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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Jan 28. 2016

유럽 여행, 믿어봐 그의 센스를! 여기는 파리잖아.

부제 : 파리여행, 괜찮아 셀카봉은 넣어둬! 두번째 이야기


업무상 출장도 종종 있는 편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KTX를 타면 혼수상태로 숙면에 빠지고 현지에 도착해서야 겨우 잠이 깬다. 그러니까 '어디론가 떠나간다'는 사실은 잠에 취해 인지하지 못하는 반면 '어디론가 도착해있어.'라는 것을 느끼곤 했다. 평일 오후, 낯선 도시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면 새삼스레 놀라며 '믿기지 않아!' 하기도 했다.  작은 여행에도 호들갑 떨고 혼자는 떠나 본 적도 없던 나는 어느  가을날, 파리에 도착해 있었다. '와 정말 무거워, 25kg은 될 거 같아' 하며 공항에 들고 간 13kg인 보기에도 허술한 캐리어 하나를 들고. "너 정말로 괜찮아? 혼자서 안 무서워?" 하는 친구의 말에 "무서워. 너무 무서워서 출발할 때까지 생각 안 하려고!" 하던 나 하나 믿고.


'폐장시간까지 3시간이 남았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작품을 찾아가야지.'

"하루를 돌아다녀도 못 봐! 난 루브르 투어를 신청했는데도 반의 반도 다 못 봤어." "몇 날 며칠을 가도 모자라, 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미리 뭘 볼 건지 정해서 가야 해."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조언들.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그곳을 생각하며, 뮤지엄 패스는 한국에서 미리 주문했고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이 어디 있는지까지 찾아놓았다.  손에 든 박물관 티켓, 그림의 위치를 적은 메모. 그래, 모든 준비는 끝났어. 빠르게 이동하기만 하면 돼!  

그때 내 눈 앞에 펼쳐진 루브르 박물관.

공원에 대해 갖고 있는 그 모든 이미지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따뜻하다 못해 조금 더운 햇볕. 풀밭에 앉아 자유로움을 즐기는 사람들.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고 다정하게 키스를 나누는 연인. 기차역 같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느꼈던 묘한 여운과 어디론가 떠나왔다는 외로움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너무나도 따뜻해서, 그 공간에 내가 들어와있는  것만으로도 평온해서, 나는 그대로 공원에 앉아버렸다.



도착하자마자 와- 했지, 어떻게 이 곳에 머무르지 않을수 있겠어. 이런 날씨에, 이런 공간에.



산책 나온 단란한 가정, 아이는 뛰어가고(적어도 아이의 기준에서는) 아빠는 뒤를 따라 걸으며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모습. 그리고 엄마는 돗자리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더할 것 없는 따뜻함. 글로 쓰는 순간 식상해질 수도 말로 하는 순간 평범해지는 그런 풍경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살다 보면 '온전한 평화로움'을 만날 일이 많지는 않음을. 만난다고 하여도 내가 그것을 느낄 만큼 여유롭지 못함을 알게 되니까.



앵글 너머로 보다가 이 곳 쯤이면 될거야- 했어.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


내 눈높이에 맞추어

따스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

그건 아마도 아빠.

사진을 부탁하다 보면


조금씩 어떤 사람에게 부탁해야겠다는 느낌이 온다. DSLR을 들고 있는 사람, 적어도 그는 사진을 '잘' 찍고 싶어 하는 사람일 테니까. 내 또래의 여자, 풍경만큼 인물을 신경써주기 때문에 내 어색한 표정이 사라지고 미소가 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찍어줄 테니까. 적당히 훈훈한 남자, 말이라도 걸어보면 좋으니까 :) 너무 훈훈한 사람에겐 차마 다가갈 수 없지만. 그리고 아이의 아빠, 그들은 이미 포토그래퍼일 테니까. 특히 아이가 자라나는 그 순간들에는.


아이는 여전히 잔디밭을 콩콩 구르고 아빠는 잠시 돗자리로 온  그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Could you take a picture for me?" 부부는 모두 웃으며 흔쾌히 찍어 준단다. 앉아있던 아이의 엄마는 카메라 버튼은 어떤 것을 누르면 되냐고 대신 확인까지 한다. "어디에서 찍어주면 돼? 여기 서서?" 아이 아빠의 말에 나는 "저기서요!" 하고 몇 걸음 앞에 내 짐이 있는 장소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올려다보니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이제 준비가 끝났냐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와 무릎을 꿇고 내 앞에 앉아주는 아이의 아빠, 그리고 어느새 뛰어와 빤히 나를 바라보는 꼬마.

