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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Feb 14. 2016

유럽여행, 비행기에서 만난 선물

안녕을 말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하늘에서 내가 만난 것 들  

혼자 떠나는 유럽여행을 준비하며 수화물용 캐리어와 항상 메고 다닐 작은 가방에 넣은 것.

여권 사본, 각 숙소들의 위치를 적은 메모장 그리고 작은 인형.

거리 곳곳에서 도움을 받을 일들이 많을 테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을 테니까. 그래서 한복을 입고 있는 조그만 인형 몇 개를 준비했다. 이 인형들을 줄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려나. 돌아오는 캐리어에 그대로 담겨있으면 어쩌지.

그때 결심한 것, 그래 7박 9일간의 유럽여행 동안 내가 준비한 마음은 모두 전하고 오자. 

이건 그들의  것이니까.


에어프랑스를 탑승하는 순간, Paris 로 간다.


이제 간다, 

정말 혼자가 된  그때.

누군가들을 만나기 시작한 순간.


그러니까 혼자 비행기 자리를 예매하는 건 처음이라서 아주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까지 해야 했다.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하지?' 

회사 선배들은 저마자의 조언을 해주었다. "창가 쪽? 처음에야 좋지, 나중에는 얼마나 불편하다고." "화장실 가까운 곳으로 해, 멀면 후회한다니까." "통로 쪽에 앉으면 안 쪽에 사람이 나갈 때마다 잠을 깰 텐데?" 숱한 조언들 속에서 깨달았다. 이것도 역시 내가 선택해야 하는구나, 아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는구나. 


어느 자리가 좋은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쪽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하는구나. 


생각해본 적 없던 내 취향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소소해서 고민해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선택일지 몰라도. 혼자 하는 여행의 시작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여행의  중간중간, 내가 이런 성격이었어? 이해하기.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무엇을 가장 그리워하는지 깨닫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이고 싶고,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알아가기.


에어프랑스의 매력, 간식바. 옆 자리를 선택하고 좋아할 땐 몰랐지.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해서 잠을 잘 수 없을줄은.


간식바라니, 여긴 앉아야 해.

자주 들락날락 할 테니 통로 쪽이 좋을 거야. 

나는 그러니까. 


그렇게 선택한 자리는, 에어프랑스에만 있는 '간식 바' 바로 옆 자리.

내겐 화장실보다 중요한 간식바 그리고 자리에서 나갈 때 옆사람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통로 쪽 좌석. 이 곳에 앉아 내 여행의 시작을 함께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상상하며 짧은 시간 동안 무척이나 설렜다. 탑승하기 바로 전에 만났던 한국 여자들이면 좋을 텐데. 혼자 앉아있는 여자에게 "혼자 가세요?" 하며 다가가 파리 숙소, 여행지, 교통권까지 한참 수다를 떨다가 비행기에 들어서며 헤어져야 했으니까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좋을 거야. 아니면 엄마같이 포근하고 넉넉한 아주머니는 어떨까? 아, 내 또래의 훈훈한 남자도 좋을 텐데. 즐거운 상상과 함께 프랑스로 함께 갈 첫 번째 친구를 기다리는데,  그때 정말로 너무나 전형적인 모습의 외국인 할아버지가 내 옆에 앉는다.

푸근한 체격의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외국 할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딱,  그분이.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오히려 너무 일반적인, 반전이 없는 그런 상황에 어쩐지 안심이 되기까지 했으니까.


떠나는 비행기안에서 그 장소에 대한 영화, 책, 음악을 듣는것만큼 설레는 일이 있을까.


여행 프랑스어, 나만 믿어 책은 

한 시간도 안되어 덮었다.

파리 여행, 자기만 믿으라는 그가

훨씬 재미있었으니까.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그. 

한국 여행을 하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그와 한국에서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는 나. 다르지만 같은 점과 그래서 서로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금세 대화에 빠져들었다-나는 어쩐지 리액션 담당이 되긴 했지만- 

서울에서는 이대와 신촌이 매력적이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그는 어쩐지 내 또래같이 친근했다. 일본에서 공부 중이라는 대학생 아들 이야기로 시작한 얘기는 나 역시 한번 가보고 싶은 교토와 오사카 얘기로 흘러갔다. (물론 모든 말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대화는 흘러간다, 게다가 생각보다 그는 무척 말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프랑스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또 다른 일본 여행을 얘기하는 것은.


Je m'appelle Min (내 이름은 민이에요)

Enchanté (반가워요)


"I speak Franch, a little!" 하며 장난스레 웃는 내게 그는 말한다.

