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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가르침

고요하지만 단단한 뿌리의 지혜

by 조아

나에게 과일단식을 전수해 주신 이태근 선생님의 녹색마을 자연학교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의 이름은 몰라도 그분들을 식물에 비유하여 호칭을 대신하는 것이다. 진달래, 연꽃님도 계셔서 어떤 식물로 이름을 대신할까 고민하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나무'로 결정했다. 선생님께서 나를 '대나무'라 부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수골에서 본 대나무는 참 좋았다.


구수골에 가기 전부터 나는 대나무를 좋아했다. 대나무를 좋아해 학창 시절부터 단소, 대금 등을 배우고 싶었지만 나와 어울리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들으니 이내 포기했다. 값비싼 대나무로 만든 죽도를 선물 받고 한동안 검도에 빠진 적도 있을 정도로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대나무는 항상 있었고 그래서 나는 대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다.


대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대나무가 있는 곳을 자주 갔었고 그곳에서 대나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한 마디마디마다 하늘로 높이 뻗은 대나무는 절개의 상징이자 동시에 인고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나도 대나무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다짐을 하였다. 특히 눈 내리는 겨울 홀로 녹색의 푸르름을 빛내는 대나무의 자태를 보며 그의 매력에 더욱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산 기장에는 <아홉산 숲>이라는 곳이 있는데, 담양의 죽녹원의 대나무보다 이곳의 대나무를 더 좋아한다. 물론 죽녹원이 더 유명할지 모르지만 거리상의 이유로 자주 갈 수 없기에 생각날 때마다 자주 갈 수 있는 아홉산 숲의 대나무밭이 더 정겹고 마음에 와닿는다. 자주 볼수록 더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에 당연하다.


대나무는 나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독특하다. 극도의 추위와 여름의 무더위를 견뎌낼 뿐 아니라 가만히 서있기 힘들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부는 태풍이 불어와도 넘어지거나 뽑히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물론 바람에 흔들리긴 하지만 웬만해서는 뿌리가 뽑히는 일은 정말 드물어, 부서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는 '백절불요(百折不撓)'의 정신을 보여준다.


대나무는 초기 성장이 매우 더디다. 특히 중국 동북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죽이란 대나무는 대나무 중 최고의 대나무로 칭송받지만 씨를 뿌리고 5년 동안은 아무런 성장을 하지 않는다. 물과 양분을 주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모죽이지만 5년의 시간이 지나 싹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 80cm씩 자라 최대 30m까지 급격한 성장 한다.



5년 동안 손가락만 한 죽순의 모양을 하고 있는 모죽은 아무런 성장을 하지 않고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는 활동을 한다. 땅속 깊은 곳으로 뿌리를 사방으로 내리며 견고하게 자리를 잡는 모습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숙은 단 한순간도 성장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건물은 아무리 높아도 언젠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높이를 지탱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로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내실이 튼튼해야만 가능하며 실패하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도 이러한 내실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높이보다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누구보다 빠른 성공을 갈구하는 세상에서 나는 내가 가진 것으로 나의 속도와 방향으로 성공을 꿈꾸며 성장하는 중이다.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만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만의 능력이라는 원석을 매일 불무불에 단련하며 보석으로 만드는 연속의 과정을 보낸다. 이 끝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보석을 만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일의 단련을 한다면 분명 나만의 성공이란 최고의 보석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대나무가 나에게 전하는 지혜를 통해 더딘 성장에 속상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방향만 맞다면 조금 느리더라도 나의 속도로 매일 조금씩 꾸준히 전진하며 내 안에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하루하루가 쌓여 나의 가치를 빛낼 수 있는 밀도로 농축하여 내 안의 가치가 진솔하고 담백해질 수 있는 성숙의 시간이 더해진다면 그 어떤 가치보다 탁월한 가치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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