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했어요. 여기, 당신의 별에

'각자의 계절을 살아낸 사람들'

by 유앤나



한 번쯤,
같이 노을을 봐줄.



우리도 각자의 별을 떠돌며 살아갑니다.

서로 가까이 있는 듯 보이지만, 막상 그 별에 내려가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리죠. 평생 한 번도 제대로 방문하지 못한 별도 있을 겁니다. 매일 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별. 옆에 있지만 닿지 못한 별.


어떤 별은 오래도록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내려와 "여기 날씨는 어때?" 하고 물어봐 주기를. "와, 여기서 보면 이런 게 보이네?" 공감해 주기를.


저 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 쪽 별은 왜 저렇게 조용할까요?

저기 별은 왜 요즘따라 비가 자주 내릴까요.


한번 가볼까요. 저 별의 장미가 어떤 가시를 가졌는지, 그들의 가로등이 왜 꺼지지 않는지, 그 별의 바오밥나무가 왜 그렇게 자랐는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별로 떠나볼까요.


PICNIC_20201210_193321354.jpg 오래 만나지 못했기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1부: 그들의 별에도 중력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장미를 돌보는 왕자였습니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던 날, 우리는 몰랐습니다.

엄마의 별에도 가시가 있었다는 것을.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처음 엄마가 되어 보는 것이었고,

매일 아침 자기 장미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몰라 두려워했다는 것을.


"너는 왜 이것밖에 못하니?"라고 말할 때,

사실 엄마는 자신에게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의 한숨은 무심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엄마 별의 중력이었습니다.


아빠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빠가 퇴근 후 소파에 쓰러져 있을 때, 우리는 몰랐습니다.

아빠도 자기 별을 돌고 있었다는 것을.


"아빠, 나랑 놀아줘."

"그래 그래, 나중에."


그 '나중에'는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가로등을 켜고 끄느라, 아빠에게 남은 빛은 그만큼이었으니까.


선생님은 지리학자였습니다


선생님이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상처받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도 한때는 여행자였을 것입니다.


어느 순간, 선생님의 별은 탐험하는 별이 아니라 기록하는 별이 되어버렸고.

선생님이 상상을 이해 못 한 건 무심해서가 아니라,

선생님 자신도 오래전에 상상하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친구도 여우였습니다


친구도 무서웠을 겁니다.

관계 맺는 것. 상처받는 것. 책임지는 것.


친구가 날 외면한 건

날 싫어해서가 아니라,

친구도 아직 '길들여짐'이 뭔지

배우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상처를 줬던 날,

같이 길들여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었을 겁니다.



2부: 별을 다시 읽는 질문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그와 지금의 내 나이를 비교해 본다면,

지금의 나보다 그가 더 어렸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을 때,

정작 그 자신은 행복한 법을 알고 있었을까요?


그가 내어준 서툰 사랑이, 사실은 그가 가진 '전부'를

탈탈 털어준 결과였다면 지도의 색깔이 어떻게 바뀔까요?


그 어른이 잠든 모습에서, 부모가 아닌

'길을 잃은 아이'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요?


"나중에"라고 말하던 그의 입술에서,

미안함이 섞인 한숨 소리를 이제는 들을 수 있나요?


그가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출입금지 구역'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가 숨겨져 있었을까요?


그들도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싶어 했던

외로운 존재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이제는 내가 그들의 지도로 건너가, 그때 그 '어린 왕자'들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어"라고 말해줄 준비가 되었나요?



3부: 각자의 풍경, 다른 규칙


명절은 서로의 별을 방문하는 시간입니다.


각자의 별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다른 별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주정뱅이는 부끄러움을 잊으려 술을 마십니다. 그의 별에서는 그것만이 견딜 수 있는 방법이니까.

왕은 복종을 요구합니다. 그의 별에서는 질서가 곧 존재의 이유죠.

사업가는 별을 셉니다. 그의 별에서는 소유가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이니까.

지리학자는 직접 여행하지 않습니다. 그의 별에서는 기록만이 역사가 되니까.

허영쟁이는 끊임없이 박수를 원합니다. 그의 별에서는 인정만이 존재를 확인받는 방법이죠.

그리고 가로등지기는 쉬지 못합니다. 그의 별에서는 책임감이 곧 정체성이 되기 때문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지만, 그것이 그들 별의 생존 방식입니다.

그것들이 규칙이고, 언어이고, 삶의 이유가 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의 별이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는지 들려주고,

어떤 규칙으로 돌아가는지 알려주고, 그 별에서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서로의 별을 여행하는 방법이고, 이해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덜 외롭고, 조금 더 힘이 날 겁니다.



4부: 서로의 별을 여행하는 중입니다


우리는 이제 압니다.

그 어른들이 우리를 실망시켰을 때, 그들도 자기 별의 중력과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 그들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서운함은 무심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도 여전히 길을 찾고 있는, 완성되지 않은 존재였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별에서 다른 풍경을 보고, 다른 규칙 속에서 애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별을 끌어오거나 맞추려 하지 않고, 그 풍경을 들려주고, 규칙을 천천히 알려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완전히 닿지 못해도,

그 다름 속에서 빛나는 존재를 함께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덜 외로워집니다.


이번 명절에는 서로의 별을 들여다봐주는 게 어떨까요?

저마다의 지도에서 분투하는 모습을.


우리는 모두 어린 왕자이고,

서로의 별을 여행하며 길들여지는 중이죠.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야."


당신의 별도 아름답지요.

당신이 돌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에.



IMG_20210511_162246_916.jpg 당신이 돌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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