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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 동네 한 바퀴

하코다테의 골목길 감성

by 조아

둘째 날 숙소인 <유노카와 온센 에미 하코다테야>는 하코다테를 방문할 때마다 늘 묵었던 곳이다. 코로나19로 여행업에 심각한 타격이 있던 때 처음 묵었는데, 때가 때인지라 저렴한 가격에 조식까지 포함된 서비스가 있어 이용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조식도 맛있지만 아름다운 노천온천 뷰 맛집이기도 한 이곳이 3성급 호텔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을 정도이다.


홋카이도 여행을 할 때마다 늘 조식은 먹지 않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했는데 이곳에 묵을 때는 조식 서비스를 이용한다. 아침 7시쯤 조식을 먹으러 가면 신선한 회부터 각종 해산물까지 풍성하게 진열된 모습을 보면 절로 감탄을 연신 터트린다.



이렇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횟감과 해산물을 손질한 요리사의 노고가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회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선배님과 나는 회를 먹지 않기에 준비한 노고에 박수를 보내기만 할 뿐이다. 해산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 호텔의 조식 서비스는 정말 마음에 들어, 처음 묵었을 때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오고 싶었을 정도였다.


이런 조식을 먹기 위해서는 어제보다 더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달리기로 했다. 어제 하코다테 로프웨이 마지막 운행을 즐기고 숙소에 10시가 넘은 시간에 들어와 온천을 즐기고 허기진 배를 채웠더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날이 아니면 하코다테를 달릴 수 있는 기회가 내년에야 올 것 같아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하코다테와 이 숙소에 여러 번 방문했지만 새벽의 하코다테는 너무나 낯설었다. 늘 어두워진 저녁이 돼서 숙소와 들어와 온천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 잠만 자고 다음날 일정을 위해 호텔을 나섰기에 새벽녘 하코다테의 정취를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번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공간이 아닌 하코다테의 골목골목을 느끼고 싶었다.



숙소를 나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니 숙소 주변에 있는 공원과 족욕탕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일본에서는 온천을 누릴 수 있지만 숙소 인근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노천 족욕탕이 있다는 사실을 몇 년 만에 처음 알게 되었고 달리는 중만 아니라면 잠시 족욕을 하고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처음 하코다테의 골목을 달리는 것이라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숙소 주변을 크게 돌아 달리면 숙소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달렸고, 약 2km 정도 달렸더니 어느새 숙소와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였다. 숙소 주변을 크게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2km 정도의 거리여서 한 바퀴 더 달린 후 예약한 조식 시간에 가기 위해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다.



상쾌하게 아침 온천을 하고 조식을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선배님은 여행을 온 건지 달리기 전지훈련을 온 건지 모르겠다며 놀리셨지만, 매일 아침 달리기 하는 습관은 좋은 것이라고 하시며 칭찬하셨다. 매일의 달리기 루틴을 하코다테에서도 실천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코다테의 골목을 달리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아침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날 오타루 운하의 주변을 달렸던 것과 달리 하코다테의 주택과 건물들 사이에 잠들어 있던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하코다테의 숨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일정 때문에 4km 밖에 달리지 못했지만 하코다테에서 처음 달리기를 한 이날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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