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뤄주는 책, 로버트 콜리어
나는 꿈꾸는 것을 좋아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을 보거나 먼 산을 보면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공상이니 망상이다 이런 평가를 했지만, 나에게는 이 시간이 말도 안 되는 상상에다 절대 현실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생각이었다고 할지라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부모님께서도 그런 시간에 책이라도 한 자 더 보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렇게 상상하는 시간이 좋았고 지금도 먼 산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군 복무 중 경계 근무를 서면서 철책 넘어 나무를 보는 것이 좋았다. 누구는 정말 무료하고 따분한 시간이라 불평하기도 했지만, 푸른 나뭇잎을 보면서 몇 개인지 세어도 보고 모양을 관찰하면서 보냈던 6개월의 시간은 무료하거나 따분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낸 시간은 신체검사할 때 시력이 2.5라는 경이로운 선물을 해주었기에, 가끔 눈이 침침하다고 느껴질 때면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이때의 일을 떠올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내 머릿속의 잡념도 흩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창밖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좋아했던 이유도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느껴온 학업에 대한 부담감, 성적을 잘 받고 싶다는 욕심,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 얽히고설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내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는 없었겠지만, 작은 틈이라도 만들어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이라도 들어오게 하는 나의 소심한 발악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았던 나는 꿈이 참 많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능력도 없었고 부족한 능력을 채워줄 의지나 노력도 없었다.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하나둘씩 하다 보니 보통의 삶을 살고 있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욕망은 변하지 않았다. 욕망은 늘 그대로였지만 간절하지 않았기에 매일 지속하지 못했고, 어쩌다 생각나면 한 번 하는 식이어서 욕망은 점점 허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2년 전, 처음 글쓰기 세계로 들어오면서 내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욕망을 담아 놓은 그릇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뼛속까지 이과생인 내가 글쓰기를 하면서 맞춤법에도 맞지 않은 글을 쓰고 공개하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맞춤법을 다시 공부하고 익히며 조금씩 글쓰기를 했다. 지금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의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 감각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양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찾아올 질의 글쓰기를 기다리며 매일 글쓰기를 할 뿐이다.
모두 아는 것처럼 글쓰기는 매우 정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복잡한 연상 작용과 생각의 단편을 연결하는 심오한 작업이 반복되는 매우 동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적이지만, 속에는 치열하게 움직이는 동적인 활동이 글쓰기이기에 내면의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한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기에, 마음이 지치면 몸도 지치고 반대로 몸이 지치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지칠 수밖에 없다. 내면의 동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외면에서도 동적인 활동을 해야 하고, 그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2달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책 읽기와 글쓰기가 주된 루틴이었다. 하지만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책 읽기에서 큰 실패를 겪으며 부침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시도하자는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해서 이전처럼 루틴을 회복할 수 있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각자의 사정과 이유가 있겠지만, 끝을 보기 전까지 포기할 수 없었고 해야 하는 방법을 찾아 그냥 했을 뿐인데 지금도 매일의 글쓰기와 책 읽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루틴을 지속하기 위해 강한 체력이 필요함을 느껴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그분과 같은 루틴을 만들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344km를 달렸고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한 체력을 만드는 중이다. 글쓰기와 달리기,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글쓰기를 위해 달리기를 한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다. 의외로 달리면서 글쓰기 글감을 발견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달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할 뿐이다.
달리기를 처음 했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글쓰기와 책 읽기, 어느 것에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달리기를 포기할까 고민하던 찰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려보기로 했고 거북이처럼 느렸지만 절대 멈추지 않고 꾸역꾸역 달렸다.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였지만, 걷지 않고 달리며 완주하려고 노력하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나는 1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러너가 되어 있었다. 매일의 달리기를 글감으로 삼아 글쓰기를 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나의 달리기 성장기는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내 삶이 끝나는 순간 나의 달리기가 멈추겠지만 그때까지 부지런히 달릴 계획이다.
로버트 콜리어의 저서, <꿈을 이뤄주는 책>은 제목 그대로 꿈으로 나를 이끌어 주는 귀한 책으로, 다만 꿈에 이르는 지름길은 없으며 모두에게 똑같은 길은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길이 있기에 가장 먼저 나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 그것을 하려는 욕망을 가진 채로, 포기하지 않고 꿈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시도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 이미 내가 꿈꾼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매일 그것을 상상하는 것도 꿈에 이르는 과정 중 하나이다.
우선 꿈을 꾸는 강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밥 먹고 자는 것을 포기해도 괜찮을 정도로 꿈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다면, 지금은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꿈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을 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심정으로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버틴 선구자들의 경험담은 나에게 귀한 메시지를 전한다. '빙산의 일각'처럼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아,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의식의 세계를 넘어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세계 속에서 꿈을 향해 끊임없이 외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는 반드시 꿈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며, 꿈을 향한 열망이 레이싱 자동차의 부스터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내면과 외면도 연결되어 있으며 내면에 있는 나의 잠재의식도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저서 <연금술사>에 나오는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라는 문장처럼 간절한 열망이 필요할 것이다.
이 열망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내가 나를 모르는 데, 그 누구도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열망이라면 그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참고 인내하며 견딜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지금 내가 열망하는 책 읽기와 글쓰기, 달리기가 나를 어떤 꿈으로 이끌어 줄지 모른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조금씩 나를 이끌어 주며 오늘의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나는 열망하고 또 열망한다.
꿈을 이뤄주는 책 / 로버트 콜리어 / 스노우폭스북스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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