"그 정도는 기본이야, 프랑스에 가면서 그 정도는 해야 돼."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내 말에 "으음~ 와인은 추천하는 게 아니야. 프랑스의 와인은 종류가 수백 가지가 넘지. 게다가 지방에 따라 얼마나 맛이 다르다고. 네가 마셔보고 결정해야 해." 역시나 가까운 친구처럼 단호하게 말해주는 것이 그의 매력. 아이스크림, 수프, 쿠키와 음료 등 간식바 옆에 앉아 갖은 디저트를 번갈아서 함께 가져다 먹으며 파리로 떠나는 하늘에서 대화를 나누던 시간. 파리에 도착하기 전 그는 괜찮다면 파리를 안내해주겠다고 했지만, 숙소 주인과 도착시간에 맞게 만날 약속을 정해놓았기에 정중히 거절해야 했다. 


한국에서 이화여대 근처를 좋아하고,

와인은 직접 마셔보고 선택하라던,

그 정도 불어는 기본적인 것이라던,

나의 첫 번째 프랑스 친구.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작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을지도.


"이거 선물이에요. 당신은 내 첫 번째 프랑스 친구니까!"


12시간 동안 내 옆에서 날 웃게 한 그에게 준 인형. 

"Oh........." 하며 한참 동안 인형을 바라보던 그. 장난스러우면서도 단호할 땐 꽤 단호한 그의 성격이라면 한 번 유쾌하게 웃고 고맙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는 꽤 오랫동안 인형을 바라보았다. "진짜 예쁘다, 정말로 고마워." 작은 선물일 뿐이라고 멋쩍게 웃으며 인형이 입고 있는 한복에 대한 내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그는 "사진 찍어서 아들에게도 자랑할 거야. 인형은 우리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둘 거야. 그리고 이 인형의 이름은 'Min'이야." 하는 그. 


"Min" 하며 내 얼굴 옆에 그 인형을 세워 이름을 말하던 그.

아주 작은 인형 'min'은 파리 근교의 평화로운 마을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Seoul, 이 글씨를 만나는것이 이런 기분일지- 떠나기 전엔 몰랐다.


Paris,  그때의 설렘

Seoul, 그 순간의 뭉클함


'꼭 가야 하나?' '나는 왜 유럽에 혼자 가겠다고 이러는 거지?' 설렘과 두려움을 번갈아 맞아들이며,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도 "휴우" 나를 믿지 못해 두려워하던 내가 온통 설레고 흥분된 상태를 맞이한 첫 번째 순간.

Paris.

"어, 저기저기! 파리행!" 나를 인천공항까지  바래다준 친구에게 신이 나서 출국 전광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진짜 파리 가나 봐." 

Paris 글씨 하나로 파리의 야경과 거리 그리고 에펠탑까지 보인 그 순간.  '난 왜 파리에  가지.'라는 질문들이 모두 사라졌던 때.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눈 앞에 펼쳐진 Seoul. "서울이다!" 말할 친구는 없지만 내가 안전하게 이 곳에 도착하기까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덕분에 정말 고마웠으니까.

취리히 공항은 정말 넓었다. 웬만한 곳은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목적지까지 한참을 걸어야만 했던 스위스 답게.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러 가는 그 순간도, 인연을 만들 줄은. 


공항이 넓은 이유는

떠나기 전 

만날 사람들이 많아서임을.


취리히 공항 조말론 매장, 그 곳에서 나는 선물을 샀고.


안녕을 말하는 공항

반가움과 아쉬운 인사들.

그곳에서 그녀와

나눈 안녕.


스타벅스 카페라떼가 7,200원. 말로만 듣던 스위스 물가를 직접 체험하며 허허 웃었다. '면세점은 그래도 낫지 않을까?' 했지만 파리 마레지구보다 비싼 취리히 면세점. 그래 스위스 답다. 체념하고 조말론 매장에서 선물을 고르는데, 너무나 밝은 그녀가 총총 뛰어 내 곁에 온다. "선물하실 거예요? 이건 어때요?" 재잘재잘 향초를 설명해준다. "으음" 하며 내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내 내가 쳐다본 디퓨저를 꺼내 "이 디퓨저도 요즘 엄청 인기가 많아요." 하더니 립밤 그리고 목욕용품까지 쉬지 않고 제품을 꺼내 설명을 한다. 그녀가 꺼내어 보여준 제품만 대여섯 개가 넘어갈 때쯤,  그녀의  favorite이라는 조말론 잉글리쉬 프리지어 바디로션을 골랐다. 역시나, 정말 잘 고른 것이라는 그녀의 칭찬을 들으며.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다가  가방 속에 들어있는 한지로 만든 부채를 보았다. 볕이 강하다는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산 부채. 혹시나 내가 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접이식 한지 부채. 친절함에 대한 보답으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그러나 가방 속에 늘 가지고 다녔던 부채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한국 부채예요. 작은 건데 당신에게 줄게요." 하자 그녀는 "Oh my god!" 하더니 "Honey!!!" 하며 날 와락 끌어안는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이야.


