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시즌, 나에게 내는 숙제 5가지
벚꽃이 피면. 위를 본다.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가고, 가지 사이로 걸린 빛을 본다.그 순간 코는 잘 쓰지 않는다. 벚꽃을 보면서 “향이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 말한다. 벚꽃은 향이 없는 꽃이라고.
벚꽃에는 분명 향이 있다. 아주 미세하게, 거의 사라질 것처럼 남아 있는 향. 가까이 다가가야 겨우 느껴지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금방 흩어지는 향. 그래서 우리는 그 향을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뭔가 있었던 것 같다”는 감각만 남긴다.
우리는 정말 향을 맡은 것일까, 아니면 어떤 상태를 향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찾아보니, 벚꽃에도 물론 향이 있다.
쿠마린 (coumarin), 벤즈알데하이드 (benzaldehyde) 같은 향 성분이 아주 미량 존재한다고.
이 성분들은 약간 달콤하면서 살짝 아몬드 같은 느낌을 주는데(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게 느껴지지 않나?)
하지만 농도가 매우 낮아서 대부분 사람은 거의 못 느끼거나 아주 가까이 가야 인지한다고 한다.(착각이었군)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벚꽃향은 꽃 자체의 냄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뜻해진 공기, 겨울이 물러난 자리에서 올라오는 흙냄새, 햇빛이 만들어내는 온도의 결, 그리고 그날의 기분까지.
이 모든 것이 섞여 만들어진 하나의 '감각'이 된다. 향기 보다 기분, 느낌, 분위기.
그래서 벚꽃향은 일정하지 않다. 어떤 날은 분명히 느껴지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벚꽃향이 미미할수록, 다른 미미한 향이 어우러지는게 훨씬 더 크고 넓어질테니까.
또한 향이 약하다는 것은 결핍 너머 또 하나의 생존 방식이 되기도 한다.
벚꽃은 강하게 남지 않는 대신, 오래 머문다. 또렷하게 기억되지 않는 대신,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벚꽃을 떠올릴 때 향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그 계절의 공기는 분명히 기억해낸다. “그때 공기가 좋았지”라는 말처럼.
분명히 있었지만, 붙잡을 수 없고, 사라졌지만,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벚꽃향은 그래서 향기가 아니라, 지나가는 방식에 가까울까?
봄이 우리 곁을 스쳐가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
더불어, 최근 공대의 벚꽃숙제가 잔잔히 화제가 되고 있지요.
과제: 벚꽃 개화시기에 벚꽃사진 찍기
배경: 공대생의 감성 향상, 그리고 따스한 봄날에 계절 즐기기
기타: 집앞 이나 교내가 아니라 지역의 장소를 갈것
마감: 벚꽃이 시들기 전일것
그래서 우리도 해봐요
벚꽃 시즌, 나에게 내는 숙제 5가지
1. 떨어지는 꽃잎 하나를 끝까지 따라가기
눈으로 한 장의 꽃잎을 따라가 봅니다.
어디에 닿는지, 어떤 곳에 내려 앉았는지.
2.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되, 연락하지 않기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떠올리고
전하지 않는 말도, 관계의 일부라는 것을 느껴봅니다.
3. 사진을 찍지 않고 기억해보기
카메라를 내려놓고 세 가지를 기억합니다.
풍경, 온도, 그리고 마음.
자 사진 찍지 못하니 오래 보고 기억해봐요.
4. “이 계절이 끝난다면”을 상상해보기
지금이 아니라, 이 장면이 끝난 후의 나를 떠올려봅니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기억할까.
5. 벚꽃을 보며 떠오르는 단어들을 모아보세요.
예쁘다 말고, 다른 말을 찾아보는 겁니다.
가볍다, 흩어지다, 퍼지다, 닿다, 머뭇거리다 같은 단어들.
언어가 늘어날수록, 감정도 조금 더 넓어질 테니까요.
그리고 4월, 첫째주 서촌이랍니다.
그리고
한 번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박수를 쳐보세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나를 위한 사랑과 응원의 박수.
이 봄날의 나를 위해.
생각보다 크게 마음이 울릴거에요.