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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Jan 19. 2016

혼자 파리 여행, 셀카봉은 넣어둬!

부제 : 걱정 마, 파리는 어디든 포토존이야  



아냐, 너무 바빠 보여.

아- 아까 부탁할걸 너무 이른 아침인가

사람이 잘 안 다니네.

엇.. 저기 온다! 아, 다른 길로 가네.


한 손에는 카메라를 꼭 쥐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머뭇거렸다. 그리고 그다지 바빠 보이지 않는 걸음, 내 또래의 여자, 거절할 것 같지 않은 인상을 가진 파리지앵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Bo... Bonjour...?"



처음 맞은 파리의 아침. 센강 배경만 수십장 찍으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다가 드디어 배경속에 합류한 순간!


서툴 수밖에 없잖아,

처음은.


다소곳한 손, 어색한 미소, 뻣뻣한 몸은 일자로.

후에 파리에서 찍은 수십 장의 사진을 보던 친구는 이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와- 이 사진이 제일 어색해."

파리에 도착해 처음으로 'Bonjour'를 말해본 순간, 'Merci'를 건넨 때. 그리고 아주 낯선 이방인에서 관광객으로 바뀐 때. 파리지앵이 찍어준 첫 사진.



들까 말까, 하다가 소심하게 들어본 팔.


확실히 다르다니까,

두 번째는.


센강을 지나 도착한 노트르담 대성당. 일요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단체 관광객부터 블로그에서 알게 된 집시단까지. [집시가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No!라고  하세요]라는 조언을 얼마나 기억했는지. 역시 내게 다가온 집시단들, 사인해달라는 말에 속으로 연습했던 "No-!"를 소심하게 소리 내어 말한 후 다시 나를 사진 찍어줄 사람을 모색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지만 천천히 살펴보자 나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아시아인이 아주 열심히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옆으로도 몸을 기울이며. '그래, 저 여자 아이다!' 내가 다가가서 "umm.." 하며 미소를 짓자 단번에 경계태세로 나를 바라본다.

 "Do you want to take a picture?"


조심스럽게 묻자 바로 표정을 풀며 "ah-" 한다. 그리고 "Yes, Please!" 란다. 우리는 같이 웃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중국에서 왔다고 한다. 난 한국에서 왔고 혼자 여행 중이야- 했더니 자기도 혼자 왔다고.

가로로 세로로도 찍어보고 성당과 다 함께 나오는  전신사진 그리고 상반신만 클로즈업! 열심히 사진을 찍어준 후 내 차례. 성당 앞에 총총 뛰어갔다. 그리고 조금 고민한 후에 소심하게 팔을 올려보았다. 중국 여자아이는 하하 웃는다. 그리고 자기도 팔을 들 테니 다시 찍어달란다. why not?



아직까지도 공손한 나의 자세, 조심스러웠다니까 이 때 까지는.


커피만 찍긴

아쉽잖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미사를 잠시 보고 나오니- 벌써 성당 탑에 가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파리의 전경을 내려다보기 좋은 장소 몇 곳,  그중에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노트르담 대성당 탑. 아, 그 보다  너무너무 추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 커피 한 잔만 마셔야지. 성당 앞 카페로 들어갔다. 카푸치노를 한 잔 주문하고,  첫날의 메모를 적다가 커피와 노트를 사진 찍어본다. 하루에 한 곳 씩은 꼭 들릴 카페. 내가 머문 곳에 커피만 기억할 수는 없잖아.

카페 안에는 나와 다른 손님 한 명. 그리고 분주히 움직이는 주인아저씨. 눈이 마주칠  때마다 씨익- 웃어주는 그. 그래 부탁해보자. 냉장고에서 음식 재료들을 꺼내 테라스로 나르는 아저씨. 호시탐탐- 부탁할 기회를 엿보다가 아저씨가 재료를 다 꺼내었는지 탁탁 냉장고를 정리하고 갈 때,

"um... pardon...?"

영어로  익스큐즈미-라는 뜻의 빠흐동. 파리에 하루 있게 된다면 아마도 가장 많이 들을 말. 길을 가다가 잠시 먼저 지나쳐야 할 때도, 마트에서 사람들 틈을 빠져나갈 때도- 살짝 몸이 닿을  때도. 나중에는 나도 먼저 하게 된 말. 빠흐동. "oui?" 하며 내게 다가온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 카페가 참  예뻐요-,라는 말에 그럼 그럼! 엄청 좋지 하며 너무나 무한 공감을 하던  주인아저씨, merci!



