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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Feb 22. 2016

프랑스, 당신의 에펠탑은 어디에 있나요?

부제 : 파리를 가다가, 파리를 만나다

당신은 어디에서, 파리를 만났나요?


파리를 만나기 위해, 파리를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 날의 나 처럼.


J 너는 물었지.

"지하철 10번을 탈 수 있는 까르네와 파리 구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비고, 어떤 것을 살까?"

파리를 만나기 위해, 파리를 지나쳤던 그 날의 나처럼.




파리에 가보지 않은 나는 처음 보는 파리 지도를 펼치고 '여기로 갔다가 이 곳으로 이동해야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래, 까르네면 될 거야.'

지하철은 10번 정도 탈거고 그리고 여기에서 저기까지 짧은 거리는 걸어 다녀야지. 그 날의 나는, 파리에 가기 위한 무수한 길목마다 또 하나의 파리들이 가득할 줄 정말이지 몰랐다.


파리에서의 6일,

엑셀 시트로 정리한 나의 일정은 못 가본 곳이 반이고 안 가본 곳 또한 가득하다.

출국 전, 네게 건넨 파리 지도와 나의 계획표를 보고 J 너는 "무슨 계획표에 안 가본 곳이 이렇게 많아?" 했지만, 걷다가 마주친 파리에서 나는  그곳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목적지로 가기 위한

파리의 어느 한 길목에서,

나는 나의 파리를 만났다고.


그러한 순간들은 내게 여행의 전체가 되어서 나는 내 작은 계획표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그것들이 내 기억의 전부가 되었다고.


창문너머 비치는 햇살, 아늑한 실내 그리고 캐리어를 슬쩍 밀어주는 흑인까지. 내게 rer-b는 온전한 따스함.


RER.

가장 지나치고 싶었던 장소.

온전한 따뜻함으로 남은 곳.


J 너는 지금쯤 파리의 북역 그리고 rer-b로 걱정을 하고 있겠지? 파리 여행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보았을 rer-b. 어두운 지하 깊이 위치해 있고 흑인들이 많으며 시설이 좋지 않다는 열차. 샤를 드골 공항에서 내려 도심까지 가기 위해 타는 공항리무진, 메르시 버스, 택시, rer-b 중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고 걱정하는 교통수단이기도  그것.


맞아, rer-b는 깊은 곳에 위치해있고 조용하며 덜컹덜컹 움직이지.

그러나 아주 아래로 내려가 만난  그곳은 번잡한 공항과 달리 작은 기차역같이 따스하고 조용했어. 덜컹덜컹 움직이는  그것은 그 여느 기억같이 친근하기도 했지. 창문을 따라 들어오는 햇살은 포근했고,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는 파리 꼬마 아이는 볼 일이 있는 척 내 주변을 슬쩍 맴돌기도 했어. 불안함에 꼭 쥐고 있던 캐리어는 어느 순간 내 손을 벗어나 또르르- 굴러갈 만큼  그곳을 익숙해했고, 그런 내 캐리어를 다시 내 자리로 밀어주기도 했지. 우리가 그렇게 무서워했던 흑인이 말이야.


가고 싶던 곳, 가다가 만난 곳, 그 것들을 만나게 해준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있는 지하철노선도.


나의 파리로 가기 위해

가장 지나치고 싶었던 rer-b

그곳에서  받은 선물.


내 맞은편에 앉았던 한국인은 혼자인 나를 걱정하며 가지고 있던 지하철 노선도를 선뜻 건네주기도 했어. "혼자 다니려면 정말 조심해야 해요." 하며 몇 번이고 당부의 말을 건넨,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출장 중인 파리를 찾은, 그가 말하는 파리는 꽤나 로맨틱했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그 날 이후 내가 수 백번은 펼쳐보았을 지하철 노선도 역시 내겐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지. 아주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같이 들여다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도와준,  파리에서 가장 무섭다는 rer-b에서 받은 선물.


