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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08. 2024

프롤로그, 10월의 홋카이도 여행

여행은 언제나 옳다

 요즘 달리기에 푹 빠져 매일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지만, 난 직장인에다 아이가 있는 아빠로 내가 해야만 하는 사회적 역할이 있다. 전업 러너가 아니기에 <마인드풀 러닝>의 저자처럼 달리기만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새벽 달리기를 하고 아침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한다.


 10월 초 연이어 있는 공휴일의 축복 속에서 달리기를 하며 오늘도 완주했다는 뿌듯함으로 하루를 보냈고, 8월 말부터 준비했던 가을 홋카이도 여행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국제운전면허증이 사라졌다는 것을 안 지난 금요일에 악몽 같은 밤을 보냈기에 주말 포함해 오늘까지도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여행의 묘미는 계획과 준비하는 시간일 것이다.



 지난 토요일 새벽 3시 33분, 자동차 트렁크에 있던 보조 가방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찾은 후로 긴장이 풀릴 법도 한데 아직도 내 몸은 여행에 대한 긴장감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다. 혹시 놓친 것은 없을까 고민하며 홋카이도 여행 바인더를 만들면서 출국하는 날 해야 할 일들을 빼곡히 적어 보았다. 시간대별로 해야 할 일을 적으며 출군 전부터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일 15km 가상 마라톤을 하고 회복을 위해 저녁을 먹기 전부터 잠들었지만, 만들기 놀이를 위해 지난주 목요일부터 도안을 출력해 달라고 요청한 아이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딱 잠들기 좋은 상태에서 일어나 아이와 함께 만들기 도안을 검색한 후 인쇄하였다. 인쇄 후 바로 만들 수 있도록 옥탑 서재에 있던 프린터를 가지고 내려와 사용하니 아이도 좋고 나도 편해서 좋다. 무엇 때문에 진작하지 않았는지 후회스럽다.


 아이와 도안 출력을 하고 잠을 자려고 했지만, 어제의 달리기에 대한 글도 써야 하고 여행 짐도 싸야 하기에 침대에 누울 수 없었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어 버릴 것 같아, 일어선 채로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간단하게 여행 짐을 쌓다. 사실 여행 짐이라고 해봤자 몇 개의 옷가지와 충전 도구뿐이다. 보고 싶은 책은 이미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해 놓았기에 홋카이도에서 달리기를 할 준비만 하면 되었다.


 여행지에서도 굳이 달리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홋카이도는 내가 동경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흔적이 있는 곳이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하루키의 흔적을 찾아 여행하는 책을 통해 홋카이도에도 그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동부지역의 사로호는 그가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곳이다.



 여행 짐을 꾸리고 잠시 쉴 겸, 홋카이도 여행 바인더를 읽어보니 지금 가는 여행까지 감안하면 올해만 홋카이도를 세 번 방문하는 것이다. 일 년에 한 번만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세 번씩이나 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갈 계획이다. 물론 계획대로 되는 인생도 여행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계획이 있다는 것은 여행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었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나는 정해진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는 이런 나의 성향이 철저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여행지에서는 무엇을 해도 좋고, 딱히 계획대로 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묘미로 오히려 이런 묘미를 즐기기 위해 여행 전부터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마치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속담처럼 무계획이 좋은 계획일지도 모른다.


 어제 출국하는 날이지만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 마치 달리기에 미친놈처럼 3km 달리기를 하고 계획해 놓은 시간에 맞춰 하나씩 미션을 수행하며 10월의 홋카이도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 방문하는 홋카이도의 10월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올해의 첫눈을 볼 수 있는 운이 따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내가 사랑하는 여행지, 홋카이도의 10월을 온전히 누릴 것이다.  


#여행

#홋카이도

#몹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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