노트르담대성당 앞 소품가게에서 산 머플러, 정말 추웠다. 의도치 않게 핑크와 화이트의 맞춤이 되어버렸지만.


사진 좀 찍는 당신,

처음부터

느낌이 왔다니까.


오르세 미술관으로 가는 길. 뽕네프 다리, 그러니까 여기가 그 뽕네프구나! 관광객도 현지인도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디가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인지 지켜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인증사진 말고 각도를 아는 컷을 남기고 싶다면, 먼저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사진 찍을 때 한 번에 셔터를 누르지 않고 앵글을 봤다가 다시 렌즈를 조절해서 찍는 사람이라면, ok. 훤칠한 외모의 남자에게 다가가

"Could you take a picture for me?"

하자 "Yes, Yes" 한다.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찍어야 하냐고 묻는다. 역시. "이 자물쇠들을 쭉- 나오게 하고 저기 저 강까지 나오게 해줘!" 하니까 "Ok" 하더니 심혈을 기울여 찍어준 사진.

역시 당신, 각도를 안다니까.



'음 어둡게 나오는데, 옆으로 서볼래?' 몇 번이나 자세 바꾸는 것을 주문했던 그, 어느새 편해진 나.


기에 가장 오래

머물러 있었거든,

정말로.


오르세 미술관에 들어서자 '아, 여기가 오르세야.' 싶었다. 누군가는 파리에 있는 5일 내내 갔다던  그곳. 방마다 칸마다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그림들. 그러나 신기하게도 오르세 미술관은 미술작품을 구경하는 사람  못지않게 난간에서 '미술관'을 둘러보고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개막에 맞춰 건설된 기차역, 오르세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으면 그 어느 시대로 걸어들어가는 것만 같다. 아주 큰 원형의 시계와 양 쪽으로 놓인 의자, 기차 같기도 혹은 대합실 같은 신비한 이 공간에서 내가 가장 많이 바라보았던 것은 정말로 '오르세 미술관'. 그 어느 작품보다 아름다웠던 곳.

한참 바라보다가 옆을 보니 내 또래 남자 파리지앵이 곁에 있다. 일행과 같이 온 듯 그의 옆에 놓인 종이가방과 몇 개의 짐. 말없이 각자 미술관 내부를 한참 바라보다가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B... Bonjour?"

점심때가 지난 오후지만 나에게는 만능 언어, 봉주르. 아무것도 없는 오르세 미술관의 난간. 저기서 한참 동안 오직 '오르세 미술관'만 바라봤던 나, 그리고 어느새 옆에 있던 그. 어떤 작품이 있는 곳도 전시관도 아닌 그저 미술관과 난간에 기대어 있던 내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잠깐이라면 잠깐, 어쩌면 조금 오래 같은 곳을 바라봤던 그가 찍어준 사진.

 


'저기 저 자리다!' 싶었던 곳. 시계 밑에서 나오고 싶었다구.


정말

혼자 갔다니까,

오르세 미술관.


시계를 찍다가 '그래 저 곳이야' 했다. 저기 앉아서 찍으면 딱 일 텐데- 하고 주변을 보니 마침 미국(아마도) 노신사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cuse me, Sir-?"

사진을 부탁하자 흔쾌히 의자에서 일어나신 멋있는 할아버지. "어디서 찍으면  돼?"라고 묻는 말에 조르르 의자에 달려가서 앉고 "여기서요!" 하니 "Oh, good!" 한다. 그와 함께 "가까이서 찍어줘 아니면  멀리서?"라고 재차 확인하는 센스라니. "저기 저 시계와 같이요!" 하며 손을 쭉 뻗어 시계를 가리키자 그제야 완전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파리 여행을 와서 처음으로 SNS에 올렸던 사진, 사람들의 오해가 시작되었던- 사진. '누구랑 갔어' '누가 찍어준 거야.' '사실은 친구랑 갔지?'

정말로 혼자 갔다니까, 할아버지 센스가 넘쳤다니까.



"센 강을 배경으로요" 그 외에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은 우리는 '사진 좀 아는' 한국 여자들이니까.


사진은

한국 여자들이 잘 찍는다는 말,

느낌 알잖아.


한참 머물러있던 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센 강변을 걸었다. 맞은편의 루브르 박물관을 바라보면서, '와아-'속으로 탄성을 냈다. 파리는 파리구나. 오르세 미술관에서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그림엽서와 펜을 산 봉투를 들고, 센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루브르 박물관이 나타난다. 걷는 거리마다 예술이고 서는  곳마다 포토존, 파리.

