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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27. 2024

판타지 소설의 매력

기통문, 구름과벗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잘 알려진 인간과 AI의 대국, 인간과 기계의 대결로 온 세상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들었던 대국은 다섯 번 중 알파고가 네 번이나 이기며 아쉽게도 인간의 패배로 끝났다. 대국 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승리를 예상했던 이세돌 9단은 첫판부터 알파고의 기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승부를 이어갔지만 연이은 패배 중, 제4국에서 180수 끝에 불계승으로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해설진들은 이세돌 9단의 78수를 '신의 한 수"라고 부르며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수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바둑은 모든 수가 연결되어 있고, 승자든 패자는 모두 대국 후 복기를 하며 자신과 상대가 두었던 수를 점검한다. 개인적으로 200수가 넘는 대국의 경우 모든 수를 어떻게 복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되기도 하지만 프로 기사들의 뇌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2016년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알파고는 몇 번의 업그레이드로 이전보다 더욱 똑똑한 AI가 되었고, 이세돌 9단과의 대결처럼 주목할 만한 대결은 아니지만 인간과 몇 번의 대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의 결과보다는 모든 수를 알고 있는 AI와 대국을 펼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이런 부담감을 이기는 멘털의 힘이 있어야 나의 수를 꿰뚫어 보고 있는 AI와의 대국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둑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힌 지 오래되었지만, 바둑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동네마다 한 곳씩 있었던 기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온라인으로 대국을 펼칠 수 있기에 오히려 바둑은 더 일상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바둑의 모티브로 한 <신의 한 수>라는 영화도 제작되어,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어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다.


 <기통문>이라는 소설도 <신의 한 수>라는 영화처럼 바둑을 모티브로 만든 판타지 소설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소재로부터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는 판타지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참신함이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되게 만들어준 인간의 상상력처럼 꿈으로만 존재했던 일을 마치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소설의 힘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능한 기사라고 할지라도, 결코 혼자서 바둑을 둘 수 없다. 프로 기사 이세돌 9단의 말처럼 바둑은 두 명이 만들어 가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정확히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게임 이상의 것임은 확실하다. 보통의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이와 맛이 있기에 현대 기술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바둑이 사랑받는 이유이다.



 판타지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소설가의 심오한 고뇌가 담긴 상상의 나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지만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스토리라면 현실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저 재미로만 읽는 것이 아닌 소설가의 상상에 동참하며 함께하는 것으로 상상에 상상을 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권지영 작가님의 <행복동 타임캡슐>이란 소설을 읽고 북토크를 한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소설 읽기를 통해 소설가의 필력을 느끼며, 나도 소설 쓰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하얀 백지를 가득 채우는 소설가의 고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힘이자 다채로운 창작의 세계이며 오지 않은 미래의 단편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내일이라고 믿는다.


 바둑처럼 심오한 대상뿐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것을 모티브로 삼아 소설 쓰기를 연습하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만들고 싶은 욕망으로 다양한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자 나의 일상과 현실을 다채롭게 만드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소설로 만들어가는 일상, 상상만 해도 즐겁다.



기통문 / 구름과벗 / 좋은땅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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