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키와 코엔과 이시카리 강의 만남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마지막 날, 연이은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했지만 새벽 달리기를 위해 일찍 일어났다. 어제부터 눈여겨봐 온 숙소 인근에 있는 도키와 코엔에 있는 백조를 닮은 ‘swan lake’를 보며 달리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매일 크고 작은 공원을 갔고, 공원을 걷거나 달리며 홋카이도의 평온함을 누렸다. 정성스럽게 가꾼 수목들이 주는 생명력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더욱 홋카이도 공원의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다.
숙소에서 도키와 코엔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고 처음 가는 길이지만 용감하고 무식하게 달리는 것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타루, 하코다테와는 달리 아사히카와는 숙소 바로 옆이 시청이고 NHK 방송국도 있어 오피스가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라 치안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입지 때문에 숙소에 여행객뿐만 아니라, 이곳으로 출장 업무차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 말끔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도키와 코엔 안에는 도립 아사히카와 미술관과 중앙도서관도 있어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공원을 걷는 것뿐 아니라 전시회와 책을 볼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원을 향해 가는 길, 작은 정원이 있는 일본풍 주택을 보면서 아사히카와에 살고 있는 현지인의 새벽은 어떤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여행객은 알 수 없는 호기심 가득한 이방인의 시선으로 현지의 모습을 느끼는 좋은 기회였다.
마침 새벽이라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도 횡단보도 신호를 잘 지키는 일본인들을 따라 신호를 준수하여 공원에 도달했고 고요함 속의 웅장함을 느끼며 도키와 코엔을 달렸다. 언뜻 보아도 수령이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를 보며 홋카이도의 침묵에 빠져들었다. 공원을 두 바퀴째 돌던 때 공원 옆 이시카리 강이 흐르는 제방으로 가는 길이 보여서 방향을 바꾸어 제방으로 올라갔다.
마치 집 근처 율하천과 비슷한 느낌의 이시카리강 제방길에는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시는 분, 자전거를 타시는 분 등 공원 인근 동네분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이 길을 처음 달리기에 겸손한 신입의 자세로 강 주변을 구경하며 천천히 달렸고, 영상 3도의 쌀쌀한 날씨에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는 내 모습은 주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솔직히 눈치가 보였다.
귀국하는 날이라 이미 짐을 다 챙긴 상태라 여벌의 옷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기 전에는 조금 추웠지만 공원을 반 바퀴 달렸을 때부터는 온몸에 땀이 흘러 추운 줄 몰랐고, 오히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나온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에서는 열기가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동장군의 기세가 기승하는 한 겨울에도 달리기를 즐기는 이유가 몸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느끼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공원을 한 바퀴 더 달렸다.
이곳에는 '지도리가이케'라는 연못이 있는데 연못과 연결된 물줄기를 조감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백조같이 보인다고 해서 'SWAN LAKE'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구글맵에서 숙소 근처를 검색하다 달리기 장소로 선정한 이유도 swan lake를 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한 것이든 백조의 형상을 하고 있는 연못이 공원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아사히카와에서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달리기를 마친 후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면서 백지달(백 개의 지역 달리기)이라는 프로젝트에 장소 한 곳을 추가할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아사히카와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기쁨이 추가되어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몇 번 아사히카와라는 도시에 왔었지만 낮에 도시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다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한낮의 아사히카와 탐방이란 밀린 숙제를 해야겠다.
사실 이곳은 후라노와 비에이로 가는 관문이자 홋카이도 3대 라멘집이 있는 맛의 고장이며 흰 눈 내리는 날 펭귄들이 행진하는 곳으로 유명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다. 지금까지는 양고기를 맛보기 위해 방문하여 숙소에서 잠만 자고 갔지만 다음 여행에서는 아사히카와의 숨은 매력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장면과 마주하고 싶다. 달리기를 통해 처음 만나는 시선이 나를 더욱 다채로운 시선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 줌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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