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대한 나의 진심 표현하기
오늘 새벽에 일어나니 아이가 거실 테이블에 앉아 구몬 학습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공항으로 배웅 간 사이 오늘 생일 파티하기 전, 공부를 하는 모습에 기특하면서도 아직 초등학생인데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어 안쓰러웠다. 새벽 달리기를 하러 나가야 했지만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옆에서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며 책을 읽었다.
책 읽기를 하다 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고, 하늘을 보니 오늘 내리는 비는 잠시 내릴 비가 아닌 것 같아 오랜만에 우중 달리기의 즐거움을 누리자고 마음먹었다. 런데이 달리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초보 러너로써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상기시켜 준다는 것인데, 다양한 환경에서 달리는 것을 권장한다.
훗날 내가 참가하게 될 할 보스턴 마라톤 대회 코스에는 ‘죽음의 계곡’이라는 극강의 오르막길이 있는데 평소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평지만 달린다면 결코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연습하는 달리기 경로에서 오르막 구간이 있는 데,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지를 달리는 것과는 숨도 많이 차고 체력 소모도 많다.
또한 마라톤 대회 당일 비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 우중 달리기 연습을 하지 않으면 열심히 준비한 대회에서 실력 발휘를 못 할지도 모른다. 우중 달리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비를 맞으면 추위를 느낄 수 있다는 것과 땀인지 비인지 모를 정도로 온몸이 흠뻑 젖어서 시야를 가리고 옷도 몸에 달라붙어 달리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직접 경험해 봐야 비가 오는 날이라도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운동하시는 분이 없어서 나 혼자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우중 달리기의 장점 중 하나이다. 다만 우산을 쓰고 걷는 분이 있어서 우산살에 눈이나 얼굴이 다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또한 비 오는 날에는 노면이 많이 미끄럽다. 평지는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내리막길의 경우에는 속도를 내다가 미끄러질 수도 있어서 부상 방지를 위해 정말 조심해야 한다. 혹여 물웅덩이를 만나면 러닝화가 젖어서 러닝화 내부와 양말까지 물이 들어와서 발이 부을 수도 있기에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는 여벌의 러닝화와 양말도 필요할 것이다.
오늘은 우중 달리기를 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기에 가민의 제안을 보는 듯 마는 듯하고 나왔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평소보다 늦게 시작해서 페이스를 조금 높여서 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첫 번째 구간을 웜업 한 이후부터는 조금 속도를 내서 달렸다.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수시로 심박수를 확인하며 무리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우중 달리기를 하시는 분이 없었는데, 내가 달리는 곳에서 고수의 향기를 풍기시는 분께서 나를 보시더니 주먹을 쥐고 팔을 올리셨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라 그냥 지나쳤는데 달리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인사나 응원의 메시지 같아서, 반환점을 돌고 다시 마주쳤을 때 답례의 의미로 가볍게 목례를 했다.
나는 언제 이 분처럼 달릴 수 있을까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달리기 초보인 나에게는 부단한 노력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달리기 전문가도 처음에는 지금의 나처럼 힘들고 버거운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 고비를 잘 극복하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나, 포기하고 그만둔다면 앞으로 성장의 열매를 맛보지 못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고작 2km 달린 후 마치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사람처럼 벤치와 혼연일치가 되어 일어나지 못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으로 입도 자연스럽게 벌어져 벌레가 들어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코호흡만 하고 달리기 시작한 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완주할 때까지 달린다.
지금은 한 시간 동안 8km의 거리를 달리기를 하니 불과 한 달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일취월장 성장했다. 하지만 이것이 내 목표도 아니고 끝도 아니기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11월에 참가할 10km 마라톤 대회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습만이 살 길이다”라는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달리기를 할 때만 사용하는 우중 달리기 전용 러닝화는 이미 흠뻑 젖었고, 흙과 먼지로 더럽혀졌지만, 땀인지 비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흐르는 환희의 액체는 나를 더욱 뜨겁게 만든다. “비 맞으면 감기 걸린다”라는 말은 우중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해당되는 않는 것 같다.
비 오는 날에도 달리기를 했다는 뿌듯함과 달리기에 대한 나의 진심을 보여줬다는 당당함이 오늘 하루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다리에 힘을 많이 주었더니 평소보다 근육이 뭉친 것 같아, 스트레칭을 조금 더하고 달리기를 마쳤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다시 나오니 어느새 비가 그쳤는데, 오랜만에 우중 달리기를 했다는 기쁨은 아직도 내 안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라키미 하루키처럼 달리기 시작한 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는 점이다. 나도 그처럼 내 묘비에 “결코 멈추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쓸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연습을 할 것이다. 물론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해보겠다는 시도가 점점 나를 포기를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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