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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7. 2024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3일 차

남쪽에서 복쪽까지

 일 년 만에 보낸 하코다테에서의 밤은 짧지만 긴 휴식을 안겨 줄 정도로 숙면을 취했다. 하코다테의 야경을 즐기느라 평소보다 늦게 잤지만, 숙소에서 온천욕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기에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제 5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했지만 이날은 더 먼 거리를 운전해야 했기에 미리 각오를 해두었지만 홋카이도 최고의 양고기를 먹기 위해 동북지역의 관문은 '아사히카와'라는 도시로 가야 한다.



  아사히카와로 출발하기 전 하코다테를 방문한 세 가지 이유 중 숙소를 제외하고 '고료카쿠 공원'과 'Super sports Xebio'라는 방문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조식을 먹고 짐을 챙기는데 프런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인지 의야 해 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어젯밤 선배님께서 차에서 내리면서 지갑을 흐린 것 같은데 호텔 직원이 습득하셔서 찾아주신 것이었다.


 서둘러 로비로 내려가 지갑을 받아 돌아와 확인을 해보니 내용물이 그대로 있어서 엄청 놀랐다. 감사의 보답을 하기 위해 프런트로 찾아갔지만, 이미 퇴근하셨는지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 나는 모르겠지만 선배님은 홋카이도에 올 때마다 이 호텔에서 묵어야 하는 이유가 생기셨을 것이다. 지갑도 찾아주고 내용물도 그대로인 좋은 기억을 남기고 별 모양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향했다.



 에도 막부, 일본은 서구 열강에 의해 본격적인 개항을 시작했는데 일본 최초의 개항장이 바로 하코다테이다. 이런 이유로 하코다테에는 엣 영국 공사관과 서양식 교회 등, 서양 문물이 들어왔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료카쿠'라는 말도 다섯 개의 뿔을 의미하는 것처럼 독특한 별 모양으로 되어 있는 공원 안에는 '부교쇼'라는 옛 일본 관청 건물이 남아 있을 정도로 행정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작년 여행 때는 공원 앞에 있는 '고료카쿠 타워'에 올라 탁 트인 도심의 전망을 바라보았지만, 이번에는 공원을 한 바퀴 걸으며 공원을 진심으로 느껴 보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주변에 오래된 벚꽃나무들이 있어 봄이 되면 수많은 벚꽃으로 휘날리는 전경을 상상하니 꽃 피는 봄이 올 때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올랐다. 늘 눈으로 덮인 경치만 보았지만 가을의 고료카쿠는 또 다른 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완연한 봄이 왔을 때의 전경을 꼭 보고 싶었다.



 사실 고료카쿠 공원 내부에는 오래된 나무와 성벽과 해자로 만들어진 성의 흔적이 남아 있어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발걸음으로 성과 같은 별 모양의 흔적을 남기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배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걸었다. 하코다테를 방문하기로 했을 때 새벽 달리기를 이곳에서 하고 싶었지만, 일찍 조식을 먹을 수밖에 없어 달리기를 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걸으며 대신했다.



 공원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Super sports Xebio>는 작년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방문한 곳이다. 야구와 배드민턴 마니아이신 선배님께서 평소 잘하지 않으시는 쇼핑을 했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선배님은 야구 글러브와 야구화, 배드민턴화를 구경했고 나는 다양한 종류의 러닝화를 구경하면서 신어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했다. 러닝화를 구경하다가 아식스 러닝화와 잠시 고민을 했지만 요즘 인기 있는 'ON'이란 브랜드의 러닝화를 면세의 혜택을 받으며 저렴하게 구매했다.



 이제 동북단의 관문 도시인 아사히카와를 향해 먼 길을 출발했는데, 처음에는 하코다테에서 한 번에 가려고 계획했지만 거리만 436km, 5시간 30분 이상이 걸려서 중간에 잠시 쉬어갈 곳을 찾다가 도야 호수 인근에 있는 우스산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우스산은 2000년에 분화된 적이 있고 과거 100년 동안 무려 네 번이나 분화 활동을 한 활화산으로 지금도 분화구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 이곳은 곤돌라를 타고 약 5분 정도 지나면 도야호 전망대에 오를 수 있으며 도야 호수와 쇼와신산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 우스산 화구 전망대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우스산 화구와  우치우라만을 품은 태평양을 볼 수 있는 전경이 펼쳐진다. 그동안 우스산의 절경을 보지 못했던 이유가 동절기 1월에서 4월까지는 눈으로 폐쇄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봄에 한 번 더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았다.



 우스산에서 내려와 도야 호수 인근 편의점에 들어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아사히카와로 향하는 먼 길을 떠났다. 아직 275km를 더 가야 하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대를 잡았고, 어느덧 고속도로에는 어둠이 내려 더욱 조심해서 운전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먼 거리를 운전하는 날이라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가장 다시 가고 싶었던 곳이었던 <징기즈칸 다이코쿠아 고쵸메점>이었기에 피로와 지겨움을 참을 수 있었다.



 홋카이도에는 양고기 전문점을 쉽게 갈 수 있고 삿포로시에 있는 징기즈칸 다루마에도 가보았지만, 홋카이도에서 맛과 가성비로 따졌을 때 최고의 양고기 전문점은 바로 <징기즈칸 다이코쿠아 고쵸메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곳은 바 테이블만 있지만 이곳은 가족끼리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사각 테이블이 있어 가족 단위로 와도 좋다. 특히 추운 겨울, 추위에 떨며 기다리지 않도록 점포 건너편에 대기하는 공간까지 있어 손님을 배려하는 사장님의 마음을 엿볼 수도 있다.


 조식을 제외하면 거의 먹은 것인 없는 상태에다 장거리 운전을 해서 식욕이 하늘을 찔렀기에 맛있는 양고기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먹는데 집중했다. 작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성인 남자 두 명이서 배불리 먹어도 만 엔이 안 나올 정도로 가성비와 맛,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곳이다. 아사히카와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청의 호수를 보기 위함이지만 그 이면에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맛있는 양고기를 즐기기 위함도 있었기에 먼 거리를 운전해서 올 수 있었다.



 온몸에 양고기 냄새를 저장하고 장거리 운전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10월의 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낼 숙소를 향해 갔다. 선배님 지인분께서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숙소는 <OMO7 호시노 리조트>로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서 인기 만점이라고 했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셀프 체크인을 해서 숙소로 들어갔고, 옷을 갈아입은 뒤 지하 1층에 있는 대욕장에서 온천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핼러윈 데이를 겨냥해 로비를 장식한 이곳은 주차장이 호텔에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주차비는 무려 24시간 동안 천 엔이라서 체크아웃 후 아사히카와 시내를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구경할 일정이 있다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하에 있는 대욕장은 온천이라기보다는 동네 목욕탕 느낌이 더 강한 곳이었지만 여행에 지친 몸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편의점이 인근에 없다는 것도 감안한다면 다시 아사히카와에 방문했을 때 여러 조건을 검토해서 가장 합리적인 숙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4일 차 아침 아사히카와 동네 한 바퀴를 달리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사히카와의 아침을 누릴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오타루, 하코다테에 이어 아사히카와까지 달리며 홋카이도 동쪽에 있는 사로호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내 모습을 그려 보았다. 운이 좋으면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달릴 수도 있을 것이며, 한계에 도전하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피로가 풀릴 정도로 아사히카와의 밤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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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https://brunch.co.kr/@ilikebook/893


2. 1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896


3. 2일 차

https://brunch.co.kr/@ilikebook/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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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즈칸다이코쿠야고쵸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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