날씨가 반짝반짝 빛나던 오후 강변을 따라 아주 천천히 걷는데 한국 여자 관광객이(딱- 봐도 아니까, 우리는) 오르세 미술관 쪽 길가 건물들을 배경으로 열심히 셀카를 찍고 있다. 건물들이 잘 안 나오는지 자리를 옮겨가며 찍고 있길래 먼저 다가갔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내 말이 반가웠던 것인지 한국 사람인 나를 만나 기뻤던 건지는 모르지만 "어머!" 하며 웃는 그녀는 내게 자신의 카메라를 건넸다. 그녀도 파리에 혼자 왔다고. 혼자 여행 온 여자들 많은 것 같아요, 혼자인 여자는 딱 알아보게 돼요, 숙소는 어느 쪽이에요, 하며 아주 오랜만에 한국어로 재잘재잘 대화를 나누었다. "사진 이 쪽에서 찍어드리면 돼요?" 그녀의 물음에 "전 이 쪽이요-! 강이랑 같이 찍어주세요." 하며 부탁한 사진. 그녀는 건물, 나는 강. 각자가 좋아하는 배경 앞에서 서로를 찍어줬던 순간. "여행 잘 하세요-" 서로 손 흔들며 헤어졌지만 외롭거나 아쉽지 않았다. 그녀가 많은 사람들 틈으로 섞여 들어가는 것을 보며 곳곳에 혼자 여행하는 '나 같은 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웅장한 건물들을 쳐다보았던 그녀와 반짝이는 강을 바라보았던 나.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걷고 싶은 길을 걸을 테지만 이렇게 그 어느 길에서 만나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해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각도를 알고 느낌을 아는, 사진까지 선물해줄 수 있으니까.


처음 가는 유럽

그리고 프랑스는 볼 것만큼 담아오고 싶은 것도 많을텐데 센강,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 개선문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야경, 몽마르뜨 언덕.....  그곳 안에 있는 나는 어떻게 담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그래서 준비했던 것이 바로 셀카봉. 길쭉한 셀카봉을 캐리어  한쪽 구석에 넣으며 너털웃음이 절로 나왔던 때.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찍어줄 테고 커플들도 많을 텐데, 나는 그 사이에 서서 셀카봉을 꺼내 쭉쭉쭉 늘여뜨려 사진을 찍어야 하겠구나.' 사진 찍을 걱정까지 해야 한다니 이런 게 혼자 하는 여행이구나, 싶어 외로웠던 순간.

그땐 정말 몰랐지, 5박 6일 파리 여행 동안 셀카봉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을 줄은.

찍는 사진마다 '누구랑 갔어?' 한국 친구들의 의심을 만들어 낼 줄은.

찍는 거리마다 포토존이고 찍어주는 사람마다 "상반신은 뚱뚱해 보여!" "팔을 더 올려봐!" "어둡게 나오는데, 좀 옆으로 돌아서 볼래?" "저 나무 밑이 더 좋은데, 저리로 가봐."

나에게 이토록 주문이 많을 줄은.

그리고 이 들이 모두 다른 사람일 줄은.


혼자 하는 여행,

셀카보다 풀샷이  훨씬 더 많을 줄은

미처 몰랐던 여행.

그래서 더 소중해진 기억.

혼자 파리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감히 건네고픈 말,


괜찮아, 셀카봉은 넣어둬.
걱정 마, 파리는 어디든 포토존이야


아주 서툰 여행에서

나를 배경 안에 넣어준 파리의 아가씨,

이방인에서 여행객으로

초대해준 중국의 여자아이,

혼자에서 함께라는 것을

느끼게 한 파리의 청년,

그래도 낯설었던 그곳을

순간에 편안하게 만들어준 내 또래 한국 여자까지.


당신의 파리는

낯선, 그리고 어색한, 그래도 친절한,

생각보다 다정한, 그래서 고마.

당신을 가다리는 친구들로 가득할 거라고.

그러니 먼저 다가가 보라고. 그리고 부디 사진까지 부탁해보라고. 그들은 생각보다 꽤 당신과 그 날의 파리를 잘 담아낼 거라고. 그래서 당신은 사진을 볼  때마다 '사진 속의 파리'와 '사진 밖의 그 들'을 떠올리며 더 오래 파리를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거리마다 멈추어서 셔터를 누를수 밖에 없는 곳, Paris.


-to be continued  '혼자 파리 여행, 셀카렌즈도 넣어둬 :)'


 ※글의 분위기 상 친구에게 말하듯 '넣어둬' 등 반 말을 한 것을 양해바랍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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