그러니까 꼭  저기쯤


앉아서 찍고 싶었거든.

그 날 그 공간에서 온전한 평화로움을 만들고 즐기는 한 사람으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그렇게 담기고 싶었거든.


 

그러니까 정말로 난 꼭, 여기서 찍어야 했거든.


믿어줘,

보이지는 않지만

내 위에 아주 큰 그림이 있었다니까.


"이 그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요?"


"저 쪽- 이태리 그림들이 있는 곳에 있어." "로마 신화 그림들 사이에 있을 거야." "아, 이거 어디서 봤지?" "난 이거 못 봤는데." 한참을 헤매고 찾느라 사방을 뛰어다니게 했던 그림. 프시케와 에로스(Francois Pascal Simon Gerard). 분명히 루브르박물관에 있다는 검색을 한터라,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작품.


나폴레옹 대관식도, 밀러의 비너스도 본 내가 마지막으로 꼭 봐야 했던 그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던 고등학생 때, 책장을 넘기고 에로스와 프시케 그림을 보는 순간 정말로 숨이 턱 막혔다. 아름다운 모습에, 그림인 걸까 정말로 만져보게 되는 몸을 사르륵 천이 감싸는 느낌에. '꼭 실제로 보고 싶어 꼭' 처음으로 생각을 갖게 한 그림. 그림 속 이미지가 나타내는 의미를 알게 된 후에는 더욱 만나고 싶었던 그림.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직원마다 물어보고 찾아 헤맸던,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매니저가 "이 그림은 지금 루브르에 없어. 루블랑스에  있어."라는 말에 허탈해서 온 몸에 힘이 빠졌지만 '이렇게 또 파리에 다시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 싶었던 순간.


아쉬운 대로 '잠든 프시케에게 키스를 하고 도망가는 에로스'의 그림 앞으로 다가가 섰다.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한, 직원들에게 묻고 찾느라 오히려 그 그림을 찾다가 모나리자를 비롯한 수많은 명작들을 결국엔 보고야 만, 루브르 박물관의 계단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했던, 그 그림의 주인공들. 내겐 루브르 박물관의 추억을 만들어 준 그 그림 앞에서 모습을 남기면  두고두고 볼 때마다 웃음이 지어질 것 같았으니까.


"umm... with that picture please"


학교에서 견학을 온 듯한 남자 학생에게 부탁했다. 저기 위에 아주 큰, 에로스와 프시케를 나오게 해 달라고. 그는 알아들었다는 듯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래, 이렇게 기억에 남겼으니 그것으로 된 거야.' 생각하며 그에게 고맙다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사진을 확인하니.


Where is it....?

결국 웃음을 나오게 한. 정말로 보기도, 같이 담기도 힘든 애증의 커플. 그렇지만 다시 찍을 필요는 없었다. 루브르의 수많은 작품들을 사진기 속에 담았으니 나만 보이는 그림 하나쯤은 있어도 될 테니까.


그러니까, 저기 위에

액자만 조금 나와있는 그림 말이야,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프시케와 에로스라니까.



부끄러워서 얼른 찍고 가고 싶었던 때. 다른것보다 작게 좀 말해주겠니, 속으로 외쳤던 순간.


동영상처럼 목소리가 들린다니까.

이 구역의 포토그래퍼처럼 굴었던,

밉지 않았던 네가.


오르락내리락, 그 넓은 계단을 몇 번이나 다니며 지칠 대로 지칠 때쯤 루브르 박물관을 나섰다. '저기가 포토존인가 봐.' 싶은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적인 이미지, 투명한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보기에도 지나치게 발랄해 보이는 외국 남자가 혼자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Can I take picture for you?" 내 말에 폴짝- 뛰어오르더니 그럼 서로를 찍어주자는 그.


"누구 먼저 찍을까?
나? 너?"


