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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03. 2024

No more excuse

일주일 만에 다시 달리기의 세계로


 

 어제도 전국 대부분 지역이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한 여름 무더위가 기승했던 날이었다. 금요일이기도 했고, 저녁 공항에 아내와 아이를 모시러 가야 하는 일정이 있어 퇴근 후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가볍게 2km만 뛸 요량으로 밖으로 나갔다. 대문을 여는 순간 밀려오는 후덥지근한 공기는 괜히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더 이상 그 어떤 핑계도 대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나갔다.


 달리기 초보자한테는 매일 뛰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달콤한 말에 나름의 명분을 만들어 이 날씨에 로드 러닝을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완벽한 핑계를 대고 합리적으로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었다. 가끔 운전을 하고 있을 때 한낮 무더위 속에 달리기를 하시는 분을 보면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무더위라는 최고의 핑계는 계속 나를 집에 머물게 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누워 있게 만들었다. 무더위 속 기운이 빠진다는 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게 만들고, 더욱 무기력한 나로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탄생시켰다.



“No more excuse”


이때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한 문장, 더 이상 그 어떤 핑계도 만들고 싶지 않았고 나를 지배하게 하기 싫었다. 온몸을 감싸는 후덥지근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달리기 코스를 뛰었고, 몇 발자국을 채 때 지도 않았지만 온몸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탈수증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연신 땀을 닦으며 달리기를 했다.

 

 늦어도 8시 30분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기에 평소보다 서두른 감이 있기는 했지만, 1km 구간은 일주일 전에 비해 10초 정도 빠르게 달렸고, 덕분에 평균 페이스도 7분대로 줄어들었다. 일주일 달리기를 쉰 것치고는 다리에 통증도 심하지 않아 가볍게 달릴 수 있었다.


해가 졌지만 낮 동안 뜨겁게 달궈진 대지를 달리며, 무더위 속에서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무더위라는 핑계에서 자유를 되찾았고, 달리지 않을 이유 대신 이제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에 열중해야 함을 느꼈다.



 어제 폭염 속 달리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경험으로 이제 <매일의 달리기>에 도전할 것이다. 아직 비를 맞으며 달리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비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며 홀로 달리기를 하는 외국인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한 번도 실행으로 옮긴 적은 없었다. 이제 폭염과 우천이라는 날씨도 더 이상 핑계가 되지 않음을 선포한다.


  날씨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핑계 삼지 않고 매일의 달리기를 하는 것은 물론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하려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달려야 하는 이유와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 이유와 방법이 나를 달리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달리기에 대한 간절함이 내가 달려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2004년 이후 단 한 번도 마라톤에 참여한 적이 없지만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훈련을 통해 언젠가는 마라톤 풀코스를 다리는 나를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상상은 나를 진정한 러너스 하이로 이끌어 주며, 내가 선사시대 맹수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들판을 뛰어다녔던 호모 러너스쿠스의 후예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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