그 부채를 펼쳐 한참을 "Wow!!" 하며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고, 색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며 행복해하는 그녀는 내게 다시 부채를 돌려준다. 그러더니 "네 이름을 적어줘!" 란다. MIN이라고 적고 돌려주자 그녀는 말한다.

"Min! 우리 같이 사진 찍자!" 


그러니까 한 다섯장쯤? 그녀의 동료 역시 열정적이고 솜씨좋은 포토그래퍼였다니까.


과하리만치 활발한 그녀 답게 동료 역시 적극적이다.

처음엔 계산대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더니 이내 Jo MALONE 이름이 적힌 곳으로 가란다.

클로즈업, 전신 등 다양한 모습으로 찍어주는 센스 넘치는 그녀의 동료.


여행에서 만난 사람 중에 단연 가장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Honey!" 하며 나를 와락 끌어안아 나를 당황하게 했던,

스위스 취리히 면세점에서 오늘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을,

"Min! 인스타그램 하니?" 하더니 자신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적어주었던,

알고 보니 다양한 메이크업으로 인스타에서 매력을 뽐내던,

아직도 Like it을 누르며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취리히 면세점, 나의 스위스 친구.

See you, Honey! 


아주 마지막 순간, 그리움과 아쉬움을 남기던 그 때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될 줄은.


비행기를 타기 전,

다시 혼자가 되었고

또다시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조말론 매장을 나와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에 들어갔다.

이젠 정말, 떠나는구나.

돌아간다는 느낌보다 떠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토록 두려워했고 겁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인천공항의 출국장에서 혼자 비행기를 기다리는 여자에게 다가갔던 일, 혼자 가는 여자들이 꽤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일, 비행기에서 만난 첫 번째 프랑스 친구, 그리고 다시 안녕을 건넸던 순간, 숙소 주인을 기다리며 파리의 샤뜰레 역에서 캐리어 위에 걸터앉아 아주 낯선 파리를 바라봤던 순간, 20대부터 50대까지의 여자들이 함께 지냈던 여성 8인실의 민박집, 그리고 정말로 혼자였던 마레 지구의 에어비앤비, 파리를 누비며 만났던 여대생, 청년, 할아버지, 관광객. 다시 취리히 중앙역에 도착해 엄청난 인파 속에 길을 헤매며 혼자구나를 느꼈던 순간, 마트에서 나와 함께 물건을 골라준 스위스 아주머니들, 하이디 마을에서 만난 하이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재미있었던 그녀, 내가 걷는 길에서 함께 해준 그들.

여행은 안녕의 연속이었다. 

설렜고 반가웠던 그리고 아쉬웠던 그 모든 순간들을 마음에 담고 이제는 정말 가는구나.


달콤한 파이를 먹으며 마음을 달랬는데, 더 달콤한 선물을 받게 될 줄은.


안녕- 하는 순간

또 다른 '안녕'을 만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홈메이드 파이와 사과주스를 주문하니, 단정하고 예쁘게 생긴 직원이 물어본다. 

"취리히 여행했어?"

"응, 오늘이 내 취리히 여행의 마지막 날이야. 취리히 호수 정말 아름답더라!"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있는지 몰랐던, 이제는 없는 줄 알았던, 가방 속에 남아있던 한국 인형을 기념으로 건네주었다. 깜짝 놀라며 괜찮다는 그녀에게 정말 작은 것일 뿐이라고 말해주었다. 내 마지막 여정을 물어봐주고 취리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 그녀에게 주기에 충분하니까. 그리고 이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니까. 

"정말 작은 것일 뿐이야. 그리고 나는 취리히에서 정말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었거든." 내 말에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인형을 받아 든 그녀는 취리히의 다른 볼 것들에 대해 더 알려준다. 내가 보지 못한 그 아름다운 곳 들에 대해. 다음이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볼 수 있는 곳 들에 대해.

그리고 이제 정말 탑승할 시간.


마지막까지 즐거웠던 기억을 안고 계산대로 가자 그녀는 말한다.

"you don't have ro pay."

"Why?! no no!" 하며 내가 돈을 꺼내자, 그녀는 내 가방에 손을 얹는다.

"This is my present."


정말 마지막까지,

이렇게 내게 선물을 주면 난 이 곳을 더  그리워할 수밖에 없잖아.

환하게 웃는 그녀와 난감한 표정을 하는 나,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주던 우리,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 같이 사진 찍을까?" 