두려웠던 rer을 타고 가는 길이 이토록 평온하듯

노선도 속에 펼쳐진 파리의 길을 걸을때에도

그 순간들이 부디 평온해주길 바랐고

rer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이 걱정을 해주듯 앞으로 만날 사람들도 부디 고맙기를,  바랬던 그 때.


파리 버스와 지하철, 그 안에서 나를 데려다 줄 더 많은 driver들을 만날수 있었으니까.


너를 태워줄 지하철,

너를 안전하게 데려다 줄

파리지앵들이 가득한 곳.


J 너는 "지하철이 어둡고 무섭다며?" 하며 걱정스럽게 물었지. 맞아, 파리의 지하철은 한국보다 어둡고 깨끗하지도 않을지 몰라. 그렇지만 "Bonjour" 하며 서툴게 다가선 네게 두리번거리며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느라 열심인 파리지앵을 만날 수 있을 거 "여기가 맞아." "아냐, 저기라니까?" 하며 티격 거리는 노부부 때문에 네가 미안해할 순간도 생기겠지만, 결국 승리로 끝난 할아버지가 "내 말이 맞았네. 저기로 가면 돼!" 하는 의기양양한 기분 좋은 제스처도 함께 볼 수 있을 거야. 그 뒤에 잔뜩 기분이 상한 채로 투덜거리는 마담은 못 본 척 슬쩍 넘기자고.


파리의 식료품점, 너는 어떤 맛을 찾게 될까.


어느 평범한 저녁

식료품 가게에서

네가 찾던 것을 찾을 거라고.


혼자 여행을 준비하는 J 너에게, 난 맛집보다는 식료품 가게를 가보라고 했지. 그러니까 그 날 나는 꽤 맛있는 요거트를 찾았으니까. 어느 평범한 저녁,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러 들어간 마트에서 평소에 즐겨먹는 플레인 요거트를 찾았거든. 아무래도 보이지가 않아 옆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고 있던 파리의 아주머니에게 물었어. "설탕이 조금 들어있거나 들어있지 않은 요거트는 없을까요?" 우리는 같이 유제품 코너를 찾았고, 한 요거트를 골라든 내게  "그것보단 이게 맛있어!" 하며 다른 것을 찾아주기도 했지. 주부들의 -그러니까 싱글인 우리도 마트에서 만큼은 왠지 주부가 되는 것만 같잖아- 수다란 놀라울 정도라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어느 것이 맛있다며 또 다른 것을 추천해주기도 하더라, 그래서 그녀가 추천해준 다른 치즈까지  사 오게 될 줄이야. 마레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파리지앵과 함께 무가당요거트를 찾을 줄은 몰랐지만, 꽤 재미있지 않아? 그래서 마침내 산 요거트. 아니 그녀와 내가 고른 맛있는 추억. 내겐 어떤 맛 집 보다 기억에 남는  그것.


너를 미소짓게 할 엽서는, 어느 것일까?


오르세 미술관의 엽서보다

생제르망 길거리의 그림을

더 오래도록 바라볼 거라고.


한참을 머물게 될 미술관에서 나오며 너는 엽서를 사서 나오게 될 거야. 기억하고 싶을 테니까, 그 날 네가 가장 오래도록 머물렀던 그 작품을. 그러나 J 너는 아주 흔한 길거리에서 이름 모를 작가가 그린 그림 앞에서 더 오래 머무르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 그림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무슨 의도로 그려냈는지는 전혀 모를 테지만.


거리 곳곳마다 미술관이 있는, 예술이 일상이 되는 곳.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네가 그림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게 될 곳. 파리에서 그림을 만난다는 것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순간과도 같아. 파리의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한 거리에서 오래도록 바라볼 그림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좋으니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주어도 좋아. 너의 가장 설레는 순간에 나도 마음껏, 빠져들 수 있을 테니까.


파리에서 가장 맛있었던 빵을 꼽으라면, 몽마르뜨언덕의 곤트란쉐리에 그 곳의 크루아상.


