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으면 좋은 거지 이유가 필요할까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겠지만 주말이 되면 집에 있기보다는 나들이 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아내는 주말이 되면 절대 집에 있지 않은다는 신념이 있기에 특별히 몸이 아프지 않은 한, 외출하여 콧바람을 쐬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다고 하니 주말이나 공휴일 나들이 가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좋을 것이라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 집돌이이다. 결혼 전에는 금요일 퇴근 후 일요일 출근할 때까지 집 밖은커녕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방밖으로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심지어 1박 2일 동안 잠만 잔 적도 있어서 연애할 때 아내가 내 별명을 '공주'라고 지어줬다. '아름다운 공주'가 아닌 '잠자는 공주'이다. 따뜻한 방 안에서 책을 읽거나 평일에 자지 못한 잠을 실컷 자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었던 시절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이런 취미와 낙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지만 다른 집에 비하면 아내가 '자유 시간'을 많이 허락해 준다. 특히 백화점을 갈 때면 아내는 아이와 함께 쇼핑하고 나에게 자유 시간을 허락해 줘서 카페나 서점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처음에는 아이가 나와 함께 있겠다고 해서 아내도 힘들었지만, 요즘은 아이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아내 손을 잡고 새로운 것을 구경하려 한다.
매번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미안하기도 하고 나도 아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최근 백화점에 갔을 때, 내가 아이와 함께 구경을 할 테니 아내에게 자유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했다. 살짝 당황하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듯한 표정을 한 아내를 뒤로 하고 아이 손을 잡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궁리하던 도중,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다 본 광고가 떠올랐다.
바로 "플레이모빌 전시회"였다. 레고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르기도 한, 플레이모빌.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특히 한정판 플레이모빌 출시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 구매하기 위해 시도하지만 나와 같은 마니아들이 있어 구매 성공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래도 꼭 사고 싶은 모델은 나중에라도 구매하기도 한다.
결혼하면서 대부분 처분했지만 몇 개의 모델은 미개봉 상태로 아직도 보관 중이다. 개봉하지도 않을 것 무엇 때문에 구매했느냐라는 아내의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 행복하다. 특히 캠핑카 모델은 아이가 개봉의 욕구를 자주 표현할 정도로 신비로움을 발산하는 것이라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보관 중이지만 의자를 이용해 구경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도 나의 취향에 영향을 받았는지 플레이 모빌을 좋아한다. 내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라 정감이 가는 물건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나의 취향을 닮았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누나가 아이에게 한정판 플레이 모델을 선물해 줘서 '실바니안 패밀리' 다음으로 좋아하고 자주 가지고 논다.
이렇게 좋아하는 장난감인 플레이 모빌 전시회를 한다니 반가움과 신기함에 서둘러 찾아갔고 입장권을 구매하여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권을 구매하면서 'VIP 카드 신청서'까지 함께 결제해서 각 부스에서 주어지는 퀴즈를 풀면서 한 곳씩 구경했다. 특히 출시 50주년 기념이라 더욱 특별히 전시된 모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좋아하는 플레이 모빌을 즐길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레고와는 달리 기성품이라 자유자재로 조립하거나 새롭게 만들 수는 없지만, 플레이 모빌만의 장점은 약간의 변형과 결코 변하지 않는 모양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정판의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하는 의지를 볼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플레이 모빌로 기념하고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구매욕을 자극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 때 스타벅스와 콜라보하여 만든 플레이 모빌을 대부분 구매했을 정도로 플레이 모빌을 좋아했던 나라서 스타벅스 콜라보 모델이 대형 사이즈로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모든 전시회의 레이아웃이 그러하듯이 마지막 코스는 상품을 구매하는 코너라 아이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구경했는데 신기한 모델이 많아 아이도 눈을 떼지 못하고 어떤 것을 살지 고민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물론 기쁜 마음으로 50주년 한정판 모델 한 개와 아이가 가지고 싶어 했던 모델을 구매했다. 아내는 또 잔소리를 하겠지만 너무 비싸지 않은 모델에다 할인까지 해서 가벼운 마음올 구매할 수 있었다. 우리가 플레이 모빌을 좋아하는 이유를 찾고자 한다면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으로 답문 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 좋아하기에 좋은 것이다.
물론 나보다 더 오래전부터 플레이 모델을 좋아하고, 단순한 호감과 취미를 넘어 전문성을 가지고 플레이 모빌을 바라보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런 분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아마추어 수준도 아니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고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사실에 감사하며 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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