당이 다 증발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무엇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며 초코바도 하나가 아닌 두 개나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포도당을 갈구했다. 정말 숨이 찼지만 결승점이 아닌 물과 바나나가 놓여 있는 곳을 향해 달리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가장 큰 사건은 하프코스 결승점을 통과해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고 있을 때 일어났는데 나보다 조금 뒤에 들어오신 한 중년 남성분께서 갑자기 쿵 하고 쓰러지시더니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구급차에 실려 가신 것을 보았다. 현역 군인이라고 하시던데 어떻게 되셨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때 마라톤은 정말 위험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자대에서 거의 매일 구보를 하고 또 했지만 달리기에 대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추운 겨울날 상반신을 탈의하고 알통구보를 할 때도 춥다는 기분만 들었지 상쾌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빨리 달려서 얼른 끝내야지 하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일상 속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지만 즐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역 후 입사한 회사는 매년 국내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만 했다. 당시 무릎이 좋지 않았기에 무릎 핑계로 신입사원이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전원 참석이라 응원을 위해 서울행 버스에 탐승해 새벽부터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달렸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한 번은 비 오는 날 마라톤을 했는데 축축함에 땀 냄새가 뒤 썩인 상태에 막걸리까지 혼합된 냄새로 가득한 버스 안에서 향기 지옥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달리기는 점점 내 일상에서 멀어졌다. 헬스장에서도 트레밀 위를 뛰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로 유산소 운동보다는 무산소 운동을 더 좋아했고,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도 없었다. 한 번 트레밀에 올라가면 내려오시지 않는 분들이 종종 계셨기에 헬스장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을 줄여야만 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로드 러닝을 즐기시는 분도 계시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달리기까지 한다면 금세 탈수증세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고민하고 있을 때 무더위로 인해 지난 일주일 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무더위 때문에 못했다는 말보다는 걱정 때문에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어제 퇴근 후 가볍게 2km 달리기를 하니 무더위로 더 숨이 차고 땀도 더 많이 났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꿈이 님의 조언도 좋지만 나란 인간은 그런 편의를 제공하면 어떡해서든 하지 않을 명분과 핑계를 만들려고 하기에 조심스럽게 매일의 달리기를 도전할 것이다. 대신 매일 2km를 가볍게 뛰면서 격일로 4, 5km의 거리를 달릴 계획이다.
815런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준비 없이 달리기를 한다면 장성 마라톤에서 봤던 사건이 내게도 일어날지 모른다. 건강에 있어서 자만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직접 체험해 보았기에, 항상 건강에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며 매일의 노력을 계속하여,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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