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의 압박을 역으로 이용하기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정말 부담되는 날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다른 요일보다 유독 시리 차가 막히는 날도 월요일이라 지각하지 않으려면 평소보다 일찍 나오는 초강수를 두어야 한다. 특히 출근길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나로서는 부산의 유명한 차량 정체 구간인 동서고가도로를 통과하려면 월요일 출근길에 크나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나도 모르게 인내심이 강해졌다. 숨이 차거나 종아리에 통증을 느껴도 참고 달리며 1시간 달리기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완주했을 때 쾌감을 매일 느끼면서 심폐지구력도 좋아지고 있지만, 목표를 이루겠다는 마음과 인내심이 나도 모르게 좋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주변에서 나를 볼 때마다 살이 많이 빠졌다며 부러워 하지만 나는 체중 감량보다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내심이 커졌다는 사실에 아주 만족한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덜한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겨서 지금까지 내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할 때 잘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인내심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까지도 참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참 필요한 덕목이다.
나처럼 호불호가 강한 사람에게는 굳이 싫어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정말 드물다. 월급쟁이라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도 있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어떻게 하면 하고 싶지 않을 일을 현명하게 피해 가는 방법을 알고 후배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내 주변에 거의 없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려보고 예상되는 일을 미리 처리한다면 굳이 하고 싶은 않은 일을 사전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마치 달리기를 하면 무릎에 안 좋다는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고 믿고 굳이 달리기를 하지 않았던 나처럼, 어떤 일을 진행할 때 전체적인 과정을 그릴 수 있다면 보다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런 루머는 믿지 않으며, 실제 달리기를 하면서 무릎이 나빠지거나 무릎 통증을 느낀 적은 없다. 물론 100kg이 넘는 체중일 때 달리기를 했다면 무릎에 하중이 가해져 부상을 입거나 통증이 유발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적정 체중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리기를 시작해서 이런 위험을 만나지 않을 수 있었다.
달리기를 한 이후, 월요병도 사라졌다. 한 주의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을 점검하며 준비해야 하는 월요일 극심한 무력감에 빨리 퇴근하고 싶고, 조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과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월요일 출근할 때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해서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시작한 달리기를 하면 무기력이 무엇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내 안에서는 에너지가 넘쳐 난다.
요즘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는 1시간 달리기를 오늘도 변함없이 하면서, 스트레칭에 신경을 조금 더 썼더니 회복 걷기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함을 발견했다. 달리면서 조금 고민해 보았지만 1시간 달리기를 하면 지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50분 달리기, 7km 거리를 달리면 달리기를 종료하고 바로 출근할 수 있도록 집 근처에서 마칠 수 있도록 경로를 급히 수정하였다.
조금 무리하면 1시간 달리기를 하고 출근할 수도 있었지만 월요일에 지각하기 싫어서 빠르게 50분 달리기를 하고 서둘러 출근했다. 평소 월요일 출근하는 시간에 나왔지만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8시 3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며 ‘1시간 달리기를 하고 왔어도 되었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만약 1시간 달리기를 하고 출근했다면 분명 지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어제보다 적게 달린 것은 없었다. 어제도 1시간 동안 8km의 거리를 달렸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적고 작게 달려서 내 몸이 오늘에 적응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퇴보한 적은 없지만, 어제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간절하다.
다음 주 월요일은 추석 연휴 기간이라 별문제 되지 않겠지만, 다다음 주 월요일에는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시작해서 여유롭게 출근할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월요일이라고 달리기 연습을 쉬거나 매일 달려야 할 시간을 줄일 생각은 전혀 없다. 유연하게 행동할 수도 있지만 월요일에 특혜를 주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무엇인가 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발견한 순간, 게으름이 발동해 과거의 나로 돌아가려는 나쁜 습관이 아직 남아 있다. 부단히런 5기 과정의 8주 달리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의 달리기를 강행하는 나에게 가민은 휴식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휴식은 마사지와 8시간의 수면을 하며 내 몸을 회복시키고 내일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매일의 달리기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매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한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지금 나에게 달리기처럼 큰 기쁨은 책 읽기와 글쓰기밖에 없다. 매일 이 세 가지를 하려는 나의 노력이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믿는다. 변화에 대해 고민하며,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오늘, 나를 변화시키려는 최선의 노력을 했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 믿는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어제 그동안 달렸던 기록을 하나씩 살펴보니 유독 월요일 달리기 기록이 다른 날보다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근에 대한 압박감이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빠르게 달리도록 한 것 같다. 빨리 달려서 어서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이 속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나에게도 이렇게 작용한다면, 중요한 약속을 잡고 달리기 연습을 한다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해보았다. 결혼식 두 시간 전에 1시간 달리기 연습을 한다면, 물론 땀을 뻘뻘 흘리며 예식장에 입장하게 되겠지만 아마 최고의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일주일 동안 나쁜 영향을 주는 월요병에서 해방되고, 출근 시간도 앞 당겨주는 월요일 달리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즐길 것이다. 물론 늦잠을 자서 출근의 압박으로 달리기를 하지 못할 경우도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의 수까지 모두 고려하며 매일의 달리기, 특히 월요일의 달리기를 온전히 누리고 싶다.
이제 겨울이 오면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 싫은 마음이 들 수도 있기에 이것마저도 고민하며 미리 겨울의 달리기를 준비할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은퇴하고 변화가 없고 평온한 기후대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이해된다. 계절의 변화도 달리기의 일부라 생각하며 내년에는 365일의 달리기를 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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