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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묻고 싶은 것

시간이 지나도 모르고, 저절로 알게 될 리도 없는 사사로운 것

by 유앤나


가족끼리 모이면


늘 비슷한 안부를 묻고, 지난 일상을 짧게 나누다 끝나곤 한다.

이번 명절에는 묻지 않으면 모르는 것. GPT도 모르고 시간이 지나도 모르고, 저절로 알게 될 리는 정말로 없는 것들을 물어보면 어떨까.

물어보면 알게 된다. 엄마가 의외로 어떤 여행지를 가장 좋아했는지, 아빠가 서울에서 좋아하는 음식점, 인생사진 한컷, 할머니는 어떤 엄마였는지, 엄마가 가장 후회하는 것. 하나씩 알아갈수록 서로 해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아지는지, 또 다행인지.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번에도 물어봐야지. 대화는 기억을 꺼내고, 그 기억은 미래를 다시 빚어내는 힘이 되니까.



언제가 엄마의 리즈시절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뭐 하자고 약속했던 거 중에서, 생각나는 거 있어?

역대 우리 집 (이사했던 집) 중에 가장 좋았던 집은 어디야?

우리 가족의 특징은 뭐 같아? 어떤 게 닮은 거 같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어?

할아버지는 어떤 아빠였어? 왜 그 직업을 했었어?



왜 하필 이걸 닮았어! 싶은 거 있어? 그리고 이걸 왜 안 닮았니 아쉬운 건?

우리 가족이 갔던 나들이 중에서 제일 재밌었고 좋았던 때는 언제야?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맛집은 어디야?

한때 놓쳤지만 다시 잡고 싶은 취미나 꿈은 뭐야?

어릴 때 가장 자주 듣던 말은 뭐였어?

팔순잔치를 한다면 어디서 하고 싶어?



옛날 TV 앞에 모여서 보던 프로그램 중에 제일 좋았던 건 뭐야?

어릴 때 집에 있던 가구나 물건 중 지금 다시 갖고 싶거나 보고 싶은 건 뭐야?

이제는 다 지났지만 가장 외롭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어?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냈던 선택은 뭐였어?

가장 두려워했던 미래는 뭐였어? 퇴직? 건강? 아니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인생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면 눈물이 날 만큼 고마운 기억이 있어?



만약 머잖아 죽는다면 뭐가 너무 아쉬울 거 같아?

지금 당장 무인도에 같이 가야 한다면, 누구를 뽑고 왜일까?

올해 12월에 하고 싶은 거 있어?

손자에게 물려주고 싶은 우리 집의 문화가 있어?

추억 속에서 제일 웃긴 가족 이야기는 뭐야?

엄마의 생각에 난 늘 몇 살 같아? 반대로 나 생각에 부모님은 몇 살 같을까?



사실 이런 질문들은 막상 꺼내려하면 괜히 새삼스럽고 멋쩍을 것이다. “뭐야, 이런 걸 왜 물어?” 하며 민망을 줄지도 모른다. 그래도 뭐 어떤가. 잘 보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은 대답해 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질문타래가 풀리고 에피소드가 후드득 쏟아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다) 늘 뻔하다고 여겼던 사람이 사실은 훨씬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내가 해보자. 그럼 한 명은 따라 할 거다. 안 해도 어떤가. 언젠가 또 하면 되지)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그 뒤에 오는 건 신선한 재미, 새로운 관계가 될 테니까. 그러니 하나씩 물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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