샤크레쾨르 성당보다

몽마르트르 언덕보다

빵집 거리에 마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J 너는 "몽마르트르 언덕이 제일 가고  싶어!"라고 했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몽마르뜨언덕'의 이미지에 대해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어. 나 역시  몽마르뜨언덕에 대한 환상이 있었으니까. 걱정 마, 몽마르뜨언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니까. 그러나 너는 언덕 어딘가에서, 오래 머무르게 될 수도 있을 거야.


샤크레쾨르 성당이 아름답다는, 파리 전경이 내려다보인다는, 예술가들의 낙원이라는  그곳에서 빵집들이 즐비한 거리를 한참 동안 벗어나지 못할지도 몰라. 내가 그랬듯이. 그리고 파리 바게트 맛집으로 1위를 했다는 곳보다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는 그 어느 빵집의 크루아상을 먹고 너의  그곳을 인생 빵집으로 정할지도 몰라. 그러니 몽마르뜨언덕을 가기 전에는 빵을 맛있게 먹을수 있도록 아침식사로 너무 든든한 것은 먹지 않기를. 


마레지구의 Hure,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던 곳. 그래서 그들 뒤로 슬쩍 줄을 서 보았던 곳.


파리지앵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빵집

어떻게 지나칠수 있겠어.


라뒤레의 마카롱도, 피에르에르메의 초콜롯도, 파리의 국민 빵집이라는 폴의  빵도 좋지만 파리에 가기 전 네가 만들었던 빵집 리스트에는 없는  그곳을 들리게 될 거야. 퇴근길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파리지앵이 멈추는  그곳. 들어서면 길게 줄을 지어있는 사람들 틈에서 너도 슬쩍 줄을 보태게 될  그곳.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빵을 살까 살피며 너도 함께 고르게 될  그곳.


때로는 원래의 리스트에 없는  그곳들에서 달콤함을 찾을 수 있음을, 그러니 지도보다는 네가 걷는 길거리의 상점을, 표지판보다는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바라보기를. 네가 찾는 달콤함이 그 길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   


파리의 과일가게, 이 곳에서 네가 좋아하는 과일을 실컷 골라보아도 좋아.


한국에서 좋은 것을

파리에서도 해 보기를,

가장 너 다운 것이고

너를 행복하게 할 테니까.


초록색 사과-아오리라고도 부른다지?- 의 계절이 끝날 때쯤, 아주 짧은 그 기간 동안 초록색 사과를 더 많이 먹지 못한 것을 한탄할 때쯤, 파리의 과일가게에서 만난 초록색 사과들. 과일이 어찌나 많던지  그곳에 서서 한참 동안 구경해야만 했어. 그러고 나서 초록색 사과와 납작하게 생긴 신기하게 생긴 복숭아, 동그랗게 생긴 내가 보던 복숭아, 친숙한 방울토마토, 모과같이 생긴 과일도 골라봤지.


한국에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파리에서도 해 보기를. 신기하고 낯선 음식도 너를 설레게 할 테지만, 너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들은  그곳에서도 여전히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그리고 꽤 재미있을지도 몰라. 흐르는 물에 슥슥 씻어서 한 입 베어 먹는 과일에, 여기가 파리인지 한국인지 그 순간만큼은 차이를 느끼게 되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저 초록색 사과, 꽤 맛있었다니까.


에펠탑공원, 그 어딘가에 묶여있었던 나룻배. 흰 바지도 개의치 않고 한참동안이나 앉게 한 그 곳.


어쩌면 너는,

에펠탑에서 묶여 있는

나룻배 한 척을 만날 수도 있다고


파리에 가기 전 내게 에펠탑은 파리에서 가장 빛나는 곳이었어. 파리 지도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에펠탑의 위치, 숙소를 정할 때에도 에펠탑이 보이는 곳이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에펠탑을 가기 위한 지하철역을 확인하며 '나의 에펠탑'을 만날 순간을 기다렸으니까.


