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후배는 종종 말했다. 언젠가부터 프라하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녀가 떠오를 때쯤 물어봤다. 왜 그곳이냐고. 그녀는 웃으며 "그냥요. 예쁠 거 같아서요!"라고 심심하거나 당연한 대답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후배는 가만히 말을 꺼냈다.
"선배, 그런데요. 왜 프라하에 가고 싶은지 생각해봤거든요. 제가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이요, 프라하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꼭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그때 우리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한 모습이라서 아직도 프라하를 생각하면 그냥 좋아져요.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생각해보니까 저는 거기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가고 싶은 거였어요."
아, 그녀에게 프라하는 여행지가 아닌 추억, 그리움, 아득한 곳, 그날의 편지, 그리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의 조각. 그래서 무엇이 있거나 없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1년쯤 지나고 여름휴가로 첫 유럽 여행을 다녀온 그녀는, 그곳들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한참 동안 종알거렸다. 막상 가서 보니까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고, 프라하는 생각보다 정말 소박한 동네였다고.
긴 여행의 후기를 듣고 난 후,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고.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저는 프라하에 갈 것 같아요." 우리는 같이 웃었다. 앞으로 수많은 여행을 떠나도 그녀가 그 작은 마을을 그래도, 여전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프라하에 무엇이 없이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프라하에 무엇이 없을 것이라고 해도, 그리워할 거라는 걸.
꽤 오래도록.
당신의, 프라하는, 런던은, 오사카는, 제주는, 속초는, 그 어느 바닷가는, 기차역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