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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Feb 09. 2023

살아 봐야만 배울 수 있다

- 2022년에 쓴 글입니다.


  2020년 11월 25일, 나는 남자친구도 없는데 결혼반지를 고르고 있었다. 2020, 2021년의 나는 결혼이라는 것이 하고 싶었나 보다.


  그 때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 했다. 돌이켜 보니 결혼이 하고 싶었는데, 남들 따라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부끄러워서 스스로 부정했던 것 같다. 30년 가까이 내가 자유로운 사람, 독립적인 사람, 줏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숙희도 동기들 다 결혼해도 너는 안 하고 싶어 할줄 알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결혼하니까 따라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이제 보니 난 줏대 없는 사람)


  2019년에 친구들한테 나 2022년 5월에 결혼할 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해놓고 적당한 날짜를 골라 네이버 캘린더에 미리 적어놨었는데, 그게 이번 주 토요일이었다. 2022년 5월 21일. 현실은 그 날 망원동에 뉴니가 무려 1년 전에 대기를 걸어 놓은 신점을 보러 간다.(찌니가 못 가게 되어서 내가 대신 가기로 했다) 이루어지지 않은 내 바람 미신에 맡겨 보자.. 내 인생에 궁금한 건 연애와 결혼뿐.. 사랑 없는 삶은 naver..


  여전히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싶지만 평생 그 때만큼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은 그냥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결혼하려고 노력한 것도 없지만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내가 왜 그렇게 결혼이 하고 싶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사실 이해는 된다. 내가 결혼하고 싶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결혼한 친구들이 좋아 보여서 나도 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철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 사이에 나랑 결혼하겠다는 남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 때 결혼했다면 나.. 지금은 이혼녀가 되어버렸을지도..?(엄마는 이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며 이혼녀가 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둘째, 근 1, 2년 사이에 내 인생에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나에게 준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내 인생에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다 정리하고 꼭 필요한 사람 한 명만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그러면 안 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꼭 필요한 사람 한 명이 평생 함께할 거라는 보장을 받고 싶었다.


  나는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구분이 명확한 편인데, 내 인생에 중요한 학창시절 친구들과 10-20년 가까이 함께하면서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고작 2-3년 알고 지낸 사람들이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다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도 스트레스였다. 내가 대학생 때부터 숨니한테 했던 말.. 사사로운 인연 끊고 살 것. 이제는 모든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 회의적이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안다. 위 두 가지는 정말로 결혼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이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 하면 본인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진다. 그래서 작년의 나는 힘들었고 가까운 사람들을 꽤나 힘들게 했다. 힘들게 한 사람들 미안합니다.. 저는 결혼이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결혼이 하고 싶었어요. 저는 결혼이 하고 싶었다고요.(어쩔쇼메비마이러브링)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래서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한 지난 연애들을 후회하는 나에게, 언니 후리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어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엘름 부인이 했던 말처럼 때로는 살아 봐야만 배울 수 있다. 지금 나는 인생을 살아 보면서 배우고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선택만 있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깊은 고민과 성찰은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일단은 망원동 무당님에게 맡겨 보기로 한다. 무당님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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