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이라는 설렘과 두려움
홋카이도 여행을 할 때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지만 귀국 후 산적해 있는 업무와 함께 중간고사를 치르다 보니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달리기를 멈출 수 없어서 달릴 수 있을 때는 최대한 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항상 매일의 달리기를 꿈꾸고 원하지만, 아직 일상 속에서 확실한 루틴으로 자리 잡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서 언제쯤 내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루틴이 될까 늘 고민한다.
이럴 때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속담을 활용하는 힘이 필요하다. 도저히 달릴 수 없을 때는 걷기라도 하며 다리의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9월에는 무리인 줄 알면서도 거의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222km를 달렸다는 사실에 나조차도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11월 초 대회를 앞두고 있는 요즘, 작은 부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더욱 몸을 사실 수밖에 없다. 혹여 부상이라도 생기면 그동안 준비했던 노력이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과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은 아무래도 대회를 단 한 번도 참가한 적이 없는 초보이기 때문이다. 가끔 온라인에서 접하는 대회 소식이나 후기를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장소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초보티를 나며 실수를 하지 않을지 염려되기도 한다. 이렇게 막막함과 두려움의 감정이 밀려올 때 경험의 차이가 큰 힘을 발휘함을 느낀다.
올해 8월부터 본격적인 달리기를 했기에 추운 날씨에 어떤 복장으로 달려야 할지 몰라 아직도 쌀쌀함을 느끼지만 반팔과 반바지로 달리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10분 정도만 달려도 온몸에서 땀이 흐르기에 추위 때문에 입은 겉옷이 거추장스러워질 때가 더 많이 있다. 잠깐의 추위는 참을 수 있지만 추위로 근육이 경직되어 혹여 부상을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기에 날씨가 점점 추워질수록 웜업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가상 마라톤을 했어도 실제 마라톤과는 다른 환경일 것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두렵고 떨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 당연함 속에서도 달려야 하는 이유와 의연함을 찾아야 한다. 연습은 연습일 뿐, 실전과 다르겠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란 명언을 외운다. 실전을 절대 연습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전이 연습처럼 느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면 팽팽한 실처럼 날이 선 긴장감도 조금은 누그러지리라 믿는다.
여행을 다녀온 후 일상으로 복귀하여 달리기를 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10km 달리기 연습을 하기 어렵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밀린 업무에 급하게 나에게 주어진 다른 업무까지 하다 보면 생각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나름 회사에서도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해 본 경험이 있지만, 매일 새롭게 바뀌는 기준과 규정을 확인하며 업무를 하는 것은 늘 부담이고 긴장의 연속이다. 직장인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하기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11월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와 함께 한 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만의 노력을 할 뿐이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남은 기간 동안 몸 관리를 잘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한 시간 안에 완주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부터 페이스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에 가상 마라톤 기록은 좋지 않은데 특히 왼쪽 햄스트링의 움침을 느낀 후로는 속도를 내는 것이 두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무쇠소녀단>을 보면서 저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오기가 생겨 더 이를 악물고 하게 된다. 유이가 5km를 29분에 주파하는 것을 보고 나도 똑같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연습하니 28분에 주파하는 날도 찾아왔다. 아직 10km 가상 마라톤을 연습할 때도 한 시간 안에 완주한 적이 없어서, 이날은 조금 욕심을 내어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항상 고질적으로 찾아오는 7km 구간대의 페이스 저하 현상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렸고 한 시간 하고 영삼초 만에 완주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낼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첫 시도이자 연습일 뿐이기에 그게 염려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연습에서 더 힘을 내는 원동력으로 사용하여 한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습할 것이다. 이번 토요일에 있을 런데이 문고리 마라톤은 호기롭게 하프를 신청했는데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릴 생각이다. 처음 하는 하프 마라톤이라 11월 대회보다 더 긴장되지만 에너지 겔과 물통까지 잘 준비해서 하프 마라톤의 첫 경험을 온전히 누릴 것이다.
#몹글
#런데이
#문고리마라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