"좋아!" 


 

취리히 공항, 따뜻해 보이는 한 카페에서 내게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행복한 추억을 공유해준 그녀.

   

비행기에서 만난 마지막 사람.

check to luggage her first, please.


취리히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출국심사대가 문을 열기도 전에 도착해서 한참을 서 있는데, 어쩐지 내가 서 있는 쪽이 아닌 다른 심사대의 줄이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심사장이 문을 열고 각 라인에 불이 들어오는데 'prestige' 내가 서 있었던 곳은 'economy'가 아닌 었던 것이다.


허어! 하며 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이코노미 쪽은 줄이 엄청나게 늘어서있었고 다시 그 들 뒤로 가면 1시간은 훨씬 넘게 기다려야 할  듯해 보였다. 하, 내가 그렇지 뭐어. 제일 먼저 도착해서 줄도 확인 안 하고 서 있었던 내가 바보 같고 이제는 여행에 조금 익숙해진 것 같아 느꼈던 조금의 자신감이 단숨에 날아가버렸다. 그렇지만 이대로 이코노미 쪽 줄로 가자니 막막해서 뒤를 돌아 내 바로 뒤에 있던 한국 남자 두 명에게 물었다.

"저기, 이코노미는 여기 서면  안 되겠죠?"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나누던 대화를 멈추고 나를 보던 두 사람.

잠깐 동안 쳐다보더니 "아, 한국분이셨어요?" 한다.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며 웃는 그는 여유롭게 내 표를 확인하고 말한다. "우리랑 일행이라고 하면 돼! 괜찮아." 호탕하게 말씀하시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신사 분과 "네 그래요, 괜찮아요." 하던 중년의 남성. 선뜻 그렇게 말해주는 그들이 고마우면서도 여전히 걱정이 되는 나는 "그렇지만 줄이 다른데 괜찮을까요? 이코노미 쪽 줄로 가라고 할 것 같아요..." 걱정스레 말하는 내게 괜찮다며 안심시키는 그. "저도 이런 적 있었는데 잘 처리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와 일행인데 자리만 다르다고 하면 되니 괜찮아요. 여기 우리 가운데 서요." 하는 그.


오랜만의 한국말을 이렇게 하게 될 줄이야. 민망하면서도 고맙고, 여유롭게 말하는 그가 믿음직스러웠다. 독일에서 미팅을 마치고 취리히에서 마저 일정을 끝낸 후 돌아간다는 그는, 내가 혼자 여행을 했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와, 용감한데요 정말. 그래서 파리에서 로맨스는 만들었어요?" "아, 그걸 못 만들었어요!" 한껏 아쉬운 리액션을 하는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는 그.

그리고 드디어 우리 차례.

유창한 영어로 나와 일행임을 밝힌 그가 한 말.  check to luggage her first, please. 

그렇게 내 캐리어와 수속 절차가 무사히 끝나고 각자 여유시간을 가진 후 탑승장에서 다시 만난 그 들.

반가운 마음에 가서 스위스에서 산 초콜릿을 주며 고맙다고 하자, 노년의 신사분이 말한다. "뭐해, 빨리 명함 꺼내! 이런 것도 다 인연이야." 중년의 남성분이 "명함이요?" 하자 "너는 영업한다는 녀석이 이렇게 인맥관리를 못해서야. 이렇게 알아가야지!" 하며 갖은 타박을 한다. 민망한 듯 웃는 나와 뒤적뒤적 명함을 찾는 그. 그리고 가끔이지만 안부를  주고받게 된 그 날의 인연.

취리히 출국장에서 만난 작은 선물, 

"그녀 먼저 해주세요." 


한참동안 명함을 찾느라 상사에게 갖은 구박을 받고, 나는 민망하게 웃었던- 돌아보면 또 하나의 즐거운 기억이라는 것을.


한국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고 다시 취리히에 이동하며 만난 인연들.

평화롭고 안전했던 내 여행에는 '그렇게 만들어준' 그들이 있기에 가능했음을.


매 순간 

나의 서툰 순간들에 

늘 함께해준 추억들.   


Pari in Zurich out, 비행기 안에서 만난 선물들.

그들의 기억 속에도 내가 작은 즐거움으로 부디 남기를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들의 어디론가 향하는 길에 놓인 소소하나마 그들에게는 크게 느껴지는 돌멩이를 걷어줄 수 있는, 그리고 즐거운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는, 괜찮다면 작은 인연이 될 그런 '덜 서툰 여행자'가 되기를 바라며,


유럽여행, 비행기에서 만난 선물을 기억하다. 


Zurich를 떠나는 순간, 다시 만나야 할- 인연들에게 '안녕-'을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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