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달리기를 하는 이유
입추가 지난 지 언제인데 며칠째 계속되는 무더위로 가을의 향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제는 8월 25일 이후부터 사용하지 않았던 에어컨을 다시 틀 정도로 너무 더워서 자다가 새벽에 일어날 정도였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잠시 더위를 식히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는데, 중간에 깨고 왔다 갔다 했더니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다.
서둘러 가민의 제안을 확인하면서 당연히 휴식을 예상했기에 휴식을 제안하더라도 달리기를 할 생각으로 새벽에 일어나 에어컨을 켤 때 미리 운동복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살짝 가민의 제안대로 할까 고민했지만, 어제처럼 서둘러 달린다면 충분히 1시간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평소보다 늦게 시작해서 필수적인 스트레칭만 하고 달리기를 시작했고, 런데이 50분 달리기 2주 차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한 주에 딱 세 번만 달릴 것을 제안하는 런데이는 가민보다 더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참 말 안 듣는 학생인 나는 가민의 제안도 런데이의 훈련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고 같이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의 표현대로 ‘내 쪼대로(내 마음대로의 경상도 사투리)’ 달린다.
오늘까지 부단히런 10일 차에 접어드는데 매일 도장이 찍힌 런데이 달력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달리기 선생님이신 아주nice님도 반대하신 매일의 달리기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선생님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달릴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물론 매일의 달리기를 하기에 몸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마사지를 하고 아침, 저녁으로 냉수욕을 하며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어제 출근 시간의 압박으로 1시간 달리기 연습을 하지 못했기에 오늘 반드시 1시간 달리기 연습을 해야 했다. 나란 사람은 퇴보하는 순간 게을러지는 경향이 있어 가급적이면 어제보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의 나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어제의 나이기에, 어제의 나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예전에는 3km 구간을 지날 때마다 ‘그만 달릴까’라는 고민을 했지만, 요즘에는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러 일부러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달리려고 애쓴다. 하지만 오늘은 4km 정도 거리에 이르자마자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구간부터 오르막길이라서 숨이 더 찼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제 10분 덜 달려서 몸이 반항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꾹 참고 달렸다.
만약 오늘 1시간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 50분 달리기 연습으로 돌아가 몇 번의 연습을 반복하고 다시 1시간 달리기에 도전해야 되기에, 반드시 1시간 달리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고민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기에 달리기를 지속하는 선택지밖에는 없었다.
런데이 훈련 프로그램대로 인터벌 훈련을 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했고, 마지막 구간에서 조금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무사히 1시간 달리기를 마칠 수 있었다. 점점 달리기에 적합한 체형으로 변하고 있는 내 몸을 느끼면서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 달리니 하루라도 빨리 10km의 거리를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직 1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실력이 아니라서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10월부터는 10km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9월 동안 부단히 달리기 연습을 할 것이다. 입상을 위해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완주를 위해 연습하는 것이라 부담이 덜 하지만, 난생처음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만 생각하면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처음 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라 오늘까지만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다. 매일의 달리기를 하면서 연습한다면 분명 대회 당일에도 충분히 실력 발휘를 하고 완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에 노력을 더해야 한다. 노력만이 이런 불안과 두려움에서 자유함을 줄 것이라 믿는다.
늦잠을 자서 지각할 뻔했지만 오늘은 1시간 달리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직 내 몸에 익숙하지 않은 1시간 달리기 연습에 어서 적응할 수 있도록 나와 대화하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10km 마라톤 대회에 앞서 참가해야 할 ‘기부런6K’와 런데이마라톤을 준비해야 하기에 오늘도 내일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오늘도 하루의 시작을 달리기로 열었다는 기쁜 마음으로 온종일 힘이 넘친다. 과일 단식을 하며 ‘힘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과일만 먹어도 일상생활은 물론 매일의 달리기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알려 주고 싶다. 그동안 먹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매일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지만, 나는 달리기로 변화되고 있고 그 변화의 끝은 나 자신도 모를 정도로 기대되고 설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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