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뼛속까지 이과생인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상상한 적도 없지만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가장 큰 골짓거리는 문장 구조였다. 물론 맞춤법도 문제였지만, 맞춤법 교정 기능이 있어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문장 구조는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을 읽는 것과 같은 곤욕도 없을 것이다.
쓰는 내가 봐도 어색하고 이상한 문장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썼다. 퇴고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어색하고 이상함을 떨쳐버리지 못한 내 문장이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브런치 스토리와 블로그에 내 글을 올렸다. 누가 이 글을 볼까 걱정하기보다는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썼다는 사실과 글을 쓴 내가 대견하다고 느꼈을 뿐이다.
글쓰기 관련 책을 여러 권 읽고 필사도 하며 작가의 문장과 생각을 훔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고 일 년 넘게 반복하며 애썼으나, 내 글은 여전히 어색하고 이상한 문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조금씩 어색함과 이상함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움과 보통의 문장으로 채워짐을 느꼈다.
지금도 가끔 처음 글쓰기를 할 때의 글을 보면 읽어도 읽어도 부끄럽지만, 결코 수정하거나 삭제할 생각은 없다. 이런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과거가 부끄럽다고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의 현재도 점점 엹어지며 색이 바래져 갈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가 있기에 자랑스러운 현재가 있다고 믿는다.
조금씩 나의 글은 자연스러워지고 문장 구조도 유연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퇴고의 순간은 괴롭고 힘들다. 퇴고를 하지 않고 공개하는 글은 마치 화장기 없는 얼굴로 대중 앞에 서는 여배우의 고뇌처럼 나에게 다가 오지만, 퇴고를 한다고 해서 내 글이 화려해지거나 유명 작가님의 문장이 되지 못한다.
필사를 하며 내가 닮고 싶은 작가님의 문장을 따라 쓰지만 그 문장을 쓸 때의 작가님의 의도와 감정을 결코 알 수 없는 나이기에 그분의 문장과 내가 베껴 쓴 문장은 같을 수 없다. 오히려 같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헛된 욕심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다고 느껴, 한 동안 필사를 하기 싫었고 괴로웠다.
하지만 다시 필사를 하면서 작가와 같아지려는 헛된 욕망을 버리고 내 손 끝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그 문장과 비슷한 나만의 문장을 쓰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내 손 끝에서 세상에 태어난 내 문장이 어색하고 이상하지만 나에겐 자식과도 같은 문장이라 차마 버릴 수 없었다.
퇴고의 순간에도 버리지 못했던 문장이 남아 여전히 어색하고 이상하지만, 어색함과 이상함 속에는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열망이 녹아있다. 이 열망은 현재의 나이며 동시에 미래의 나이다. 오늘의 내가 없다면 내일의 내가 존재할 수 없기에 용광로보다 뜨거운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풀무질을 한다.
내일 내가 어떤 글을 쓸지 모르지만, 여전히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며 성장하는 글쓰기를 하겠다는 의지와 신념을 하얀 종이 위를 가득 채우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조금씩 작가의 문장을 닮아가며 언젠가는 작가의 문장에 필적하는 나의 문장을 쓸 날을 기대하고 소망한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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