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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Feb 29. 2016

스위스 여행, 하이디를 만난 그 '봄'

내가 사랑한 유럽, 당신의 스위스는 어떤 빛깔인가요?


 열차 안, 나는 늘 먹을 것을 꺼내 놓았다. 초콜릿과 치즈 그리고 우유같은 것들을.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색 풍경,

열차의 간이 테이블 위에 놓인

우유와 치즈 그리고 초콜릿.

여기는, 스위스다.





다른 사람들에게 스위스는 어떤 계절일까?


산악열차를 타고

새하얀 눈을

감상할 수 있는 겨울,


새파란 하늘을

패러글라이딩으로

날아볼 수 있는 여름,


나에게 스위스는, 봄


간단한 음식과 염소젖으로 충분한 식탁

동산에 올라 푸르름을 만끽하는 꼬마들같

떠오르는 해와 반짝이는 달을 보는 다락방처럼

두 발로 사뿐히 일어나 기적을 안긴 클라라가 있는,

따뜻한 어느 보통날 하이디마을.


그래서 스위스 여행에서는

과일을 베어 물고 싶었다.

하이디가 오르던 그 언덕길을 따라

소풍을 나온 듯 즐겁게

마을을 산책하듯 편안하게

어느 하루의 일상이듯, 그렇게.


도시락을 먹고 싶었다.

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퐁듀도

마테호른을 빼닮은 초콜릿도 좋지만

할아버지의 투박한 빵과 신선한 우유를 먹으며

언덕에 앉아 쉬는, 오후처럼.


하이디마을, 언덕을 오르는 길은 꽤 신이 났다. 이런 마을에서 아이가 되지 않을수 없으니까.



스위스, 마이엔펠트.

내겐 어느 봄 날 오후 같은  그곳에 가고 싶었다.

'하이디 마을에선 도시락을 먹을 거야.'

'언덕길을 오르면서는 과일을 베어 먹어야지.'

가기 전부터 결심하는 내가 우스워도 어때,

그 곳은 스위스인걸.


7살 내가 가고 싶었던,

아주 작지만 내겐 추억의 전부가 될,

마이엔펠트이니까.



마이엔펠트, 하이디마을. 사실 그렇게 많이 걸어야할줄은 몰랐지만 편한 옷과 운동화 그리고 간식이라면 충분하니까.



소박해도 돼, 하이디 마을이니까.

충분하잖아, 운동화와 도시락이면.

작아도 괜찮아, 내가 꿈꾸던 곳이잖아.



첫 번째 여행지로 정한 마이엔펠트와 함께

내가 가보고 싶었던 또 다른 스위스.

'어느 곳을 갈까?' 하고 풍광이 아름답다는

혹은 열차로 가기가 편한,

또는 스위스에서는 가장 유명하다는

여행지들을 찾아보다가

'그래, 여기야!' 했던 곳.


천년이 넘게 보존된 책들이 있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의 부도서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 불리는

Soul Apothecary,

마음의 치유소라는 이름을 가진 곳.

수도지역 전체가 유네스코로 지정되었으며,

수도원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

그래서, 내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곳.


장트 갈렌(상트 갈렌 St.Gallen)



장트갈렌(상트갈렌), 이 곳이 얼마나 매력적일지 도착하기 전까지 몰랐던 순간.



성 갈렌이 719년 세운 대규모 베네딕토회 수도원인 장크트갈렌 수도원.

중세에는 수도원이 곧 학문의  중심지였기에 수도원장이 모으던 장서들은 라틴어 어원 그대로 '책의 건물' Bibliothek, 곧 도서관이 되었다고 한다. 중세의 도서관에서는 책을 모으면서 한편으로는 손으로 일일이 필사를 해서 귀족과 왕들을 위한 화려한 장식을 갖춘 책을 만들어내는 일을 했다고. 게다가 박물관이 아니라 도서관이기에 1900년 이후의 책은 빌려볼 수 있으며 모든 도서관들이 그러하듯 진기한 필사본들은 미리 신청해서 수락이 되면 독서실 내부에서 볼 수 있다고.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아름답다는

그래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래, 내 스위스 여행지는


마이엔펠트 그리고 장트갈렌


'정말 아무것도 없이 자연뿐이에요.'라는 후기처럼

하이디마을에서는 온전히 자연트래킹 해야지.

천천히 언덕을 올라 풀밭에선 도시락을 먹을 거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에서는

다시 못 볼 것처럼, 작은 책 한 권도 오래 봐야지

천 년이 넘은 책들도, 그들이 직접 써 내려갔던 필사본도.


그렇게 나는

이름조차 낯선 그 두 곳을 가기로 했다.

아주 어릴 적의 나와

지금 이 순간의 내가

가장 가슴 뛰어하는 여행지이니까.





화려하지만 기품이 있고

영화 속을 거니는 것 같던

그야말로 '파리'를 보내고

두어 시간쯤 달리자

말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던

그 스위스가 나타났다.

창문 너머 보이는 소들과

띄엄띄엄 위치한 작고 귀여운 집들이.


여기 정말로, 스위스구나.


너무 '스위스'같아서, 웃음이 나왔던 순간. '그래 여기 지금 스위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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