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흔적
요즘 업무가 많아져서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지만 오한과 몸살을 앓은 후로 컨디션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며칠 뒤면 마라톤 대회라서 걱정이 앞서지만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기에 걱정이 되어도 걱정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처음 참가하는 대회이다 보니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더욱 걱정이 되는 것 같다.
어제도 월말에 이런저런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11시가 가까운 시간에 퇴근해서 동네 한 바퀴를 가볍게 걷고 집에 들어갔다. 지난 9월 1일부터 시작한 <부단히런 5기>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기에 마지막까지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기도 했고, 하루 종일 찌뿌둥한 상태라 걷기라도 해서 몸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지는지 밤공기는 멍했던 정신이 들 정도로 차가웠고, 점점 겨울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약 20여 분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면서 <부단히런 5기> 과정을 떠올려 보았다. 이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8월 말부터 미리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적응하려고 했고, 달리기 연습을 했던 시절부터 호기롭게 시작한 815런의 대참사와 함께 한 시간 달리기와 10km 가상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의 기쁨이 떠올랐다. 지금도 10km 달리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15km, 하프 가상 마라톤도 완주하였다.
두 달이란 시간 동안 초보 러너에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물론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분명 성장했다고 믿는다. 점점 내가 주로 사용하는 것들이 달리기에 관련된 용품에 집중되고, 관심사도 러닝화와 러닝 용품에 쏠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달리기가 일상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함께 하기는 어렵지만,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했던 노력이 점점 자라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제법 코호흡과 자세 유지에 큰 힘을 들지 않고도 할 수 있지만, 항상 기본을 지키는 것이 제일 어렵고 힘들다. 항상 달릴 때마다 호흡과 자세, 페이스 유지를 하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듣는 이유가 무엇일지 늘 생각하는데, 힘들고 어렵지만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이것이 선행되어야지만 거리도 늘고 시간도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기본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본을 지키지 않은 일상 속에서 과연 성장의 열매를 얻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매일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 것만 보아도 기본이 없다면 성장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혹자는 “달리기는 돈이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달리기를 위해서는 분명 돈이 들어가기에 쓸데없는 것에 낭비를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하고, 아무리 가지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참아야 하는 법도 배워야 할 것이다. 특히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감정에 휩싸인 충동구매를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나는 보다 중요한 것을 분별하고 그것에 더 집중하는 연습과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더욱 이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으고,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며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법을 스스로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내가 먼저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과 세상을 향해 떳떳함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꼭 보여줄 필요도 없고 보여줘야 할 이유도 없겠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내가 만족하고 행복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가 나를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의 원동력이 될 것이며, 힘들고 어려워도 해야 할 명문을 제공할 것이다. 9월 1일부터 시작한 부단히런 5기의 도전을 매일 인증하는 것으로 마쳤고, 새롭게 시작하는 6기의 도전은 처음 맞이하는 겨울이라는 날씨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꾸준히 15km 달리기 연습을 통해 하프 마라톤을 2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지금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처음 달리기를 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2km의 거리도 버거워했던 나에게 21.1km의 거리는 더 이상 꿈의 거리가 아닌 현실과 완주의 거리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만 남아 있다. 내년 봄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 마라톤 완주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의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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