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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05. 2024

신뢰로 꽃피는 진정한 영업

최강 조직을 위한 B2B 영업 특강, 천세훈

 처음 사회생활을 위해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전공과 관련된 회사의 면접을 보는 대신 오직 유통 회사 면접만 보았다. 수많은 업종 중 굳이 유통을 선택한 이유는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배우고 싶었고, 지금은 '트렌드'라고 표현하지만 당시는 유행을 선도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알다면 남들보다 빠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군 복무 중 관측반 활동을 하면서 높은 산에서 대규모 포병 부대의 이동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제일 선두의 정찰조, 지휘부, 본대, 보급 및 수송 등의 이동 행렬을 보면서 장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도 잠시, 당시 대화력전을 수행하던 부대의 행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그동안 배웠던 전사를 떠올려 보았다.


 전 유럽을 벌벌 떨게 했던 몽골군의 유럽 침공과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침공은 공격의 방향은 달랐지만 군수물자의 보급으로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의 말과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과는 달리 작고 측대보라는 특이한 움직임으로 보잘것없어 보였던 몽골의 기병은 예상을 뛰어넘는 이동 속도로 유럽인의 허를 찌르며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몽골의 기병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몽골말은 작지만 측대보라는 움직임으로 말을 탄 상태에서 활을 쏠 때도 유리하였고 장시간 말을 타도 피로도가 적었다. 또한 보통의 군대 전술과 같이 후방의 대규모 보급선이 아닌 병사 각자 개인의 식량을 휴대하며 휴식 없이 말을 탄 채로 말린 고기를 먹으며 빠르게 진군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모스크바 침공 당시 전투에서 진 것이 아니라 추위에 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빠르게 모스크바를 점령할 것으로 착각해 무거운 외투와 동절기를 버틸 수 있는 장비를 모두 버렸기에 추위에 견딜 수 없어 동사하는 병사가 많았고, 이를 보고 버틸 수 없었던 나폴레옹은 수치스럽지만 결국 철군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전사의 교훈을 떠올리며 승패를 결정하는 보급, 유통을 배워서 적재적소에 제화를 공급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익히고 싶었다. 물론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최전선이기에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접근해야겠지만, 내 전공은 유통과 거리가 멀었기에 나는 밑바닥에서 유통을 배워야 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영업'직군의 업무는 어렵게만 느껴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소비자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접점에서 어떤 것이 최종적으로 소비를 결정하는지를 살펴보면서 매장 속의 레이아웃에는 '동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동구매를 자극하는 주동선과 목적구매를 이끌어내는 보조 동선의 차이를 현장에서 익히면서 결국 소비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필요에 의한 것도 있지만 소비 충동에 의해서도 많이 일어남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소매업이라는 B2C 분야에서 유통을 배웠고 지금도 일하고 있다. 과거보다 소비자의 영향력이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 중심으로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려는 풍조는 변함이 없다. 예상되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한테 알리기 위해 홍보 활동을 하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여 상품을 팔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B2C의 핵심이다.


 상품이 입소문을 타고 판매가 순풍에 배가 나가듯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상품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신라면'처럼 수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비자에게 선택과 사랑받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예상과 달리 판매가 부진할 수도 있기에 홍보와 마케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B2C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일단 팔려야 상품도 기업도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B2B 분야는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로 기본적으로 투자의 규모와 금액이 크기에 B2C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히 충동구매를 일으키게 만드는 마케팅의 힘이나 바이럴의 파급 효과보다는 구매자의 숨은 의도 속에 꽁꽁 감춰진 필요를 파악하여, 그들의 필요를 만족시켜 주는 자들만이 거래를 할 수 있다. 흔히 거래제안서를 신중하게 작성하여 구매자들 앞에서 치열한 프레젠테이션을 한 후 선택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프레젠테이션은 철저한 분석과 시장과 기업, 특히 조직문화와 사내 정치까지도 파악하여 작성한 자료여야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마치 자신이 입사하려는 기업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모른 상태로 면접을 보고 있는 지원자의 모습이라면 그 기업은 다시 제안서를 제출할 기회마저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제안서를 보고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있는 면접관들의 숨은 속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것을 알지만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라는 플랫폼에서 조잡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왜냐하면 이 선택이 기업의 존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은 철저한 이익 추구 집단이기에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이나 한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거나 흡수, 합병되는 것이 기업계의 생태이다. 기업은 절대 오너의 자선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B2B 영업은 상호 간의 신뢰를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기업 간 거래는 일종의 거래이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동행이기 때문이다. 혹여 거래의 결과가 좋지 않게 된다면 한쪽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두 기업 모두 파산의 철자를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장에서처럼 내 앞이나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전우를 선택하기 위해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앞으로 벌어진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어쩌면 이미 결정된 미래의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자 나만 믿고 따라올 것을 설파하는 선지자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B2B 영업의 모든 순간은 하나도 쉬운 과정은 없다. 거의 거래를 결정하는 단계라 할지라도 작은 것 하나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신뢰의 과정을 깡그리 깨부술 수도 있는 것이 B2B 거래이다.


  B2B 영업은 화룡점정의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다. 하지만 거래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로드맵을 그리고 단계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각자의 분야에 집중하고 서로 협력하는 공유의 과정을 거친다면 결코 불가능하지만도 않다. 범접할 수 없는 천재 한 명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B2B 영업을 통해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그 사람이 신뢰의 관계를 만들어 감을 알 수 있다.


 내 뒤를 맡길 수 있는 전우가 있다면 전쟁터보다 더 치열한 B2B 시장의 경쟁 속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맹목적으로 상대를 믿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실의 부정하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으로 지금을 의심하며 기업 간의 거래가 현실의 불편을 해소하는 미래의 편리함으로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도전의 열매를 수확하기 바라는 농부의 소망이자 기도일지도 모른다.



최강 조직을 위한 B2B 영업 특강 / 천세훈 / 블루오마주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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