수다스러움이 느껴지는 몸짓과 말투에 풋 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너에게 더 어울릴 말, lady first so you first. 먼저 카메라를 건네받고 적당한 위치에 서는데, 이렇게 적극적인 모델은 처음 봤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고개 돌려 쳐다볼 만큼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세로!" "가로로!" "클로즈업도 해줘!" 하는 녀석. 대체 내가 사진을 안 찍어줬으면 어떻게 할  뻔했을까, 싶어 그의 요구 이상으로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가까이 다가가며(하도 수다스럽게 요구해서 줌 zoom 기능보다 발이 먼저 움직였다니까) 열 장도 훨씬 넘게 찍어주자, 만족스럽다는 듯이 내 앞으로 온다. 이제는 내 차례인가 싶었는데, 웬 걸. 카메라 속 사진을 확인하더니 "음, 일단 너 찍어줄게. 난 더 찍어줘 아무래도 클로즈업이 좋겠어." 란다. 허허, 그래그래 포기한 채로 웃으며 앞에 가서 얌전히 서서 찍은 사진.


맞아, 억지로 웃었다니까.

사람들이 웃으면서 우리를 쳐다봤다니까.

그리고도 난 한참을 더 사진기사가 되어야만 했다니까.



아마도 파리에서 가장 추웠던 날, 오들오들 떨며 간절하게 '찰칵' 소리를 기다렸던 때.

 

헤비하고 어색해도

정말로 괜찮았다니까,

아무렴 괜찮아요! 외치고 싶었다니까.

 

이른 아침, 쌀쌀한 날씨.

일교차가 심한 파리에서 아마도 가장 추웠던 때. 결국 오후에는 겨울 옷 두 벌을 샀던 날. '보쥬광장'에는 꼭 아침에 가고 싶었다. 이른 아침에 동네의 그네들처럼 공원을 걷고 잔디밭에 앉아 있고 싶었다. 그 날 따라 그토록 추울 줄은 미처 몰랐지만. 오전 8시가 조금 지나  그곳에 도착하니 역시나 산책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별 수 없이 혼자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벤치에 동네에서 산책을 나온 듯 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바게트를 먹으며 잡지를 읽고 있다. 사진을 찍어달라기보다는 사진을 찍고 싶었던 순간. 카메라 속에 그를 담고 싶어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곁에 앉았다. 그리고 "Bonjour" 하자 나를 보고 웃으며 "Bonjour" 해주는 할아버지,  와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볼까.


"Do you want to take a picture?"

되려 나를 향해 먼저 물어보는 할아버지. 찰칵, 찰칵.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시늉까지 하면서. 어라, 예상이 바뀌었지만 "Oui, Merci!" 했다.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던 촬영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역시 몰랐으니까.

"배경을 전체로 나오게 찍어줄까? 클로즈업으로 해줄까?" 하며 범상치 않은 질문을 하더니 내게 손가락 끝으로 '저기'를 가리키며 가보란다. 그러더니 "여기가 가장 공원이 잘 나오는 데야." "저 나무 밑은 어때?" "음, 아냐 아냐 영 어색해. 나무에 손을 짚고 서봐. 기대 보라구!" "음... 음... 아니야. 그래도 어색해." 하며 촬영에 너무도 심취한 할아버지, 셔터를 바로 누르는 법이 없고 한참을 고민해서 제발 그가 덜 신중하기를 바라야 했던 순간. 너무 추워서 몸은 오들오들 이는 달달달 부딪쳤던 때. "더 말해봐! 어디서 찍고 싶어?" 하는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어.. 그럼 상반신만 찍어주세요..!" 했던 유일한 내 부탁을 "음... 음...  안 되겠어. 상반신은 너무 Heavy 하게 나와!" 하며 단호하게 거절했던 열정의 포토그래퍼.


그러니까 파리에서 가장 추웠던 아침 보쥬광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포토그래퍼와

그가 덜 신중하기를 더 간절하게

바라는 모델이 있었다니까.



벽지가 예쁘잖아요, 했다. 정말이야 난 좋았다니까.


마음에 들었거든,

그녀와 나만

머물렀던 이 곳이.

"여기가 가장 위층인가요?"


가쁜 숨소리를 내쉬며 맨 위층까지 올라온 할머니. 그렇다는 내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행이라는 말에 같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위 층까지 안 오는구나, 우리만 있어-" 하며 별거 없는 맨 위까지 올라온 서로를 보고 웃으면서. 방문객으로 북적여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Pardon"을 말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중간중간에 쉴 수 있게 의자도 있는 아래층과는 다르게 정말로 할머니와 나 둘 뿐인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 빅토르 위고의 집에서 가장 조용했던 곳.


