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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5. 2024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2일 차

처음 가보는 낯선 곳이 주는 여운

 간밤에 내린 비로 오타루의 새벽은 더욱 낭만에 젖어 있었다. 여행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 여행지에서도 달리기를 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이었는데 여러 번 해외여행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달리기를 한 적이 없기에 정말 기억에 남고,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그곳의 숨은 매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늘 오타루 운하 주변만 걸었는데 운하 뒷길을 달리면서 오타루 항구에 정박한 배와 항구 주변의 넓은 길을 달리며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출국하기 전에도 달리기를 해서 여행을 시작했듯이 매일 일정을 시작하기 전 달리기로 몸을 예열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서 남은 일정 중에도 별일이 없으면 달리기로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오타루 쇼핑거리를 지나 아이가 좋아하는 오르골당을 반환점으로 하여 돌아와서 아침 온천을 즐기고 둘째 날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의 첫 방문지는 '테미야 공원'으로 오타루의 뷰 맛집인 공원이다. 어제도 두 곳의 공원을 방문했는데 정말 좋았기에 오타루의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공원을 향해 거친 오르막길을 달려 도착했다.



 새벽까지 비가 내렸고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었지만 테미아 공원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빛나고 있었다.  오타루의 바다를 볼 수 있는 뷰 포인트에 이르니 지금까지 처음 보는 오타루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다 근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원 언덕에서 보는 아침 햇발에 빛나는 오타루 바다의 색깔은 황금빛이었다.


 또한 이곳은 영화 <러브 레터>의 촬영지이기도 해서 남자 주인공인 여자 주인공의 머리에 종이봉투를 씌어주었던 곳이기도 하다. 옛날 활발히 오타루 항구로 드나들었던 수많은 배들의 영화가 살아 돌아온 듯한 모습이 보여 신기했고, 따뜻한 오타루의 아침 햇살이 가득한 공원의 나무들도 크고 멋있어서 더 좋았다.



 오늘은 처음 방문하는 홋카이도의 서쪽을 여행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서둘러 다음 방문지인 카무이 곳을 향해 달렸다. 카무이 곶을 가지 전에 차 안에서 '시마무이 해안'을 보았는데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사코탄 블루'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바다 빛깔에 취해 정면을 보고 운전하기 너무 힘들 정도였다.


 오늘 일정 중 가장 기대되었던 곳이 바로 '카무이 미사키'라는 곳인데 전망 명소로 유명하고 홋카이도 유일의 해중공원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의 콘셉트가 공원 투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매일 새로운 공원을 방문하면서 공원을 보는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카무이 미사키는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를 볼 수 있으며, '샤코텐 반도'에서도 제일 뛰어난 절경인 관광 명소이다. 이름에 걸맞게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올 정도로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고 조금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올라가니 정말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특히 산책로 끝에 있는 등대 앞에서 보는 전망이 유명한데 강풍으로 등대로 가는 길이 통제되어 있어 아쉬웠다. 등대로 가는 길 입구에 '여성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있는데 과거 이곳에 살았던 한 남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전설 때문인데 여자가 이곳에 오면 풍랑을 일으킨다고 믿기에 이런 팻말이 붙어 있다고 했다. 실제로 1855년까지 여성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매점에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다음 방문지인  후키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방문할 계획이 없었지만 카무이 곶에서 시코츠 호수까지 한 번에 가기 너무 멀어 중간에 휴식도 취할 겸 경유지를 찾다 발견한 곳이다. 후키다시 공원에는 일본 100대 명수로 선정된 약수가 있는데 사계절이 아름답지만 겨울철 명소로 아주 유명하다. 특히 겨울 동안 쌓였던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약수를 마시면 회춘한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이다.



 조식을 먹은 후 아무것도 먹지 않아 공원 안에 있는 식당에서 라멘과 돈가스 정식을 나눠 먹고 도야 호수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시코츠 호수로 이동했다. 스코츠 호수는 둘레만 약 40k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호수로 수심도 300m가 넘는 칼데라호이다.



 깊은 수심으로 추운 홋카이도의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주변 목제 산업이 발달해서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날랐던 철로가 있을 정도로 호수와 나무가 아름다운 곳이다. 시코츠 호수를 조금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 오리 배를 타려고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타지는 못했고 대신 캠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번에는 이곳에서 캠핑을 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홋카이도의 오후 다섯 시는 한국의 저녁 8시와 비슷할 정도로 금세 어두워져서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인 하코다테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서둘러 이동했다. 280km 넘는 거리를 자동차로 달려 밤 9시 전, 마지막 로프웨이를 탈 수 있는 시간에 도착해서 어두운 밤 아름다운 불빛으로 빛나는 하코다테의 야경을 보기 위해 곤돌라에 올랐다.



 작년에 비해 요금이 무려 800엔이나 올라 조금 놀랐지만, 눈에 담기도 어려운 하코다테의 야경을 보기 위해 티켓을 발권하고 위로 올라갔다. 마지막 운행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작년보다 더 편하게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0월에도 전망대 꼭대기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 몇 장의 사진만 찍은 짧은 시간에도 추위를 느껴, 숙소에서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온천욕이 생각나서 서둘러 내려왔다.


 하코다테에 올 때마다 묵어 너무 익숙한 <유노카와 온센 우미 토 아카리 휴잇 리조트>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하코다테 전망대에서 보았던 검은 바다를 보며 온천욕을 하고 아주 늦은 저녁을 먹으며 둘째 날 밤을 보냈다. 이날 운전한 거리가 무려 514km가 되었지만 전혀 피곤한 줄 몰랐다. 침대에 누우니 온천욕으로 느슨해진 몸에 배부른 상태라 금방 잠들 수 있었고, 내일도 숙소 주변을 달리는 상상을 하며 일 년 만에 방문하는 하코다테의 밤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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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https://brunch.co.kr/@ilikebook/893

2.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1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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