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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30. 2024

초보 러너의 성장 욕구

런데이 문고리 하프 마라톤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8월 이후, 거리가 늘어나면서 달리기에 자신감이 생겼다. 요즘 즐겨보는 <무쇠 소녀단>의 이야기처럼 처음 2km만 달렸어도 마치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사람처럼 힘들어했었는데, 이제는 코로만 호흡하며 속도를 늦출지언정 절대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연습을 하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 참여하는 대회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연습하는데 집중이 안 되기도 하지만, "지금 달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더 의무적으로 달리는 날도 많다. 하지만 10월부터 거리를 15km로 늘리면서 점점 회복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무리해서 매일의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짧은 거리라도 달리거나 걸으면서 다시 달릴 수 있는 몸으로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하루하루 대회가 다가오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초보 러너이기에 기록보다는 완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부담 없이 '펀런(fun run)'을 할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대회 준비를 위해 부상을 방지하며 어떻게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계속한다. 사실 고민한다고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서 고민을 하는 것이다.



 두 번의 15km 가상 마라톤(한 번은 12km 가상 마라톤에서 추가로 달린 경우)을 완주하고 문득 드는 생각이 여기서 고작 6km만 더 달리면 하프 마라톤 완주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초보 러너가 참 어리석고 당돌한 생각을 한 것이지만, 그때는 조금만 더 연습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믿음으로 선 듯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에서 매월 진행하는 <문고리 마라톤> 하프 코스를 겁도 없이 신청했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천천히 달리면서 연습하겠다는 심정으로 준비했지만 사실 11월 대회보다 더 떨리는 마음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처음이 초보 러너에게는 직접 달리면서 몸으로 느끼는 경험보다 큰 자산은 없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도전하고 있지만, 하프 마라톤은 보통의 러너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일 것이다.



 일단 신청했고 정말 힘들면 걸어서라도 완주하겠다는 심정으로 문고리 마라톤을 하는 10월 26일 전에는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5~10km의 거리를 달리며 감각을 유지했고, 인터벌 훈련을 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회 목표인 완주에 한 시간 안에 들어오려면 5km를 30분 안에는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 유지와 함께 페이스를 올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문고리 마라톤 대회 당일 9시에 함께 출발하지는 못했지만, 아침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며 나름의 준비를 한 후 하프 가상 마라톤을 시작했다. 달리기 전 최대한 평지인 코스만 엄선하여 경로를 설정했고 달린 경로가 이쁘게 나오지 않아서 오직 완주하는 것만 생각하며 달렸다. 지난 15km 가상 마라톤 완주 후 급격히 찾아온 체내 에너지와 수분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러닝 베스트에 물병과 에너지겔까지 준비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새벽에 달릴 때면 쌀쌀함을 느꼈지만 오전 10시는 그리 춥지 않았고 달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혹시 모를 추위로 반팔 위에 한 겹 더 입었지만 괜히 입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씨가 좋아서 달리는데 무리가 없었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무난히 10km의 거리를 달린 후 에너지 겔 하나를 먹으며 기운을 회복했고, 12km부터는 물을 조금씩 마시며 수분도 보충했다. 하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물은 마시지는 않았으며 마른입만 헹구고 뱉는 것을 반복했다.


 15km가 지나면서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꾹 참고 달렸고, 18km가 되자 하나 남은 에너지 겔을 먹으며 체력을 회복하는 순간 "이제부터 정신력 싸움이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정말 말 그대로 정신력으로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정신을 차리고 달리려고 노력했다. 이미 페이스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10분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직 완주만을 위해 달렸다.



15km 가상 마라톤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6km의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발바닥이 저려오는 감촉은 두 시간 이상을 달리는 러너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고작 6km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남은 거리를 확인할 힘도 없었지만 오직 완주하겠다는 일념으로 천천히 달리더라도 절대 걷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발목과 무릎에 전해지는 통증이 있었지만 완주하기 위해 꾹 참고 달렸고 두 시간 삼십 이분의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었다.


 완주의 환희를 느낄 요량도 없이 서둘러 편의점을 찾아가 시원한 음료를 구매해서 테이블에 앉아 단번에 마셨다. 공복에 하프 가상 마라톤을 했기에 더욱 허기가 져서 쿨다운도 하지 않고 빨리 집에 가서 무엇이라도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평소 잘 먹지 않았던 라면도 같이 구매해서  힘이 하나도 남지 않은 다리를 부여잡고 집으로 겨우 돌아왔다. 온몸에 흐른 땀을 깨끗이 씻어내자 정신이 조금 돌아온 후에야 하프 가상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라면을 먹으니 포만감과 함께 내 몸이 그토록 찾고 애원했던 탄수화물이 공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가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동 상세 정보를 보니 구간별 기록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5km 구간도 30분대에 통과했고 10km 구간도 한 시간 오분으로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17km 구간 대부터는 점점 페이스가 느려짐을 알 수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 언제 해 볼 수 있을까 상상만 했던 하프 마라톤을 처음 경험하면서 기쁨보다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함을 느꼈다. 무리하면 완주는 할 수 있겠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이라는 것을 느껴 다시 15km 달리기 연습으로 돌아가 착실하게 달릴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초보 러너에서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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