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심은 꽃이 화사해 "예쁘다" 하니 "예뻐? 장미 심을까 하다가 이걸로 심은 건데 괜찮아?" 반갑게 물어온다. "응, 장미보다 예쁜데."라고 말하자 "그래? 끝까지 다 심을까?" 담벼락을 꽃으로 뒤덮을 것만 같은 의욕 넘치는 말에 웃어버렸다. 자식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얼마나 클까. 한구석 한구석, 보고 싶어 하는 것들로 채워주고 싶은 마음은 얼마만큼일까.
얼마 전 엄마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9월이 오면 좋겠어!" "왜?" "네가 좋아하는 밤고구마를 잔뜩 심었거든. 얼른 캐서 보내주고 싶어!" 아, 퍽퍽한 밤고구마를 찾기 힘들다고 했더니 텃밭에 몽땅 밤고구마를 심었단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엄마와 아빠는 호박고구마를 더 좋아하면서도.
이 세상은 얼마나의 애정으로 채워지고 있을까.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것들로.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때로는 보호하고, 그저 사랑하기 위해.
지도로는 알 수 없는 것들. 세상에 드러난 기록으로는 절대 모를 것들. 위치와 면적과 품종과 수확량보다 중요하지 않고, 실은 정말로 중요한 것들. 이 꽃밭에 뜬금없이 생겨버린 밤고구마밭의 이유처럼.
이 삶에서 글을 쓴다면 그저, 그런 한 줄을 적어가고 싶다. 어디에나 있지만 묻지 않고 듣지 않으면 결코 모를, 그러나 모든 것을 설명하게 하고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하는, 정말이지 그런 한 줄같은 세상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