맞아, 에펠탑을 만났던 그 날을 잊지는 못 할 거야. 정말 닿고 싶었던 곳에 닿은, 간절히 보고 싶어 했던 것을 본  그때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야. 그러나 너는 문득 어떤 그리움을 떠올리게 될지도 몰라. 에펠탑을 바라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리움을.

 

J 너는 에펠탑에 도착한 순간, 네 목적지에 다다른 기쁨에 마음껏 그 공간을 누비게 될 거야. 그래서 방방 뛰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걷는 듯 뛰는 듯 돌아다니다가 어쩌면 어느 한 곳에서 멈추어 설지도 몰라.

그러니- 네가 생각지 못한,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작은 곳에서 에펠탑에서 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어도 놀라지 말기를. 그저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그리고 그 무언가를 마음껏 그리워하고 아주 슬퍼도 했다가 마침내 그 자리를 떠나는  그때 마저도, 오래도록 추억하기를.




일정표를 짜며 한숨을 푹 쉬는 J 너를,

나는 걱정하지 않아.

내가 찾지 못한 것들을 볼 테니까

너의 파리는, 곳곳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부디

지하철표인 까르네대신

지친 발에 힘을 줄 휴족시간을 준비하기를.

어딘가로 이동하는 그 순간마저도

네겐 놀라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파리에서는 걸어보기를

때로는 길을 잃어보기를.


걷지 않았다면 시테섬이 아름다운지 몰랐을테니까.

갈 곳이 많아 과감히 리스트에서 삭제한 그 곳을,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가는 길에 걸은 그 길을,

파리의 마지막 날, 다시 찾아 한참을 머무르지 못했을 테니까.

몽마르뜨거리의 낭만적인 예술가들의 그림보다

생제르망거리의 어쩐지 유치한  그림에 시선을 뺏기지 않았을테니까.


걷지 않았다면,

길을 잃지 않았을테고

그 들을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파리에 머무는 동안은

가히 최고의 지도인 구글맵보다

'Bonjour'의 힘을 믿어보라고.

지도는 길만을 알려줄 테지만

사람은 네게 수많은 것을 얘기해줄 테니까.

그러니 서툰 발음

"봉주흐"의 마법을 믿어보기를


길거리 표지판에 쓰인 화살표 대신

눈길을 사로잡는 거리를 바라보라고.

그 어느 지나치기 쉬운 곳에서

네가 가장 오래도록 머물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음습해' '어두워' '조심해야 해'

숱한 경고를 들은 지하철에서

파리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를 보고 심쿵 할테고

어느새 출입문 옆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는

서툰 여유를 부려보 될 테니,

너의 목적지고 가는 길 마저 즐겨보기를.


드디어 맞이한 에펠탑에서

어쩐지 그 근처에 묶여있는 나룻배 한 척에

그 어떤 것을 떠올릴 수도 있다고

그리고 한참  그곳에 앉아

그리움을 토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너의 파리는 지도보다 실감 날 것이고

관광명소가 그려져 있지 않은

아주 작은 곳곳들에서 너는

너만의 추억들을 만들 거라고


지도 속 파리만큼 지도 밖 파리를 많이 만나고 오기를



너의 파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네가 만날 수많은 '너의 파리'를 부디 반갑게 맞이하기를

그 작은 순간들이 네 여행의 전부가 될지도 모르니까.


목적지로 가는 길을 바라보고

문득 멈추어 떠오르는 것을 그리워하고

흰 색 바지도 개의치 말고 털썩 앉아보기를

온통 너의 여행을, 온전히 즐겨보기를.



날씨 좋은 날, 몽마르뜨언덕에서 바게뜨먹기. 소소해 보이지만 많은 것들이 도와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From 몽마르뜨언덕에 우산만큼 기다란 바게뜨를 뜯어먹고 한참 쉬다가 온, 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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