맨 위까지 올라오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에 어쩐지 뭉클해져 버린 순간. 그저 위층까지 오르는 소박한 목표가 그녀에게는 어려운 것이었구나, 안쓰러웠던 마음. 그리고 원하던 것을 이룬 그녀가 이제 됐다고, 다행이라고 하는 모습에 그녀를 위해 어딘가에 위층이 존재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그러니까 다 이루어서 이제는 미련이 없는 그런 모습은, 어쩐지 슬펐으니까.


같이 내려갈 준비를 하며 나는 사진을 부탁했다. "여기에서? 밑에서 찍어줄까?" 아무것도 없는 이 곳 보다 밑에 내려가서 찍어준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여기에서요. 여기는 맨 위층이잖아요."



얼굴은 영 - 맘에 들지 않게 나왔지만, 우리가 같이 깔깔 웃었던 소리가 들리니까.



마지막 날에는

천연덕스러워도 괜찮아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함께니까.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고흐의 자화상이,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모나리자가 가장 빛날 것 같았다.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이 센 강을 두고  맞은편에 있는 줄도 몰랐으며 파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바로 센 강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햇살이 눈부시던 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길을 걷는데 역시나 나처럼  그곳과 사랑에 빠진 미국에서 왔다는 또래 여자아이를 만났다.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말, 그들을 웃게 하는 말.


"You want to take a picture?"

와우- 하는 감탄사와 풍부한 제스처가 남달랐던 그녀는 서로를 찍어주잔다. 센 강을 배경으로 그녀를 먼저 찍고, 이제 내 차례. 다리 위에 손을 짚고 몸을 휙- 돌리자 그녀가 웃음을 터트린다. "와!! 좋아. 나도 이렇게 찍을래!"


살이 쪄서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며 그러나 상관없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녀를 위해 "핸드폰으로 찍어줄까? 핸드폰 어플은 조금 더 예쁘게 나오는데!" 하며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핸드폰으로 찍어줬던 순간.  다음에 파리에 오게 된다면 저  들처럼 강에 앉아 하루 종일 있을 거라며, 센 강변 옆에 누워있는 파리지앵들을 가리키던 너와 무한 수긍을 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던 나- 언젠가 그곳에 가게 된다면 너를 다시 만나게 될까.   






혼자였던 내게는 늘 누군가가 있었다.

길거리에서 눈웃음을 짓고 카페에서 대화를 하고 거리에서 추억을 나누며,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행뿐일까. 혼자 태어났다고 하여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듯, 혼자 입학했다고 하여 혼자 배워가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는 언제나 혼자지만, 혼자였던 적은 없으니까.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졌던 적은 있을지언정 혼자였던 적은 없다.


"혼자 여행을 간다고
혼자 여행을 하는 건 아니야."


혼자 떠나는 여행을 앞두고 걱정을 하는 내게 친구가 해준 말처럼 나는 같이 여행을 했다. 걷고 구경하고 쉬는 그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절한, 수줍어하는, 열정적인, 무심한, 까다로운, 따뜻한 사람들 덕에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채로  파리의 곳곳을 누비는 모습을 담아올 수 있었다.





나무 옆에 가서 서 봐, 손을 짚어봐! 하던 그 열정을.

잠시 혹은 한참동안 같은 공간에 머무르던  우리를.

이 사진을 찍고 깔깔거리며 웃던 너를.

공원에서부터 마레까지 함께 걸어갔던 시간을,

기억하기에,



"괜찮아, 셀카봉은 넣어둬.
  믿어봐, 그의 센스를.
  여기는 파리잖아."



추위에 조금 많이 떨게 할지라도

요란스러운 주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할지라도

너무 신중 셔터를 대신 눌러주싶을지라도,


내 눈높이에서 나를 따스하게 바라봐주고

내가 사랑하는  그곳을 곁에서 함께 느껴주고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같이 걸어가 줄,

그들이 있는,  그곳.


당신의 파리를, 만나보기를.



여기에 앉아서 찍고 싶었던 이유, 혼자가 아니고 싶었던 순간.  따스함에 마음에 울컥했던 그 날. 나와 함깨해준 가족.

                                                                                                                            Merci, monsieur.




                         an epilogue for louvre museum


Psyché et l'Amour, Francois Pascal Simon Gerard, 내가 정말로 보고 싶은 그림.




내가 보고 온 그 들, 너무나 큰 그림밑에서 팔을 쭉 뻗어 찍어보았다. 분명 밑에 서서 같이 찍고 온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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