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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4. 2024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1일 차

돔구장과 공원에 매료되어 사무치다

 10월의 홋카이도 여행을 하는 출국 날, 새벽부터 달리기를 하고 정신없이 공항에 도착했다. 마침 부산국제영화제를 보기 위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방문한 관광객으로 출국 수속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비행기 탑승 시작 2시간 전부터 공항에 온 습관에 아주 만족했다. 공항 근처에 살아서 여유를 부리고 왔다면 내 앞에 있는 손님처럼 탑승에 늦었다고 일일이 양해를 구하여 대기 줄의 순서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번 여행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 3번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행운을 누림에 감사하며 여행 코스도 가보지 않은 곳이나, 가보았어도 꼭 다시 보고 싶은 곳만 엄선해서 일정을 잡았다. 일반적인 여행 코스와는 달리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날도 있지만,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감안하더라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서 포기하기 어려웠다. 가족 여행에서는 절대 실행할 수 없는 강행군이라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매번 출국 시 검색대에서 한 번은 걸렸지만 이번에는 무사통과로 검색대를 빠져나갈 수 있었고, 매번 검색대에서 걸리는 소지품을 아예 휴대하지 않아서 빠르게 나올 수 있었다. 일부러 용량이 보조배터리도 가져오지 않았고, 충전 케이블은 파우치 안에 잘 정리해서 넣어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했다. 늘 나보다 먼저 검색대를 나와 내가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구경하던 아이가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무사히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서 물품을 수령한 후 비행기를 기다렸다.  



 

 약 2시간 40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신치토세 공항에 착륙하여 일본 입국 수속을 마치고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계획된 시간대로 도착하여 5월에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한산한 렌터카 회사 분위기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빠르게 서류 업무를 마치고 처음으로 렌트하는 스즈키 경차를 타고 홋카이도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다. 남자 둘이 여행하는 것이라 큰 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경차를 렌트했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신치토세 공항 인근 소바 전문점인데 5월 가족 여행 때 우연히 방문한 곳으로 자가제면의 소바와 우동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분명 홋카이도 도착 전 '영업 중'으로 되어 있었는데 방문하니 문이 닫혀 있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고픈 상태가 선배님께서 예민해지실 까봐 서둘러 3월 여행 때 일정 상 가보지 못한 MLB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선수가 뛰었던 '니혼햄 파이터스'의 홈구장 에스콘 필드로 향했다.



 일본 프로야구 리그인 NPB는 총 12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참 부럽게도 6개의 팀이 날씨와 상관없이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을 사용한다. 이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삿포로시를 연고로 하는 니혼햄 파이터스의 새로운 홈구장인 <에스콘 필드>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다르빗슈 선수와 LA 다저스에서 뛰는 오타니 선수가 속했던 팀이기도 하다.



 원래 삿포로시 외곽에 있는 삿포로 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는데 프로 축구팀과 함께 사용해서 사용에 제한이 있었는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새로운 구장을 지었고 특히 날씨에 따라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식 돔구장이다. 한국 프로야구팀에는 고척돔, 단 한 곳만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너무나 부러웠다. 딱 한 번 고척돔에 가 본 적이 있는데 돔구장이라는 장점만 있고 주차 문제와 구장 크기 등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에스콘 필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넓은 주차장과 숙박하며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호텔이 돔구장 내부에 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크기로 웬만한 돔구장을 압도한다. 평일 경기가 없을 때는 무료로 개방하여 에스콘 필드를 방문한 사람들이 돔구장의 이곳저곳을 방문할 수도 있고 삿포로 돔에서와 같이 돔구장 투어 서비스를 신청하면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선수들이 사용하는 락커까지 구경할 수 있는 특전을 누릴 수 있다.



 부러움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글라스 피라미드가 있는 모에레누마 공원으로 향했다. 홋카이도를 여행할 때마다 여러 공원을 가보았지만 모에레누마 공원은 압도적인 크기에 놀랐다. 특히 겨울 눈썰매를 탈 수 있다는 가파른 경사가 있는 작은 산은 마치 만주 벌판에 있는 고구려 고분처럼 보일 정도였다. 홋카이도 겨울 여행 때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아 눈썰매를 타보지 못했지만 훗날 아이와 함께 오게 된다면 하루 종일 눈썰매를 탈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홋카이도를 여행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곳의 3시는 한국의 6시와 같은 기분이 든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삿포로시는 중국의 선양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비슷한 위도에 있어 내가 살고 있는 부산보다 해가 빨리 진다. 모에레누마 공원 경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니다 서둘러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든 부처상을 보기 위해 마코마나이 공원으로 향했는데, 아쉽게도 이곳에는 부처 상이 없었고, 부처의 언덕이라는 곳으로 급히 가보았지만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이번 여행의 첫날밤을 보낼 숙소가 있는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오타루로 향했다. 오타루에서 묵을 때면 늘 '소니아'라는 호텔에서 묵었는데 처음으로 <도미 인 프리미엄>이라는 곳을 이용했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친절하신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주차를 하고 일본 호텔에서도 일상이 되어 버린 키오스크를 이용해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하루 종일 에스콘 필드에서 먹은 우동이 전부여서 피로도 풀 겸 온천욕을 한 후 호텔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저녁을 사서 방에서 먹었다.



 깊은 밤, 낭만에 젖은 오타루 운하를 바라보며 첫날의 피로는 따뜻한 온천물에 흘려보냈기에 전혀 피곤을 느낄 수 없었다. 선배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의 일정을 점검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새벽, 오타루 운하 주변을 달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백지달(백개의 지역을 달리기) 프로젝트 한 편을 써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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