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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04. 2024

한 여름 소나기가 내린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야 한다

 


어제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시원한 장대비가 쏟아졌다. 안 그래도 코스트코 가는 길,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비가 오려나 생각했는데, 한 시간 정도 장을 보고 나니 먹구름은 시원한 빗물이 되어 뜨거운 대지를 식혀주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제 썼던 글이 생각났다. ‘아직 우중 달리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비가 와도 달릴 것이다’라는 문장인데 정말 말이 씨가 됨을 느끼며, 비가 와도 달리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장 본 물건을 정리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아이가 제주 여행 중 사 온 오르골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잠시 달리기를 하고 와서 해줄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달리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질 것 같아 달리기 전에 오르골을 만들어 주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빨리 만들어 주고 달릴 요량으로 오르골 만들기를 시작했다. 지난 5월 홋카이도 가족 여행 때 오르골의 성지, 오타루 오르골당에 가봤기에 이제는 오르골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라 아이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30분 정도 오르골을 만들고 나니, 그사이 장대비가 그쳐서 한 여름 무더위로 메말랐던 대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33도를 육박하던 기온도 28도 정도로 떨어져서 달리기 하기 딱 좋은 날씨다. 서둘러 나만의 코스로 가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늘의 달리기 목표는 3km이다. 달리기 초보자인 내게 격일의 달리기가 더 좋다고 하지만, 격일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순간 나는 또 게을러질 것이기에 적은 거리라도 매일의 달리기를 해야만 한다. 대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으며 완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달리기를 할 것이다.


 어제의 달리기로 예열된 몸은 장대비로 인해 높아진 습도 때문에 평소보다 숨쉬기 힘들었지만, 호흡 조절을 하면서 달렸고 땀이 더 많이 나서 연신 땀을 닦으며 달렸다. 밤 9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어두워서 달리기 코스 위에 방해물을 신경 쓰며 달렸고, 더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나에게는 속도보다는 완주가 더 중요하다.



 이제는 멈추지 않고 한 번에 쭉 달리기를 한다. 중간중간 잠시 쉬고 싶은 욕망이 들기도 하지만, 멈추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그런 욕망을 달래며 목표 거리를 한 번에 완주할 수 있도록 그냥 달린다. 오만 잡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달리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거리를 완주하는 것뿐이다.


  

 어제보다 1km 구간은 6초 정도 늦었지만, 2km 구간은 무려 30초 정도 시간을 단축해서 달렸고 힘이 조금 빠진 3km 구간도 조금 속도가 늦어지기는 했지만 쉬지 않고 오늘의 달리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무더위도 비도 매일의 달리기에 방해가 되지 않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온전한 즐거움이 되도록 만들 것이다. 운동을 넘어 진정한 오티움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매일의 달리기는 나에게 큰 즐거움이자 휴식이 될 것이다.


#달리기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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