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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동네 한 바퀴

밤뿐만 아니라 새벽도 아름다운 오타루

by 조아

오랫동안 기다렸던 홋카이도 여행의 첫날, 니혼햄 파이터스의 새로운 구장 에스콘 필드와 삿포로 시 주변의 공원을 다녀온 후 숙소를 잡은 오타루에 왔다.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오타루는 처음 홋카이도를 여행 왔던 그날 이후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대로였고 내일 아침 이 오타루를 달리는 나를 상상하며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오고 있었고, 잠시 달리기를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오타루를 달릴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기에 우중 달리기까지 감안하고 밖으로 나갔다. 오타루를 몇 번 방문했었지만 단 한 번도 달리기를 하지 않았기에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용감하다”라는 말처럼 오타루를 잘 모르기에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나마 오타루 운하 주변은 잘 알고 있어서 운하 주변에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달릴 준비를 하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길이 미끄러우니 신경 써서 달리기 위해 페이스를 조절했고,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오타루 운하 주변에서 첫 오타루 동네 한 바퀴 달리기를 했다.



비도 오고 달리기에 있어서는 초행길인 오타루 달리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홋카이도의 숨은 진주와 같은 도시, 영화 <러브 레터>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오타루에서 처음으로 달리기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신기했고, 백 개의 지역을 달리겠다는 엉뚱한 프로젝트의 한 축을 했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평소 달리기 연습할 때처럼 페이스가 안정적이지 않고 난생처음 경험하는 오타루 운하 주변의 신호 체계도 모르기에 도로를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신경 쓰며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 노력했고 결론적으로 아무런 사고 없이 달리기를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여행까지 와서 달리기를 하냐고 나에게 반문할 수도 있지만, 과거 오타루로 여행을 왔을 때 무엇 때문에 달리기를 하지 않았는지 나 스스로에게 반문하였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다를 수 있는 것처럼, 그때는 달리기의 매력을 몰랐지만 지금은 달리기가 내 삶을 변화시켜 주는 힘을 누리기에 여행 중에도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달리기를 마칠 때쯤에는 다행히 비도 그쳐서 둘째 날 여행에 지장이 없었다. 여행을 하기 전 달리기를 해서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오타루 골목 곳곳을 달리며 동네 한 바퀴를 달리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오타루의 숨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늘 늦은 밤 오타루의 운하만 보았지만 새벽 동이 트는 오타루 선착장 주변을 달리면서 운하만 보고 좋아했던 나의 편협한 여행 간을 반성했다. 여행지 주변을 걸어 다니며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유명 관광 명소만을 보고 그 지역을 다 보았다는 어리석은 언행을 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여행지의 동네 한 바퀴를 달리며 숨은 매력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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