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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03. 2024

인증의 시대

나에게 먼저 인증하기

  '인증샷'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말과 행동을 증명해 주는 든든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매일 새벽 기상을 하면서 '타임스탬프'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인증을 했던 시절, 인증을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이제는 새벽 기상 인증을 하지 않는다. 4시에 기상할 때도 있고, 5시에 기상할 때도 있지만 꼭 4시 새벽 시상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 나는 매일 인증이라는 과업과 마주하고 있다. 글쓰기 모임 2개, 매일의 성공 기록, 매일의 달리기 1개씩 하루 총 4개의 인증을 해야 한다. 매일 100% 인증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깜박할 때도 있고 사정 상 인증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날도 있기 때문에 100% 인증에 실패하는 때도 있다. 처음에는 눈앞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인증을 못하게 되면 마음 편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언제나 100% 인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면서, 인증을 위한 인증을 하기 위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 인증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글쓰기를 연습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데, 어느새 인증을 위한 글쓰기로 변질되어 무엇 때문에 글쓰기를 하는지 잊어버릴 때도 있다. 


 지난 10, 11월에는 갑자기 맡게 되어 촌각을 다루는 업무를 하게 되어 4가지의 인증 과업 중 달리기를 제외하고 100% 인증을 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두 핑계이겠지만, 인증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서글펐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자, 현실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키보드를 누를 힘이 없었던 날도 있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이전까지 보았던 시선이 아닌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보는 작가의 시선으로 대상의 가치를 볼 수 있게 했으며, 내가 의미 부여하는 것에 따라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하였다. 이런 경험을 한 후 함부로 대상을 바라보지도, 대상에 대해서 판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글쓰기를 한 행위는 인증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반드시 해야만 했고, 즐거움을 위한 글쓰기는 점점 인증을 위한 글쓰기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글쓰기를 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글쓰기를 지속했고 인증을 하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그다음 날에는 꼭 인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혹여 그다음 날도 인증을 못한 날에는 그 다다음 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증을 하고야 말았다. 


 글쓰기를 하면서도 결코 잊지 않았던 단 한 가지는 절대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글쓰기의 시작이 주었던 그 초심만은 잊지 않고 일상의 사소함과 책 속의 문장이 준 감명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겠다는 무모한 시도가 하루하루 쌓여 나의 글쓰기 세계를 채우고 있다. 물론 이렇게 글쓰기를 하며 인증을 하고 있지만, 글쓰기가 우선이지 절대 인증이 우선은 아니다. 


 나는 지금 인증의 시대를 살고 있다. SNS를 통해 오늘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무슨 영화를 보았는지 각자의 인증을 하며 타인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인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SNS를 따로 하지 않는다. 다만 글쓰기를 위한 브런치 스토리와 블로그만 사용할 뿐이다. 이 두 개의 플랫폼도 인증을 하고 있지만, 인증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은 인생 속 완벽하지 않은 글쓰기는 언제는 100% 인증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듯이, 나의 독자들도 나의 이웃들도 나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글은 참을 수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글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인증을 포기하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싶고, 쓰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도 인증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한 줄씩 채워지는 문장을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증을 위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걱정 속에는 100% 인증을 위한 우려보다는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두려워하는 감정이 앞선다. 그래서 나는 인증의 시대 속에서 살며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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