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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과 단점을 보는 법

그 오묘함에 관해

by 유앤나
지난 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 동의하지 못했고, 그대신 충분히 공감했다.

서로가 채우고 싶은 부분을 털어놓았는데, 그건 신기하게도 이미 서로가 갖고 있는 점이거나 더 나은 면이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가 가지지 못한 장점들을 발견해 주면서, 흥미롭고 애석한건 그걸 납득시키는 과정이었다. 마치 앞을 못 보는 이에게 색깔을 설명하는 것처럼, 서로의 설명과 비유로, 본인은 보지 못해도 믿어야 하는 존재가 있음을 알아야 했으니까.


또 단점은 어떤가. 서로가 틀림없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결핍과 단점들을, 상대는 증인이 되어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또박또박 과거 사례로 증거를 들면서. 그래서 각자의 기억과 믿음마저 흐릿해졌는데, 덕분에 '진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오직 '진심'만이 남았던 밤이다.


오래전 읽은 책이 떠올랐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훔치는 기분을 알고 싶다"고 답했다.

나라면 무얼 하고 싶을까? 아마도 엽서를 쓰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글씨, 감정, 그리고 사랑을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으로 읽고 손으로 전해줄 그 모든 과정을 상상하면서.


그날 밤, 다시 생각했다.

앞을 보지 못한다면, 보지 못하는 사람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는 지 말해주고 싶을 거라고.

그래서 그것들이 얼마나 생생히 세상에 존재하는지 들려주고 싶다고.


그래 알아, 나는 보지 못한다는 걸. 그래도 알아봐, 줄 수 있다는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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