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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5시간전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4일 차

맑은 하늘 아래 청의 호수

 아사히카와 숙소 인근에 있는 도키와 코엔 주변을 신나게 달리고 숙소로 돌아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온천욕을 즐기고 짐을 챙겨 호텔 밖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다녔던 곳보다는 확실히 북쪽에 있고 바닷가 근처가 아니라 눈의 나라답게 쌀쌀함을 느낄 수 있는 아침이었다. 하지만 새벽 달리기에 온천의 열기까지 더해져 반팔 차림으로 다니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사히카와 동네 한 바퀴를 했더니 쌀쌀한 날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에서 열기가 나오며 땀범벅이 되어 서둘러 온천욕을 하며 냉탕에서 달리기로 달궈진 몸을 식히며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마지막 날을 준비했다. 달리기를 하며 느낀 것이지만 비가 왔던 첫째 날 이후로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맑은 하늘 아래 청의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온몸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였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한 맑은 하늘 아래 청의 호수를 감상하는 것은 몇 번의 홋카이도 여행을 했지만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라, 삼대가 덕을 쌓아야 정상을 허락하는 지리산 천왕봉처럼 이제야 마주할 수 있는 자격을 누리는 것 같다. 아사히카와시를 떠나기 전 편의점에 들러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서둘러 청의 호수로 향했다.



 원래는 '코에루'라는 수프 커리 전문점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영업시간이 11시부터라 이동과 감상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서 과감하게 포기했다. 홋카이도 사람들에게 영혼의 음식(소울 푸드)인 수프 커리를 제대로 맛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 만큼 맑은 하늘 아래 청의 호수는 절대적인 선택지였다.



 지난 5월 가족 여행으로 방문했을 때는 비도 오고 잔뜩 흐린 하늘이라서 호수에 비친 하늘을 볼 수 없었지만 드디어 이번에는 하늘과 같은 색의 영롱한 호수를 보며 감상에 젖을 수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 그런지 늘 한적했던 주차장도 관광버스와 사람들도 가득 찰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늘 적막함으로 가득 찼던 청의 호수는 시끌벅적했다.


 맑은 하늘 아래 청의 호수 주변에는 감탄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소리만 있었고, 하늘 한 번 호수 한 번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앙상한 나무를 경계로 하늘과 호수가 나눠지는 정경을 바라보며 영롱한 빛깔의 아오이이케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새벽 동이 틀 때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 여행에는 한 번 도전해 볼 것을 계획했다.



 지난 5월, 아이는 맑은 하늘 아래 청의 호수를 보지 못함을 아쉬워했지만 청의 호수 빛깔과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뻐했던 기억이 나서 선배님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추억과 기쁨에 빠져들었다. 청의 호수 인근에 있는 흰 수염폭포를 보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고, 웅장한 소리와 함께 청의 호수로 흘러가는 뜨거운 온천물의 움직임에 볼 때마다 경의로움을 느꼈다.



 청의 호수로 흘러가는 물줄기의 색깔도 영롱한 푸른빛을 하고 있어 흰 수염 폭포에 흐르는 온천물의 성분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팜 토미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행지마다 그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있는데 홋카이도는 사계절 모두 방문해서 각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삿포로 눈 축제'를 하는 겨울보다 더 성수기인 '라벤더 축제'를 하는 여름에는 웃돈을 주고 비행기 티켓을 구할 정도이다.



 바로 라벤더 축제의 중심이기도 한 '팜 토미타'는 형형색색의 허브를 심어 놓은 색깔의 축제이다. 여름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 허브가 남아 있어 라벤더 축제에 오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리기 충분했다. 팜 토미타는 온통 보라색 빛으로 물든 공간인데 모터사이클마저도 보랏빛인 이곳의 감성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아이가 부탁한 실바니안 패밀리 라벤더 토끼를 찾아보았지만, 아사히카와시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갈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무리할 수는 없었다. 보다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짜지 못해서 일 수도 있지만,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신치토세 공항으로 향했고 계획보다 일찍 도착해서 첫날 렌터카를 빌린 후 휴무라 먹지 못했던 '코마소바테이'라는 식당에서 카레 소바와 카레 우동을 먹으며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렌터카 반납 전 주유를 하고 1,470km를 아무런 사고 없이 견뎌준 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반납 후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때 온몸을 지배했던 긴장감이 풀리며 나른함을 느꼈고, 3박 4일 동안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던 나였지만 낮잠을 자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공항에 도착해서 오늘 새벽 달리기를 하기 전 아이에게 쓴 편지를 국제 우편으로 부치고 출국 수속을 위해 이동했다. 라벤더 토끼를 구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아이의 또 다른 부탁인 과일 젤리를 한 아름 구입해서 나보다 과일 젤리를 더 기다릴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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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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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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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청의호수

#흰수염폭포

#팜토미타

#몹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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