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는 각자의 이유

아무튼 달리기, 이상민

by 조아

요즘 나는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적용하고 있다. 새벽 기상도 중요하지만 최소 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오늘의 달리기를 해서 지친 몸을 충분히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달리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잘 쉬는 것도 달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회복 시간은 고작 1시간이 넘는 달리기 시간보다 더 신경 써야 할 시간이다.


이제 달리기 2개월 차의 초보 러너이기에 달리기가 취미라고 이야기를 하면 듣게 되는 것이 “왜 달리기를 시작했느냐”라는 질문이다. 사실 나는 달리기를 싫어했던 사람이기에 왜 달리는지 물어본다면 구구절절하게 할 이야기가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태근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다. 타인의 권유가 이렇게 내 일상을 바꿔놓을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요즘 내 일상의 중심에는 달리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7월 초 녹색마을 자연학교에서 교육받을 때,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획적으로 고질적인 무릎 부상의 경험이 있던 나이기에 93kg까지 체중을 감량한 후 8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2km 달리기에서 시작한 나의 달리기는 이제 10km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고, 8월 125km의 거리를 달렸고 9월에는 현재까지 136km의 거리를 달리고 있다.



이번 달 달리기 거리 목표였던 180km는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 200km로 상향 조정했다. 초보 러너가 무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의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나를 보면 나 자신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이태근 선생님의 과일 단식과 달리기를 병행하면서 체중도 많이 감량했고, 매일 아침을 달리기로 활기차게 시작한다.


내 기준에서 달리기는 크게 나눈다면 단거리와 장거리로 나눌 수 있는데, 솔직히 나에게는 단거리보다는 장거리가 더 어울린다. 근육질의 체형을 이용해서 단거리 달리기를 제법 하기도 했지만 이겨야 한다는 욕심이 크게 작용해서 늘 무리를 하고 부상을 당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서, 나만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장거리 달리기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달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난생처음으로 11월에 개최 예정인 10km 마라톤 대회에 자발적으로 신청했고,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의 50분 달리기 프로그램을 연습하다 이제는 가상 마라톤 프로그램을 연습하면서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7분 중후반대의 페이스로 달리기 때문에 딱 한 번 1위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늘 순위가 낮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 10km 가상 마라톤을 했을 때 1위를 한 것이 교만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이 정도 하면 충분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더 많은 연습을 하면서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고, 빠른 페이스를 추구하기보다는 일정한 페이스를 지속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특히 고질적으로 5~6km 구간대 급격하게 떨어지는 페이스를 막기 위해서 구간별 체력 배분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나는 아직 10km 마라톤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록을 보면 딱 7km 마라톤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체력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기록을 위해서 7km 가상 마라톤을 연습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 내 목표는 7km 마라톤이 아닌 10km 마라톤에서 완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10km 가상 마라톤을 하면 1시간 16분 내외로 완주하는 정도라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아직 대회까지 한 달 보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내 목표는 절대 입상할 수 있는 순위에 드는 것이 아니다. 처음으로 출전하는 대회에서 입상하면 좋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런 기회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주를 목표로 달리기 자체를 즐기며 나만의 속도로 달릴 예정이라 부담감은 전혀 없다. 절대 달리기 고수들의 페이스를 보고 현혹되어 그들의 속도를 따라 하는 일이 없도록 페이스 관리에 가장 염두를 둔다.



“달리기를 조금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건데"라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이제라도 달리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달리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달리기가 일상의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닌, 원시인의 생활 속에서와 같이 일상 속에서 달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싶다.


이런 환경 속에 살다면 내가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아도 내 몸이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하는 일상을 살기 원한다. 빠른 심장 박동과 거친 숨소리, 온몸을 적시는 땀방울이 내 안의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성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하기에 달리기를 마친 후 상의와 하의, 양말까지도 흠뻑 젖은 내 몸을 볼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다. 물론 매일 빨래를 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내일의 달리기를 준비하며 세탁기를 돌리는 것도 귀찮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러너마다 달리기를 시작한 각자의 이유는 다를 것이다. 비슷한 이유도 있겠지만 나처럼 이태근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전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그를 따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가서 부상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하지 못했지만, 체중 감량 후 더 적극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닮아가기 위해 부단히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이제 곧 10km 마라톤을 완주하게 된다면 내년 봄에는 하프 마라톤에 출전할 수 있도록 연습할 것이고,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게 된다면 내후년에는 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할 수 있게 준비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대회 버프를 믿지 않기에 10km 마라톤을 무난히 할 수 있기 위해 15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회 전까지 15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욕심을 내서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달리기를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욕망의 저변에는 부상 없이 건강하게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에 항상 내 몸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달리기를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지금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려는 매일의 노력을 통해서 달리기가 내 일상 속에서 가장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행위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달리지만, 달리면서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단편들을 기록하며 나만의 달리기로 만드는 과정도 내 삶 속에서 달리기를 더욱 빛나게 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무튼 달리기 / 이상민 / 위고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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